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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Mar 22. 2017

Space : 호텔 비글로우

태양계를 아우르는 거대한 호텔 체인의 서막

우리가 오비탈 우주여행을 떠난다고 해도, 사실 텅 빈 우주를 헤매다 돌아오게 될 것이다. 지구에서 가까운 곳을 지나서 달까지 가려면 직선거리로 약 38만 km, 실제로는 포물선으로 50만 km 이상을 날아가야 한다. 게다가 달까지 가려면 더 큰 로켓과 튼튼한 우주선이 필요하므로 비용은 몇 곱절 더 들어가게 된다. 지구 저궤도 여행상품의 가격도 이미 200~800억 원 사이로 추정되는 마당에, 수천억 원을 지불하고 달까지 가는 건 조금 망설여진다.

그냥 지구 주변을 하염없이 빙빙 돌기는 너무 억울하다.
국제 우주정거장에 부착된 비글로우 실험 모듈

그런 분들을 위해 새로운 개념의 여행 목적지가 준비 중이다. 바로 <우주 호텔>의 등장이다. 미국의 호텔 체인 창업자인 <로버트 비글로우>는 이미 1998년에 우주 숙박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비글로우 에어로스페이스 : Bigelow Aerospace>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NASA에서 연구하던 새로운 형태의 <팽창식 우주 거주 모듈>의 기술을 인수하여 발전시키며, 실제로 이미 우주로 실험용 거주 모듈을 쏘아 올려 구체적인 계획을 진행 중이다. 2006년과 2007년에 러시아의 ICBM을 개조한 로켓을 이용하여 두 차례 테스트 모듈을 우주로 보내서 실험했고, 작년에는 스페이스X의 드래건 무인 화물선을 사용해서 국제 우주정거장에 소형 실험 모듈을 부착하는 예행연습을 끝마쳤다.


2020년에는 실용화 단계의 대형 거주 모듈인 BA 330 <노틸러스>를 400km 이상의 고도로 쏘아 올려서 6명의 우주 관광객이 60일간 우주에서 체류할 수 있도록 돕는 <우주 호텔 임대 사업>을 내놓았다. BA 330의 내부 공간은 330 입방미터의 체적으로,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큰 모듈에 비해 두 배 이상 넓다. 스페이스X의 드래건 V2 우주선 내부가 고작 10 입방미터임을 감안하면, 비좁은 우주선에서 며칠 동안 하염없이 우주를 배회하는 것보다, 훨씬 쾌적한 공간에서 무중력을 만끽하며 아름다운 지구를 수백 차례 돌면서 관찰할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BA 330은 무게가 20톤이 넘는다. 이보다 6배 이상 더 큰 BA 2100도 개발 중이지만, 당분간 인류가 보유한 로켓으로는 운반할 수가 없어서 BA 330으로 당분간 만족해야 할 것이다. 비글로우는 커다란 팽창식 거주 모듈을 달과 지구 사이의 <라그랑쥬 호텔>, 달 표면의 <월면 호텔>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물론 당분간은 지구 저궤도 호텔만 운영될 것이나, 차츰 인간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 달 표면까지도 여행 목표가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호텔 숙박 가격을 알아보자. 지구 저궤도의 BA 330 호텔에 60일간 머무는 패키지여행 가격은 최저 5,125만 불로 소개가 되고 있다. 이 비용에는 드래건이나 CST-100 같은 우주선의 왕복 운임이 포함된 것이다. 만약 330 입방미터 호텔 체적에서 1/3을 독점해서 사용하고 싶다면 단 2,500만 불을 추가 지급하면 된다. 호텔에 머무르는 동안에 필요한 모든 생필품도 무료 제공된다. 우주 공간으로 생수 2L를 운반하려면 택배 운임이 무려 5천만 원가량 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한 패키지 비용이 될 수 있다.

비글로우 우주 호텔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창밖에 비치는 지구를 감상하자.


비글로우 BA 330은 텅 빈 우주 공간에서 여행자들이 쉴 수 있는 작은 등불이 될 것이다. 국제 우주정거장은 훨씬 크고 멋있지만, 전문 우주비행사들의 공간이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또한 조만간 분해돼서 사라질 운명이다. 러시아를 제외한 국가들의 모듈은 아마도 고도를 낮춰서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소각될 것이다. 러시아의 모듈들은 따로 활로를 모색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매입하여 또 다른 우주 숙박업에 도전할 기업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그때까진 비글로우가 민간인들에겐 유일한 오비탈 우주여행 목적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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