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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Mar 20. 2017

Orbital : 드래건 우주선

스물다섯 살 청년의 꿈, Drangon V2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25세(화성 나이) 청년이 개발 중인 유인 우주선 드래건 V2는 빠르면 금년 말, 늦어도 내년 중에는 첫 유인 시험발사를 거쳐서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우주비행사들을 보낼 예정이다. 화제의 중심인 스페이스X와 일론 머스크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책이 되니 과감하게 빼기로 하자.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은 필자의 블로그에 이미 수십 개의 매우 긴(?) 글로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각설하고, 일론 머스크는 다시 인간을 달, 화성에 보내려고 한다. 또한 지구와 매우 가까운 지구 저궤도(LEO : Low earth orbit)에는 수시로 사람들과 물자를 운송할 작정이다. 그것을 위해서 매우 저렴한 발사체를 개발 중이며, 이 글이 쓰이고 몇 달 뒤에는 혁신적인 새로운 로켓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그동안 50년 가까이 정체된 인류의 우주 진출이 어떻게 한 사람의 개인 의지에 의해서 이토록 빨리 진행되고 있을까? 그것은 일론 머스크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이미 각국 정부가 수십 년에 걸쳐서 투자한 연구 결과가 꽃을 피울 시점이 되었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스페이스X는 충분한 기술적 토양 위에서 씨앗만 개화시킨 셈이다.



Dragon V2 Spacecraft


스페이스X는 이미 국제 우주정거장까지 십여 차례에 걸쳐서 NASA의 보급품을 운송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NASA의 용역비와 기술 지원하에 민간 우주 운송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안착했다. 팔콘 9이라는 매우 심플하면서도 탁월한 운송수단은, 높은 성공률을 자랑하며 무인 화물우주선인 드래건을 여러 차례 400km 고도의 우주정거장까지 보내고 도킹했으며, 심지어 다시 지구로 재귀환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제 그들은 드래건 우주선을 개량하여 단순한 화물이 아닌, 사람을 보내려고 한다.


드래건 V2의 비상탈출 실험, 동일한 역분사 엔진으로 착륙도 가능하다.


새로운 유인 드래건 우주선은 기존의 우주선들과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전통적인 캡슐형 우주선은 대기권에 진입하며 손상을 입어서 재활용을 하지 못한다. 재활용이 가능했던 우주왕복선은 활주로에 착륙해서 회수할 수 있었지만, 복잡한 구조와 커다란 덩치 때문에 재정비해서 다시 우주로 보내는 비용이 너무 비쌌다. 드래건 V2는 캡슐형 우주선임에도, 착륙 시 약간의 추진력을 이용해서 역분사 착지가 가능하다. 이미 로켓의 역분사 재착륙 기술은 팔콘 9 Reusable 기종이 수차례 성공시켜서 차츰 실용화되는 중이다. 경쟁사인 블루 오리진의 뉴 쉐퍼드 조차도 역분사 착륙에 성공하지 않았던가?


낙하산 착륙은 우주선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초속 5~10m라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지상, 또는 바다에 충돌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역분사 착륙은 지면에 닿기 직전에 속도를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 드래건 V2는 우주정거장까지 한꺼번에 7명의 많은 승객을 수송할 수 있다. 고작 10톤에 불과한 작은 우주선이지만, 새로운 설계 방식으로 수송 능력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소유즈는 3명, 우주왕복선은 2~11명 탑승이 가능했다.)


하지만 드래건을 기존의 우주선 설계 입장에서 보면, 우주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연안을 맴도는 작은 돛단배에 불과하다. 거센 파도를 견디기에는 턱없이 약해 보인다. 심우주(고도 1,000km 이상의 우주)에 보내기엔 한정된 공간과 얇은 외벽, 부족한 안전장치가 염려되기도 한다. 비판론자들은 드래건이 허약한 종이배에 불과해서, 깊은 우주를 항해하며 겪을 방사능과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드래건 V2와 비교되는 NASA의 새로운 우주선, 오리온 MPCV는 무려 15톤(캡슐 무게만)이며 4명의 승무원이 두터운 이중 외벽으로 우주로부터 보호받는다. 비상탈출 장치가 예술적 경지에 이른 오리온 우주선에 비해, 드래건 V2의 비상탈출 방식은 매우 과격하고 거칠어 보인다.



드래건, 위성궤도에 도달하다.


선행 모델인 드래건 무인 우주선은 이미 우주에서 완벽한 실용 테스트를 끝냈다. 드래건 V2 유인 우주선은 그러한 기술력을 이어받아, 1,000km 미만의 우주공간에서 사람을 태우고 며칠간 버티면서 여행할 수 있다. 충분한 보급품만 있다면 몇 주일 간 지구를 선회하며 우주여행이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 우주에서의 장기 체류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드래건 V2의 심플한 실내 전경


만약 드래건을 이용한 민간 우주여행이 성사된다면, 낮은 저궤도(아마도 400km 아래쪽)에서 지구를 수십 차례 선회한 뒤에 다시 재진입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우주에는 현재 사람이 장기간 머물 호텔이나 민간 우주정거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국제 우주정거장까지 간다고 쳐도, 그곳은 이미 각국에서 파견된 프로페셔널 우주비행사들이 점거 중이다. 빈 객실이 없어서 민간인은 들어갈 수 없다. 이런 문제로 인해서 드래건을 활용한 민간 우주여행 상품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우주선을 팔콘 9 로켓으로 우주에 쏘아 올리는데 들어가는 순수한 발사 비용만 해도 1,000억 원이 훌쩍 넘어간다. 7명이 탑승한다고 칠 때 일인당 200~300억 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특히, 본격적인 오비탈 비행을 위해서는 여행자들 조차도 매우 강도 높은 훈련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교육 비용과, 여러 제반 비용까지 합치면 유인 우주선의 발사는 일반적인 화물 로켓과는 큰 차이가 난다.

서브 오비탈 2~3억 원 vs. 오비탈 200~300억 원


여태껏 우주로 다녀온 순수 민간인 여행객은 단 일곱 명이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자금난에 몰린 러시아 우주국이 소유즈 우주선으로 자국에 할당된 국제 우주정거장 탑승 시드에 돈을 받고 민간인을 보냈기 때문이다. 최초로 우주여행에 나선 티토는 200억 원가량의 비용을 지불했었다. 이후 비용은 계속 올랐고, 막판에는 400억 원가량 했다. NASA 역시 우주정거장으로 자국 승무원을 보내기 위해서 러시아와 탑승 티켓 구매 협상을 하는데, 처음에는 약 300~400억 원대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무려 800억 원에 육박한다. NASA 조차도 독과점으로 인한 비용 부담 때문에 서둘러서 민간 유인우주선 용역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드래건 V2 우주선은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스페이스X 독자적으로는 유인 우주선을 개발할 기술력과 자금이 부족했었다. 그리고 새로운 유인우주선은 때론 민간 우주여행에 사용될 수도 있다. 전자레인지를 생각해보라. 군용 레이더 기술이 민간 산업에 이양된 좋은 예이다. 정부의 예산으로 축적된 NASA의 기술력이, 민간 기업에 전수가 되었고, 그것은 또다시 민간인들의 우주여행에 활용될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한정된 규모의 유인 우주비행 분야에서 티켓값이 너무 비싼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인들이 우주로 나가길 원하고, 그 시장이 팽창된다면 규모의 경제학이 적용되어 비용은 차츰 낮아질 여지가 크다. 그런 점에서 매우 적절한 시장을 개척하는 셈이다.


당장은 1회 발사 비용이 2,000억 원을 호가할 수 있다. 또는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속되는 우주여행 수요가 뒷받침되면 차츰 비용은 낮아져서 일인당 200억 원에 근접하게 될 것이다. 로켓은 꽤 안정적으로 재활용될 것이며, 우주선 조차도 여러 차례 재활용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우주왕복선은 일인당 운송비용이 거의 1,000억 원 가까이 들어갔다.



드래건의 다음 목적지


최근에 일론 머스크는 두 명의 민간인을 달 선회 궤도까지 보낸다고 밝혔다. 해당자들은 일주일간의 우주여행에 대비하여 이미 훈련 중이며, 계약금도 낸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드래건 V2는 아직 유인 테스트를 거치지도 못했다. 일론 머스크의 <화성행 대작전> 발표 역시 매우 혁명적이었는데, <민간인 달 여행> 발표도 모험성이 꽤 강하다.


달까지 가려면 이 녀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금년 여름에 스페이스X의 새로운 발사체, <팔콘 헤비>의 첫 시험발사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우주기술에서 일정을 제대로 맞추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드래건 우주선을 달까지 보내려면 기존의 팔콘 9으로는 부족해서, 반드시 팔콘 헤비가 필요하다. 아직 상용화도 안된 로켓과 우주선으로 달까지 상업 우주여행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발표대로 2018년 말까지 달나라 여행이 성사된다면, 그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 된다. 경험상 새로운 로켓과 우주선이 제대로 상용화되고, 신뢰성이 입증되기까지는 몇 년 더 걸리기 쉽다. 그렇다고 불가능하다는 뜻도 아니다. 팔콘 헤비와 드래건 V2의 제원을 고려하면, 두 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달을 선회하는(착륙하는 건 아니다) 코스로 일주일간에 걸쳐서 백만 km가 넘는 거리를 항해하고도 남는다.


드래건 V2는 당초 지구에 가까운 저궤도에서 사용할 목적의 우주선이다. 달까지 항해하려면 기존의 설계에 덧붙여서 많은 보강작업이 필요하고, 더 많은 물자와 장비를 탑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탑승정원인 7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줄어든 무게만큼 연료를 더 늘릴 것이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지구를 일단 벗어나서 오비탈 위성궤도에 진입하면, 달까지는 매우 지척인 거리다. 다만, 오비탈까지 올라가는데 너무 많은 연료를 소모해서, 정작 오비탈에 도달해서는 꼼짝도 못 하고 주저앉기 쉽다. 팔콘 헤비는 매우 강력한 로켓으로, 드래건을 달에는 물론이고, 화성까지도 보낼 수 있다.

드래건은 사람을 태우고 화성으로 갈 수 없지만, 무인 상태로는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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