마스다 미리 '걱정 마, 잘 될거야'
독서모임 첫 번째
세 명의 마사코가 겪고 있는 직장 생활과 그들의 생각을 귀여운 만화로 만나볼 수 있다. 20대 후반의 마사코는 직장 신입으로 직장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직장 여자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꼰대’라며 비꼬기도 하고 유려한 사회생활 기술을 선망하기도 한다. 자신에게도 다가올 30대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하면서 으쌰으쌰 스스로에게 기합도 불어넣으면서 젊은 현재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보통의 20대 후반 여자이다.
몇 년간의 사회생활로 회식자리쯤이야 어디 낄끼빠빠 해야할지 잘 선정할 수 있을 정도의 스킬을 가진 30대 후반의 마사코. 20대의 젊음은 부럽지만 어리버리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함을 고뇌하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회사에서 정확히 자리선점하고 있는 40대가 자신의 미래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부끄럼도 체면도 내던져버린 아줌마가 되고 싶지는 않은 30대 중반의 직장여성이다. 40대 마사코는 이제 슬쩍만 봐도 능수능란하게 어디에 줄을 서야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직장의 상사들도 40대 마사코의 업무성과엔 관심이 없다. 사회생활 만렙의 마사코는 어린 여자 후배들이 자신을 꼰대로 여기는 것도 자신이 앞으로 남자 동기들 만큼 승진이 안된다는 사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가 읽은 마스다 미리의 첫 책은 ‘수짱의 연애’. 수짱 시리즈로 우리나라에도 영화로 알려진 일본의 유명 만화일러스트 작가이고, 특히나 2,30대 여자들에겐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작가 일지도 모르겠다. 주로 사회 초년생부터 어느 정도 직장생활에 관록이 붙은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같은 여자가 겪을 만한 이야기, 연애, 그리고 사소한 생각들까지 아기자기하게 풀어낸다. 20대를 육아로 보낸 나는 주인공들처럼 한때는 치열하게 한때는 아기자기하게 사는 맛을 모르기는 하지만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다보면 ‘나도 이렇게 살고 있었을지도 몰라’하며 부럽고 아쉬운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서 대학동기들과 함께 하는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선택했다. 나와는 다른, 평범한 듯 특별하게 20대를 보낸 내 동기들은 이 책을 보고 공감할 것 같아서, 아님 ‘현실은 이거랑은 달라’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결론적으론 케바케의 문제였고 일본과 우리나라의 직장문화의 차이도 있었다. 그래도 쉽게 읽을 수 있었고 할 말이 있었다는 점에선 첫 독서모임의 어색함을 지나칠 수 있었다.
세 명의 마사코들은 우리 옆에 보이는 흔한 20대, 30대, 40대 각각의 한사람 같지만 어찌 보면 한 여자의 일생으로 봐도 될 것 같다. 20대 사회 초년생의 어리숙함과 근거 없는 열정을 지나 30대의 잔잔하고 유연하지만 갈팡질팡한 두려움은 여전히 남았다가 내 자리를 공고히 했지만 조금은 능글맞아진 40대의 한 여자의 단계별 변화의 모습일 것이다. 물론 우리가 얘기 했던 것처럼 40대에도 20대의 열정과 어리버리함을 가진 케바케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스다 미리는 ‘우리는 다 비슷해’라는 걸 알려고 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비슷하고 누구나 일머리 없던 초년생 시절이 있고 유연한 시기도 찾아오고 언젠가는 꼰대가 될지도 몰라’ 하며 위로와 상담을 해주는 듯하다. 이런 이야기를 글로만 읽었다면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져 눈물도 났을지 모르겠다. 만화로 접하는 장점이 여기에 있다.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질문마저도 귀엽고 아기자기했던 문제로 만들어버린다. 마치 세일러 문이나 천사소녀 네티처럼 노력하고 열심히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문제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30대를 정주행하고 있는 나에겐 이젠 그런 만화보단 자낳괴, 돈미새 같은 웃기고도 슬픈 말에 오히려 위로와 공감을 얻는다. 이런 나에게 마스다 미리는 작가의 그림체만으로도 ‘너도 어렸을 땐 세일러문, 네티, 체리처럼 깜찍했던 시절이 있었단다.’ 라고 알려주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