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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Mar 18. 2017

Space : 돌발 상황

안전한 우주여행을 위한 몇 가지 조언

본격적인 우주비행을 떠나기 전에, 우주비행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몇 가지 안전 수칙과 잡스런 것들도 열거해 본다. 우주비행은 1961년 이래로 벌써 반세기 넘게 지속되고 있는, 매우 전통 있고 품격 높은 모험이다. 우주비행사들의 사소한 행동, 물건 하나하나에는 모두 뜻깊은 이유가 담겨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르듯, 우주에 가려면 우주비행사들의 규칙을 따라 하자.



최초의 우주비행사는 누구?


교과서에는 <유리 가가린>이라고 나온다. 엄밀히 따지면 맞는 말이지만, 당시 우주경쟁 와중에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기준으로는 탈락이다. 세계 항공연맹으로부터 첫 유인 우주비행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우주비행사가 우주선에 탑승한 채 착륙해야 한다>고 기준을 정해놨지만, 착륙 시 위험성 때문에 가가린은 어느 정도 고도가 낮아졌을 때 우주선에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렸다. 유리 가가린은 우주로의 첫 여행을 성공시킨 인간이면서, 우주여행과 스카이다이빙을 동시에 즐긴 전무후무한 인물이다.


미국은 유인 우주선들을 바다에 착수시켰다. 바다에 착수하면 착륙 충격이 비교적 완화된다. 소련은 처음부터 우주선이 지상에 착지했었다. 왜 지상에 착륙했냐면, 소련의 위도에서 발사한 우주선이 소련 영내로 재진입할 때, 회수에 용이한 바다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단단한 지면에 충돌하듯 착륙할 우려 속에, 우주선에서의 스카이다이빙이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첫 우주비행사 타이틀을 쟁취했다. 훗날 이것을 알게 된 미국인들 조차도, 유리 가가린이 최초의 우주비행사라는 것을 마지못해 인정하고 있다.



우주로 가기 전에 500mL 생수병 하나를 꼭 휴대하자.


오래된 관습이다. 구소련의 모든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선에 탑승하기 전에,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 잠깐 멈춰 서서 타이어에 방뇨(!)를 했다. 이런 의식은 첫 우주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이 로켓으로 향하는 중간에, 갑자기 생리작용으로 어쩔 수 없이 내려서 실례를 했던 일화에서 유래된다. 하지만 육중한 여압복을 입고서 볼일을 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며, 여성의 경우는 노상에서 매우 난처하게 된다. 그래서 생수병의 물을 타이어에 뿌리는 것으로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의식>을 조촐하게 대신하기도 한다.


만약 당신이 남성이고 여압복이 볼일을 보기 쉬운 구조라면, 인생 첫 우주비행에 나서기 이전에 우주선으로 가는 차량을 잠시 멈춰 세우고 죄 없는 타이어에 의식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이면 생수 세례를 통해 대신할 수도 있다.


냉전 이전에는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의 고유한 의식이었으나, 지금은 러시아 우주선을 통해 우주로 가야 하는 전 세계 모든 우주비행사들이 대부분 따라 하는 보편적 관습이다. 이런 훌륭한(?) 전통에 동참해야 할 것 같은 느낌적 기분이 들지 않는가?

우주행 셔틀버스의 타이어를 적시는 성스런 세례 행사, 멋지지 않은가?



개인용 낙하산을 메야할까?


날개가 달린 우주선이 아닌 한, 우주에서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면서 속도를 줄이기 위해 낙하산을 사용한다. 하지만 낙하산은 매우 제한적인 물건이다. 보통 10km 고도까지 내려와서야 감속용 낙하산을 펼치고, 다시 1~2km 아래에서 주 낙하산을 펼친다. 낙하산은 대기밀도가 높은 곳에서나 역할을 제대로 하기 때문이다.


밀폐된 우주선 귀환 캡슐 안에서는 그렇다 쳐도, 만약 불의의 사태로 인해서 사람이 직접 뛰어내려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간단한 스카이다이빙 상식을 곁들여 생각해보자. 보통 스카이다이빙은 4km 미만의 고도에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린다. 산소마스크를 쓰고 고공에서 뛰어내리는 경우도 8km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주선은 이륙하고 1분 내외로 10km 고도를 돌파하며, 2분쯤 지나면 30~40km 높이에 도달한다. 이륙하고 곧바로 탈출해야 한다면 낙하산은 쓸모가 있겠지만, 10km가 넘는 고도에서 낙하산을 메고 탈출하는 경우는 상상조차도 어려운 일이다. 고공 낙하 교육을 따로 받거나, 경험 있는 스카이다이버가 아닌 이상 시도하기 어렵다. 5~6km 이상의 고도에서 뛰어내릴 때도 산소마스크는 필수적이다.



얼마 전 39km 고도에서 스카이다이빙을 성공시킨 사례가 있다. 기록을 달성한 이는 매우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스카이다이버였다. 또한 특수 제작된 스카이다이빙 장비가 동원되었다. 39km에서는 완전 밀폐된 여압복 없이는 숨을 쉴 수가 없고, 영하 50도가 넘는 추위를 견디기 위한 보온 대책이 필요하다. 39km에서의 낙하 결과, 진공 상태에 가까운 성층권 내에서 42초간의 자유낙하로 최고 속도가 마하 1.25에 도달하기도 했다. 2.5km 고도에서 낙하산을 펼치기 직전까지 4분 20초 동안 무려 36km의 높이를 추락한 셈이다.


초고고도 스카이다이빙 시에 가장 위험한 것은 활공 자세 유지를 위한 공기가 없고, 중력가속도로 계속 빨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만약 균형을 잃고 스핀이 시작되면 탈수기처럼 사람을 짓이겨 놓을 수 있다. 그리고 대기권 저층부에 도달해서도 빠른 낙하속도가 자연 감속되지 않아서 낙하산을 펼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39km에서 스카이다이빙이 성공했다고 해도, 100km가 넘는 우주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다이빙이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주로 가는 길목에서 직접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린다면 발사 직후 1분 이내에 통용될 수 있고, 그나마 두터운 여압복까지 갖춰 입은 상태여야 한다. 아마도 간단한 훈련만 받은 일반인이라면 낙하 즉시 기절하고 말 것이다. 자동으로 작동되는 낙하산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태껏 인간이 만든 우주선 중에서 그런 시스템을 갖췄던 것은, 60년대에 미국이 사용한 제미니 우주선뿐이다. 제미니는 탈출 로켓 대신에 전투기처럼 비상 사출좌석을 갖췄었다.

간단히 말해서, 우주여행 시 낙하산은 꿈도 꾸지 말자.



멀미와 구토에 대비하자.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 멀미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장시간 무중력에 노출되었을 때 흔히 일어나는 증상으로, 고도로 훈련받은 우주비행사들 조차도 다수 겪은 일이다. 고작 십여분의 <서브 오비탈> 우주여행에서는 멀미를 겪을 시간적 여유도 없는 편이다. 대신에 <구토> 증상은 매우 심각한 복병이 된다.



우주로 올라가는 도중에 몇몇 우주비행사들은 구토를 겪기도 했다. 구토 증상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지만, 개인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돈을 내고 잠시간 체험하는 값진 시간을 구토로 낭비하니 손해가 될 듯하다. 만약 일행들이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구토물은 중력과 무중력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선내에서 골칫거리가 된다. 어떤 우주선은 구토물이 사방으로 날아다녀서 고역을 치른 일도 있었다. (토사물뿐만 아니라, 분비물까지 둥둥 떠다닌 다른 우주선도 있긴 하다.)

매너 있는 우주여행객은 반드시 지퍼식 멀미 봉투를 준비한다.



여압복


지구 대기권은 매우 얇은 슬라이스 치즈 조각에 불과한 셈이다. 지표면에서부터 고작 3~4km만 올라가도 공기가 희박해져서 사람은 숨을 쉬기 곤란해진다. 7~8km 고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소마스크가 없으면 호흡을 하기 어렵다. 우주로 갈 때 30km 고도는 출발점이나 마찬가지인데, 고작 이 정도에서도 대기밀도가 1/200에 불과하여 <화성>의 지표면 대기밀도와 비슷해진다. 즉, 사실상 진공상태가 된다. 


완벽하게 밀폐된 우주선 내부는 진공 상태에서도 비교적 안전하다. 그럼에도 언제든 기체 결함으로 인한 사고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1971년에 구소련의 소유즈 11호는 우주선의 안전성을 믿고 승무원들이 체육복 차림으로 탑승했었다. 소유즈 11호는 한 달 가까이 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등, 성공적인 활동을 하고 지구로 귀환하였으나, 대기권 재진입시 선체에 균열이 생겨서 우주비행사 전원이 질식사하는 참변을 당한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로 갈 때 입는 우주복이란 것은 사실 여압복이다. 우주선 바깥으로 나가서 우주유영을 할 때 입는 우주 유영복과는 다른, 훨씬 가볍고 최소한의 생명유지만 가능하게 해준다. 영화 <그래비티>에서는 주인공이 선내 여압복을 입고 우주선 바깥을 활보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압복으로도 아주 잠깐은 가능하겠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100kg이 넘는 무거운 중장갑 우주 유영복을 입어야 한다.


수많은 선배들의 경험에 기인한, 우주비행사들의 놀라운 적응력
여압복을 입고, 헬멧을 내렸는데 갑자기 코끝이 간지럽다면?


우주비행용 여압복은 진공 상태에서 사람이 안전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영하 수십 도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어느 정도 보온/단열 기능도 갖췄다. 여기에 더해서 높은 중력가속도를 견딜 수 있는 G-슈트 기능까지 추가하면 좋을 것이다. 우주여행자들은 이러한 여압복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적응을 위해서 상당한 훈련이 필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백화점에서 입어보는 멋진 드레스 슈트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수천 벌 팔린 베스트셀러 우주 여압복,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개인용 에어컨이다. 여압복 내부 공기를 순환시켜 온도를 낮춘다.



실내 에티켓


우리가 보는 우주 드라마, 영화에서는 결코 나오지 않는 아주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좁고 밀폐된 우주선 내에서의 생리 현상 문제다. 사람은 하루에 여러 차례 소변과, 가급적 한차례의 용변을 봐야 한다. 그런데 좁은 방 내부 면적에 불과한 우주선 안에 화장실이 따로 있을 리 없다. 그럼 어떻게?

우주비행사들은 모두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한다.


우주상에 단 두 개 뿐인 명소

그나마 두 개의 근대적(?)인 화장실이 존재하는 국제 우주정거장을 제외하곤, 지구를 떠나 15km 이상의 고도에는 화장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여행객들은 우주선에 탑승하기 이전에 가급적 <지구에서 쾌적한 최후의 거사>를 즐기도록 하자. 10분 남짓의 초단기 우주여행 조차도, 탑승하고 발사를 대기하는 시간 동안에도 긴장해서 볼일을 보고 싶은 욕망이 치솟을 것이다. 엄청난 스릴이 엄습하는 발사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실례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작은 것이라면 큰 티는 안 나지만, 큰 것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냄새는 어쩔 수 없다.


아폴로 우주선들은 일주일 동안 달까지 왕복하면서 세 명의 우주비행사들이 좁은 선내에서 용변을 해결했다. 기저귀를 갈아 차는 동안 다른 동료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걸 만끽하기도 했다. 하지만 크루(Crew)라고 일컫는, 수년간 훈련으로 호흡을 맞춘 동료 이상의 관계가 아닌 이상, 만난 지 며칠 만에 같은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는 타인들 관계에서는 평생 기억날 흉측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설령 부부지간이라 하더라도, 함께 동승하여 며칠 코스의 우주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로 인해 생길지 모를 <심리적 충격>을 미리 예상하여야 한다.



혈압


뇌혈관계, 심혈관계에 우려가 있는 사람은 가급적 우주여행을 자제해야 한다. 훈련받은 조종사들은 높은 가속도를 G-슈트의 도움 없이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 그 비결은 바로 <응꼬에 힘을 꽉 주는, 온몸 근육을 경직시키는 자세>라고 한다.  혈관이 흐르는 부분의 근육을 경직시켜서 혈류 흐름을 잠시 저하시키는 게 비결이다. 그러나 그런 행위는 뇌혈관, 심혈관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화장실에서 쓰러져 응급실로 가는 노인들도 상당히 많다. 


우주여행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업적 민간 우주여행일지라도, 필수적인 최소한의 의학적 검진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우주여행이 보편화되면, 차츰 더 쾌적한 여행이 보장되며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와는 별개로 건강한 사람이 우주여행에 나섰다가 응급상황에 처하는 일도 분명 발생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주로 갔던 사람들은 수십억 인류 중에서 특별히 선발된 수백 명이었다. 이제 수십억 인류의 대부분에게 문이 열리는 셈이니 다소 부작용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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