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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Mar 17. 2017

Space : 사람

우주여행, 가기 전에 알아야 할 상식들

우주여행은 어떤 느낌?


지금까지 <100km : 카르만 라인>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서브 오비탈> 우주여행 상품들에 대해 알아봤다. 이외에도 기획 중인 몇 가지 상품들이 더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가능성 높은 것들 위주로 간추린 것이다. 앞으로는 100km를 훨씬 뛰어넘는, 본격적인 <오비탈 : 위성궤도> 여행상품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러나 이번 편에서는 그에 앞서서, 우주로 가려할 때 겪게 될 상황과 느낌에 대해 미리 예상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자.


지구라는 거대한 중력에 저항하는 느낌, 그것은 고통


모든 것은 중력과 가속도에 관련이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너무나 자연스럽게 1G라는 지구 중력에 익숙해져서 그것이 특별한 환경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1G는 가속도를 말한다. 인간은 1G라는 가속도를 느낄 때, 그것이 정상인 상태라고 착각하는 셈이다. 만약 우주로 솟구치는 우주선에 탑승한다면, 일반적인 여객기에 탑승했을 때는 느끼지 못할, 큰 가속도를 체감하게 된다. 이러한 가속도를 미리 경험하자면 제일 손쉬운 장소가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자이로드롭 같은 놀이기구들이다. 그러나 놀이기구들은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인체에 큰 해가 없도록 섬세하게 조절해놨다. 몇 초 동안 3~4G의 가속도를 느끼게 하더라도 매우 짧은 순간이며, 가속도가 오르락내리락하며 스릴만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이와는 반대로 전투기나 우주선은 때론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가속도를 넘기기도 한다. 그것도 몇 초가 아닌, 더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우주선들은 지상에서 출발할 때 많은 연료를 탑재한다. 연료는 곧 무게이다. 그리고 로켓 엔진을 연소하면서 순식간에 모든 연료를 소모한다. 그 사이에 우주선 자체의 무게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엔진의 추진력은 여전하므로 점점 빨리 가속하게 된다. 즉, 우주로 갈 때 가속도는 처음엔 완만하지만, 차츰 빨라지게 된다. 가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므로 사람이 받는 압박감은 차츰 고통으로 변하게 된다.


무인 로켓들은 큰 상관이 없지만, 사람이 탑승하는 유인 우주선은 그러한 문제 때문에 로켓의 추진력을 차츰 줄여서 감소된 무게에 맞춰 가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추력을 줄이는 것도 한계가 있고, 효율성의 문제도 있어서 결국 기술자들은 승객의 탑승 편의성과 타협을 하게 되는 편이다.


우주선들은 이륙 시 1G부터 시작해서, 몇 분 내로 4G가량 가속된다.


다단 로켓은 1단 분리 후, 잠시 가속도가 낮아져서 1G 미만으로 떨어지곤 한다. 그것도 잠시, 다시금 2단 로켓이 맹렬하게 가속도를 높여서 또다시 2~3G까지 가속한다. 롤러코스터가 급경사로를 내려오고, 다시 또 올라가서 내려오는 식이다. 1단만으로 구성된 우주비행기들은 1~2분 정도의 시간 동안 빠르게 가속했다가 멈춘다. 위성궤도까지 가는 우주선이 10분가량 여러 단계의 가속 구간을 거치는 반면에, 카르만 라인을 겨우 돌파하는 우주선들은 로켓이 연소하는 2분 이내의 시간 동안만 급격한 가속을 체험하게 된다.



로켓 연소가 멈추면, 속도가 낮아지면서 가속도가 1G 미만이 된다.


정점에 도달하거나, 위성궤도에 도달해서 지구를 돌게 되면 가속도는 거의 사라진다. 아직 지구의 강력한 중력권에 잡혀 있음에도, 인체는 가속도를 느끼지 못해서 <무중력 체감 효과>을 얻게 되는 것이다. Zero-G 체험상품은 이미 러시아, 미국 등지에서 인기리에 판매가 되고 있다. 수백~수천만 원의 저렴한(?) 비용만 지불하면 10여 초의 짧은 무중력 체험을 몇 번씩 반복하며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카르만 라인에 도달하면 지구로 낙하하면서 그 시간이 3분 이상으로 늘어난다. 무중력을 3분 이상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다. 아예 위성궤도에 도착하면 그 시간이 무한대로 늘어난다.


일시적 무중력 상태는 인체에 큰 영향이 없다.
그러나 장시간 무중력에 머물면 인체는 변화한다.


우주여행을 시작할 때 느끼는 2~10분 사이의 가속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보다는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올 때, 자유낙하를 거치며 엄청난 속도로 가속하게 되고, 마침내 대기 저층부에 도달하면서 급격한 대기밀도 증가로 인해 마찰을 겪으며 받게 되는 마이너스 가속도는 위력적이다. 인체는 마이너스 가속도에 더 취약하다. 심지어 우주선들은 귀환 시 받는 대기 충돌 압력 때문에 매우 큰 압력, 열을 받게 된다. 매우 빠르게 낙하하므로 가속도는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며, 위험성 때문에 받는 심리적 영향도 매우 클 것이다. 덜컹거리면서 차츰 굉음을 내며 흔들리는 우주선 내부의 온갖 것들이 여행자를 위협할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수치상 4~8G를 오르내리는 마이너스 가속도는 상승 시 가속도에 비해 몇 배의 고통을 선사할 것이다. 다행히 큰 가속도는 잠깐만 지속이 된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 조차도, 인생에서 시간이 멈춘듯한 순간을 선사하게 된다고 한다. 많은 우주비행사들은 그들이 겪은 귀환 시의 최대 가속도 수치를 기억하는 편이다. 0G에서 시작해서 서서히 가속도를 느끼다가, 이윽고 계기판의 가속도 수치가 급증하면서 최대치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후 다시 가속도는 낮아지고, 무중력의 세계에서 순식간에 1G의 세계로 돌아오는 경험,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마이너스 G에 대해서는 지표면을 기준으로 속도를 높이거나 줄이는 방향성, 또는 우주선 내의 좌석 배치에 따라 인체가 직접 받게 되는 가속도의 방향성을 별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학자들은 가급적 피가 머리 쪽으로 쏠리는 마이너스 G를 예방하기 위해 좌석을 눕히는 등, 조치를 취해서 실제로는 우주선의 재진입 시에 순간 가속도만 느끼도록 배려하고 있다. - 관심 있는 여러분들의 조언.



우주여행 중의 사고 위험성


다소 끔찍할지도 모르지만 로켓이 상승하다가 폭발하거나, 귀환 시에 결함으로 공중에서 분해되면 탑승자는 고통을 느낄 겨를도 없이 산화할 것이다. 이와는 달리, 우주비행사들이 당하는 부상의 상당수는 대기권에 무사히 진입한 이후 착륙하면서 발생한다. 아예 지상에 격돌하여 파괴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듯 보이는 착륙 낙하산에도 불구하고 지면에 착지, 또는 수면에 착수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충격을 받게 된다. 아주 사뿐하게 소프트 랜딩을 하면 좋겠지만, 때론 하드 랜딩에 가깝게 지면에 충돌하곤 한다. 이소연 씨가 탑승했던 소유즈 우주선은 최종 랜딩시에 감속을 제대로 못해서 다소 강하게 지상에 추락했다. 훈련된 우주비행사, 하드랜딩에도 대비한 안전장치가 장착되었음에도 경미한 부상을 입기도 한다. 반면에 그러한 하드 랜딩에 대비하기 어려운 민간인 여행자들은 더 큰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민간 우주여행선은 반드시 그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착지하는 소유즈 우주선, 착륙시 완충효과를 위해 에어포켓을 만들었다.
재진입 시, 물리적 압박에 더해서 심리적 위협이 가세하여 공포를 배가시킨다.


민간 우주여행선은 상승 시 가속도를 가급적 완만하게 세팅하는 게 바람직하다. 귀환 시에는 가속도를 감소시킬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서브 오비탈 여행상품은 4~6G, 오비탈 여행상품은 6~8G를 견딜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사전 적응 훈련은 필수적이며, 신체검사와 적성검사를 통해 우주여행에 자질이 있는지 어느 정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상업적인 목적의 우주여행에서, 때론 그러한 안전성 기준이 수익추구라는 미명 하에 무시될 우려도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은 여행자 각자가 최종적으로 인지하고 감수해야 한다.



날개를 가진 글라이딩 방식의 우주비행기는 매우 부드러운 소프트랜딩이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항공기들의 착륙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반면에 캡슐형 우주선은 감속을 위해 낙하산을 사용하곤 한다. 낙하산이 일단 펴지면 안전하지만, 지상에 착지 속도가 비교적 빠르다. 스페이스X의 캡슐형 우주선은 이런 점 때문에 역분사를 이용한 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아마도 다른 여러 우주상품들도 민간 우주여행에서 약간의 효율성 저하는 있더라도, 쾌적한 여행의 마무리를 위해 역분사 방식을 적극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분사를 하려면 추가 연료가 필요하므로 비용이 증가한다.
또한 유사시를 대비해서 여전히 낙하산을 탑재한다.


만약 당신이 우주여행을 떠난다면, 카르만 라인까지만 도달하는 저가 상품의 경우, 실질적으로 지상을 떠나 우주로 다녀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남짓이 된다. 20km 이상의 고도부터 100km를 거쳐 다시 20km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느낄 수 있을지는 각자의 입장에서 다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100km 너머에는 지구 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 이들은 모두 지구의 소중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지구는 사실 매우 작은 별이다. 그 속에서 수십억 인류, 수백 국가들, 여러 종교들로 나뉘어 치열하게 살아가는 터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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