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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Mar 23. 2017

Space : 두 번째 한국인

우주로 가는 다음번 한국인은 누가 될까?

2008년에 최초의 한국인 우주비행사 <이소연>씨가 탄생했다. 비록 11일간의 짧은 우주여행이었지만, 우주로 가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며 여러 가지 실험을 수행한다. 이에 대해서 이소연 씨가 진정한 우주비행사인지, 아니면 우주관광객인지 다소 논란이 있었다. 미국식 기준으로는 우주비행사, 우주 미션 수행자, 우주비행 참가자로 세분화되는데, 이소연 씨는 우주비행 참가자에 불과해서 정식 우주비행사는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반면에 러시아식 기준으로는 우주비행사가 맞다.


필자의 견해로도 이소연 씨는 우주비행사가 맞는 것이다. 다만, 상업적 목적의 우주비행사 분류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우주관광객으로 분류할 수도 없다. 만약 우주관광객이라면 자비로 개인적 욕구 충족을 위해 우주로 갔어야 한다. 그러나 분명히 한국 정부의 지원하에 국가적 우주 미션을 수행하기 위함이므로 우주관광객은 아니다. 그가 수행한 여러 가지 실험은 기초적인 수준이었지만, 우주기술에 문외한이었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매우 소중한 성과였음이 자명하다.

먹튀 논란은 해프닝에 불과하다. 최초 우주인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했다.



우주로 가는 두 번째 한국인


이제 곧 민간 우주여행의 시대가 도래한다. 비록 <서브 오비탈> 우주체험의 비용이 3억 원에 육박하고, 본격적인 <오비탈> 우주 체류 비용은 수백억 원을 홋가하더라도, 누군가는 언젠가 갈 것이다. 아마도 카르만 라인을 돌파하는 서브 오비탈 체험은 꽤 단시간 내로 성사될 수 있다. 훈련 기간도 며칠에서 몇 주일 사이로 짧고, 모금이나 금융지원, 혹은 기업의 후원이나 CF 등을 이용해서 해볼 용의가 있는 사람은 꽤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서브 오비탈 비행은 순식간에 끝이 나고, 여행자가 얻는 것도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우주에 올라서 지구를 바라보며 느낀 감흥을 여행기로 써내기도 쉽지 않고, 어떤 철학적인 느낌을 받기도 힘들다. 요동치는 로켓 안에서 지상의 지인들과 SNS로 실시간 라이브를 즐기기도 애매한 시간이다. 보여줄 수는 있지만, 지상과 대화하며 뭔가를 만들어낼 시간은 부족하다.

서브 오비탈 체험은 현장에서 생생한 느낌을 생각으로 정리할 여유가 없다.


서브 오비탈 체험은 이러한 점 때문에 아마도 방송 프로 등에서 영상을 이용한 볼거리 위주의 예능 프로로 만들기 적격일 것이다. 웬만한 티브이 방송국이라면 충분히 시도해 볼 여지가 있고, 비용도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우주로 나간 두 번째 한국인 타이틀도 노려볼 수 있으니, 굳이 티브이 방송국이 아니라도 사비를 들여서 시도할 이도 분명 있을 듯싶다.

이소연 씨는 지구를 160회 이상 돌았던, 진정한 우주비행사다.


이소연 씨가 우주에 머물렀던 11일 동안, 지구를 160바퀴 이상 공전했고, 총 비행거리는 600만 km가 넘는다. 카르만 라인을 돌파하기 위해 떠올랐다가 귀환하는 우주선의 비행거리는 고작 300km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최대 상승고도 역시 100km대에 머물러서, 우주정거장이 떠있는 400km 높이와는 큰 차이가 난다. 차원이 다른, 본격적인 우주여행에 나설 두 번째 사람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우주에 체류하는 600억 원짜리 티켓, 누가 감당할 수 있나?


수백 억 원의 여행 비용은 일개 개인이 감당하긴 힘든 일이다. 해외의 경우, 자력으로 돈을 모은 IT업계의 갑부들이 많고, 도전 정신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에 이미 200~400억 원을 내고 우주로 다녀온 이들이 있다. 심지어 기회만 주어진다면 우주로 가겠다는 부자들이 줄을 서 있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조금 다르다. 부는 대부분 상속되고 있고, 경제적 여유와 도전 정신을 함께 가진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아마도 국내에서 준재벌급 이상의 누군가가 오비탈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사회적으로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방송국의 예능 프로에서도 몇 억 원이면 모를까, 단위가 100배 넘게 많은 본격적인 우주여행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한 돈을 투자해서, 광고수입이나 판권 수입 등으로 얻을 것은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CF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럼 어떻게 오비탈로 다시 한국인을 보낼 수 있을까? 해법은 비교적 간단할지 모른다.



이소연 씨가 왜 우주로 갔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 당시 우리나라는 IMF를 막 지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던 시기이다. 그러면서 <한국형 발사체> 계획이 시작되었고, 우주항공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국내 여건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국민들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기보다는, 땅을 쳐다보며 살던 편이다. 이미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덩치에 비해서 기초과학이나 항공우주분야에 대한 투자가 보잘것없던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인 최초의 우주비행사를 배출한다는 계획은 아마도 두 가지 목적으로 추진되었으리라. 첫째, 우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일깨워서 향후 우주항공 분야의 국내 저변을 확대한다. 둘째, 이만한 경제규모에 우주비행사 한 명도 배출 못했다면 국가적 망신이므로 자존심을 회복한다. 그래서 전국민적 관심 속에 공개 우주비행사 선발이 이뤄졌고, 1순위 <고산>, 2순위 <이소연>으로 결정되어 러시아로 향한다. 2008년은 아직 러시아가 민간 우주여행객을 받아들이고 있었고, 비교적 개방적 분위기에서 다른 나라들의 우주비행사 탄생을 돕던 시기이므로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이미 80년대에 아프가니스탄 우주비행사가 탄생했을 정도니, 한국의 우주비행사 배출은 꽤 늦은 편이다.


260억 원의 비용이 지불되었고, 두 명의 우주비행사 후보는 러시아에서 본격적인 우주비행사 훈련을 받는다. 그러나 중간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해서 예비후보였던 이소연 씨가 우주로 가는 영광을 누린다.

두 번째 우주비행사로는 고산 씨가 다시 도전하는 게 어떨까? 가능하다면...


그 뒤 우주비행사에 대한 요구는 사라졌다. 아직 우리 사회가 우주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준이 안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태로 지속이 되면 21세기 중반에는 국제적으로 낙후된 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주요 국가들은 전부 우주로 본격적인 진출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럴 것 같은가?


20세기의 우주경쟁은 지구 가까운 곳을 선점하여 군사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목적이 컸다. 달 정복 경쟁은 양 진영의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자존심 경쟁이었다. 그리고 21세기의 새로운 우주경쟁은 좁은 지구를 떠나, 근본적인 확장을 위한 경쟁이다. 아니, 인류의 문명을 영속시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문명의 진화 과정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씨앗을 뿌리고, 꽃이 피며, 다시 꽃잎이 지는 시기를 지나면... 새로운 씨앗을 다른 곳으로 뿌려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는 삼성전자를 예로 들자. 삼성은 혁신과 진취성을 가져야 앞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삼성의 경쟁 관계에 있는 해외 수많은 IT업체들은 오너나 경영자가 직접 우주로 가는 퍼포먼스를 수없이 벌이게 될 것이다. 작금의 민간 우주여행 트렌드가 IT업체의 자금에 주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 반증이다. 하지만 삼성은 오너가 직접 우주로 갈 의향은 없어 보인다. 그럼 다른 사람을 보내면 되지 않을까?


우주로 대기업 후원하에 나아가는 사람은 해당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엄청난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고 주장하는 기업 내 홍보담당자가 분명 있을 것이다. 단기 홍보효과만 보지 말고, 우주를 선점하는 거시적 효과를 직시해야 한다. 애플도 가고, 인텔도 가고, 구글도 간다. 이것은 확실하다. 삼성만 안 간다? 가기 싫으면 그냥 지구에 남아있으라. 아마 화웨이, 샤오미도 선저우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갈 것이다. 소니는 새로운 자국 우주선을 타고 뒤늦게 올라갈 것이다. (미안하다 엘지.)

말 몇 마리 사는 것보다, 우주로 사람 한 명 보내는 게 훨씬 낫다.



아니면 클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모금하여 일부 충당하고, IT 업체 등과 연계한 이벤트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우주 호텔이 상용화되면, 매일 한두 차례씩 한반도 상공을 지나면서 직접 교신도 가능하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인터넷이 연결되어 우주에서 지상과 SNS로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전송할 수도 있다. 몇 주일 간 우주에서 우주 특파원 신분으로 티브이에 <날씨 정보> 대신 출연해서 우주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다. 이제 과학실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상과 연계된 스토리 텔링이 필요한 시기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떤 부류의 사람이 우주로 가는 게 좋을지 조금 망설여진다. 남성? 여성? 연예인? 리포터? 아니면 여행작가? 다른 것은 몰라도, 풍부한 감성을 지니고 지구에 남은 이들의 성원에 부합할 만한 좋은 스토리를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사람이 적격이다. 우주선 창밖으로 보이는 지구, 한반도를 바라보며 뭔가 이야기를 해줄 때, 지상의 많은 사람들이 그의 목소리, 표정, 사진, 글로서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로 후원자들의 DNA 샘플이나, 소원을 적은 글귀 등을 적은 명판을 가져가서 오랜 기간 지구를 돌게 하는 퍼포먼스도 괜찮을 것이다. 우주는 그 자체로 별 의미가 없을지라도, 이야기를 결합하면 일반인들에게도 꽤 멋진 공간이 된다. 별자리 이야기가 그렇다. 자신이 태어난 별자리는 누구나 알지 않는가?


첫 우주비행사는 하고 싶은 것을 못했다. 민간 우주여행자는 훨씬 자유롭다.



오로라는 100km 높이부터 펼쳐진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오로라와, 지상에서 보는 그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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