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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Mar 19. 2017

Orbital : 궤도 우주여행

우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우주비행사들은 한번 우주에 가기 시작하면 보통 2~3회 이상 우주선에 탑승할 기회를 얻는다. 수십만 명의 지원자 중에서 선발된 500여 명의 우주비행사들만이 지구를 빙빙 도는 진정한 우주여행 <오비탈 : Orbital spaceflight>을 경험했다. 우주비행사들은 대부분 전투기 조종사, 과학기술자 등이 주축을 이뤘고, 간혹 교사, 방송기자 등이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 몇 년에 걸쳐서 엄격한 교육과 훈련을 통과한 프로페셔널들이다. 여러 국가들에게 우주비행사 배출의 기회를 제공해 온 러시아 같은 경우에도 최소한 몇 개월씩 집중적인 훈련을 거쳐서 우주에 잠시 체류하도록 도왔다.

미르 우주정거장의 우주 리포터, 아키야마 도요히로

그러면 민간 우주여행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비용을 누가 지불했는지 여부에 따라 분류하는 게 맞을 것이다. 만약 국가, 연구단체 등의 자금에 의지하여, 단체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우주여행을 했다면 순수한 민간 우주여행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1990년에 일본 TV 방송사는 방송 리포터를 미르 우주정거장에 보내서 특집 우주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의 경제 사정이 안 좋았기에 가능했는데, 이런 우주비행을 순수한 민간 우주비행이라고 보긴 또 애매하다. 민간인 여행자들은 개인적 호기심과 욕구 충족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돈을 내고 여행을 간다. 여러 기록들에서는 인류 최초의 순수한 민간 우주여행자를 미국인 갑부였던 <데니스 티토>로 보고 있다. 2001년, 티토는 순수하게 개인적 목적으로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 우주정거장에 도달했다.

티토는 2,000만 불을 지불하고 우주정거장에서 8일간 머물렀다.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자, 데니스 티토


관광 목적의 오비탈 우주여행은 이후 2009년까지 지속되어 7명의 여행객들이 8~15일가량 우주 체류를 했으며, 비용은 초기에 2,000만 불에서 시작해서 막판에는 4,000만 불까지 상승했다. 당시 러시아측의 이런 행보에 대해서 국제 우주정거장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던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우주를 돈벌이로 삼는 행동을 문제 삼은 것이다. 결국 2009년의 민간 우주여행을 끝으로 중단되어 다시는 재개되지 못한다.


7명의 민간 우주여행자 중에서 한 명은 두 번이나 우주로 다녀왔다.



궤도 우주여행이란?


인공위성이 지구를 도는 원리에 대해서는 설명을 생략한다. 이 책은 복잡한 우주기술 설명서가 아니라, 여행 가이드북일 뿐이다. 인공위성, 우주선이 지구로 추락하지 않고 계속 빙빙 돌기 위해서는 대략 200km 이상의 고도에서 7.8km/sec라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야 한다는 것만 암기하자. 너무 고도가 낮으면, 희박하지만 수백 km까지 펼쳐져 있는 미세 대기와 마찰로 속도를 잃고 추락한다. 또는 속도가 너무 느리면, 지구를 한 바퀴 돌기도 전에 지상으로 추락한다.


발사체는 로켓의 일종으로,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내기 위해 이륙 후 약 10분가량 맹렬한 가속도로 날아간다. 흔히 우주로 가기 위해서 무작정 상승한다고 보기 쉽지만, 실제로 발사체는 전체 에너지의 20%가량만 고도를 높이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대부분인 80%는 수평방향으로 속도를 올리게 된다. 발사체 비행 과정의 대부분은 수평으로 반듯이 누운 상태인 셈이다.



우주공간은 100km 이상의 높이라서, 발사체의 전체 에너지 중에서 고작 20~30%만 있어도 우주 구경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곧바로 지구로 추락한다. 지구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선 훨씬 많은 에너지로 가속해서 위성 속도를 내야 하는데, 위성 속도까지 내서 위성궤도를 돌게 되는 것이 바로 <오비탈 스페이스>, 궤도 비행이 된다. 최근의 <서브 오비탈> 우주체험 상품은 그냥 맛보기라고 보면 될 것이다. 진정한 우주여행은 <오비탈> 우주비행을 뜻한다고 봐야 한다. 덤으로 오비탈 우주비행에서는 우주에 체류하는 내내 무중력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서브 오비탈은 10분짜리 우주 체험, 오비탈은 며칠간의 우주여행



왜 NASA는 민간 우주여행을 달가워하지 않는가?


약간 의아한 일이지만, 우주개발의 선두주자인 미국 NASA는 민간인들이 우주로 진출하는 것을 그다지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예전에 우주정거장이 민간 우주여행 게스트하우스로 전용되는 것을 반대한 것은, 비좁고 한정된 공간을 단순한 관광 목적으로 내어줄 수 없다는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우주비행사들에 대한 긍지와 함께, 우주를 독점하고 싶어 하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이 잠재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주는 선택받은 소수의 전유물이다. - NASA의 속마음


하지만 관 주도의 우주개발은 이제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수십 년간 일부 업체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레 담합 비슷한 카르텔이 형성되어 작은 볼트 하나의 가격도 천문학적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더해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예산도 부족해지고 있다. 더 이상 우주에 돈을 펑펑 쏟아부을 나라는 없다. (아니, 중국이 있다)


민간 우주여행으로 인한, 민간자금의 유입은 이런 시기에 매우 좋은 대안이 된다. 실제로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같은 회사들은 IT업계를 통해서 많은 자금이 유입되었고, 기존 NASA주도하의 정부자금과 기술력에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물론 꿈의 직장이라는 NASA에 비해, 스페이스X 같은 경우는 철저하게 인건비를 뽑아먹는 편이다.

민간 우주회사들은 비용 대비 효율성이 기존 관산 업체들에 비해 훨씬 좋다.


앞으로 민간업체들이 우주산업에 계속 진출하게 될 것이다. 그런 흐름에서는 민간 자금의 유입을 위한 이슈가 필요한데, 기존의 관급 용역에 불과한 방식이라면 분명 한계점이 도출된다. 가장 좋은 이슈는 바로 <민간인 우주여행>이다. 의외로 세계 각지에는 자기 돈을 내고라도 우주에 가보고 싶어 하는, 돈이 넘쳐나는 부자들이 가득하다. 데니스 티토가 우주로 갈 무렵에도, 2,000만 불이라는 엄청난 거금을 지불하고 우주정거장에 단 며칠간 체류하겠다는 이들이 줄을 섰었다.




오비탈 우주여행은 언제부터 가능할까?


전편에 소개한 <서브 오비탈> 상품들, 버진 갤럭틱과 블루 오리진의 초단기 우주체험 상품은 곧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비탈 여행상품도 이미 기술적으론 가능하다. 단지, 너무 높은 가격대로 인해서 아직 구체적인 상품 기획안이 나오지 않았고, 설령 우주 궤도에 올라가도 뭘 해야 할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벤트 기획만 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시도될 수 있다.


우주로 가는 주요한 발사체들은 대부분 각국 정부, 연합 기구의 전유물이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이미 민간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그럴듯한 발사체를 보유하고 있다. 일회 발사 비용이 700억 원 정도인 팔콘 9 로켓이다. 블루 오리진 역시 <뉴 쉐퍼드>와는 차원이 다른 본격적인 발사체 <벌컨>을 개발 중이다. 전통의 기술 강호들인 록히드마틴, 보잉과 같은 업체들도 민간업체와의 제휴라는 방식으로 또 다른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발사체 문제는 비교적 빨리 해소가 가능하겠지만, 유인 우주선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현재 인류가 보유한 유인 우주선은 러시아의 소유즈, 중국의 선저우뿐이다. 소유즈는 우주정거장 프로그램을 소화하기도 벅차서 민간 우주여행객을 태울 여유가 없다. 선저우는 정치적 이유로 민간인 탑승이 어렵다. 하지만 곧 스페이스X와 보잉의 새로운 유인우주선이 탄생한다. 민간 발사체와 민간 우주선이 결합하면, 민간인의 오비탈 우주여행이 성사될 것이다. 그 시기는 빠르면 2~3년 내로 전망되었는데, 스페이스X는 내년에 시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스페이스X는 2018년에 달까지 두 명의 민간 여행객을 보내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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