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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Mar 28. 2017

Moon : 달나라 여행

우리의 꿈은 달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40억 년 전, 지구와 태양계가 형성될 무렵, 원시 지구는 행성급 크기의 또 다른 거대 소행성과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충돌 여파는 대단해서 지구의 구성물질과 합쳐진 소행성의 충격으로 수많은 잔해가 우주로 튕겨져 나갔으며, 오랜 시간에 걸쳐서 차차 지구 주위를 도는 가까운 궤도에 달을 형성했다고 한다. 초기의 달은 지구와 매우 가까워서 지구에 엄청난 조석 작용을 일으켰지만, 차츰 지구에서 멀어지면서 현재의 위치에 도달한다. 태양계 행성들이 보유한 위성 중에서 달은 압도적으로 큰 크기를 자랑하며,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에서 모 행성의 크기와 비교할 때 위성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대하다. 덕분에 밤하늘에서 큰 크기로 육안 관측이 가능하고, 중력으로 인해서 느껴질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기 시작할 때, 첫 번째 도전 목표가 달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거대한 위성이기에 중력의 상호작용으로 비교적 손쉽게 다른 천체인 달까지 궤도 역학을 이용해서 도달할 수 있다. 만약 달이 없었다면 인류는 아직도 지구 저궤도에서만 맴돌게 되고, 화성이나 금성 같은 가까운 행성까지 도달하기에는 기술력이 부족하여 우주 도전에 대한 동기가 약해졌을 것이다.


만약 달이 없었다면 인류는 다른 행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훨씬 늦게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이 행성, 다른 항성 인지도 분간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달이 지구의 바로 옆에서 존재했기에 인류는 인지적으로 밤하늘에 떠있는 많은 별들이 서로 다른 형태인 것을 이해하는데 보다 쉽게 다가설 수 있었다.


인류 로켓기술의 선구자들은 대부분 공통적으로 쥘 베른의 달 탐험 소설에 자극받았고, 훗날 군사적 경쟁으로 우주로켓기술이 급격한 발전을 하는 와중에도 수뇌부를 설득하여 달 탐사 경쟁에 나서도록 한다. 왜 인류가 달에 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아마도 솔직한 답변으로 "우리의 꿈이 달에 도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 필자의 또 다른 연재물 <프로젝트 로켓> 중에서 -



The Moon


이제 우리의 기나긴 여행은 지구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다른 별까지 이른다. 지구는 어떤 의미에서 매우 축복받은 행성이다. 우주로 나아가려면 수억 km를 지나서 다른 행성까지 가야 하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고작 38만 km만 벗어나면 다른 별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달"이다.

달까지는 벌써 24명의 인간이 방문했었다.


아폴로 계획 당시, 아폴로 10호에서 시작하여 17호에 이르기 까지, 무려 8대의 우주선이 달에 도착했었고, 그중에서 6대는 직접 달 표면에 착륙하기까지 했었다. 24명의 달 방문자 중에서 12명이 달에 발자국을 남긴 사람들이다. 그리고 45년 동안 아무도 달에 가지 못했다.


2018년에 미국의 새로운 발사체인 SLS의 첫 시험 발사가 예정되었고, NASA의 심우주 우주선 오리온이 달까지 선회하는 코스를 무인 비행할 예정이다. SLS는 마치 아폴로 계획 당시의 <새턴 V 로켓>과 흡사한 형태이다. 3,000톤이었던 새턴 V에 비해, 2,300톤으로 다소 가볍지만(?) 향상된 기술력으로 거의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다. 2020년대에는 달 근처의 궤도에 미리 잡아둔 소행성까지 오리온 우주선을 타고 NASA 우주비행사들이 직접 가서 탐사할 계획이었다. 달에 착륙하진 않지만,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달을 바라보며 소행성까지 탐사하는 일석이조의 계획인 셈이다.

일론 머스크가 2018년에 달까지 여행객을 보낸다고 한다.


스페이스X는 이러한 NASA의 달 계획에 슬쩍 새치기했다. SLS에 비해 더 가벼운, 곧 테스트될 새로운 발사체 <팰컨 헤비>에 자사의 유인 우주선을 탑재하고 달까지 보낸다는 것이다. 비행하는 코스는 SLS-오리온의 그것과 동일하다. 달에 착륙하진 않고, 그냥 달을 한 바퀴 돈 뒤에 다시 지구로 직행하는 경제적인 코스이다. 이를 위해서 이미 두 명의 민간인 여행객들이 계약금을 지불했으며, 우주비행사 훈련에 돌입했다고 한다.

우리가 이러려고 수천억불 쏟아부었나 자괴감이 들어... (NASA)


여태껏 달은 NASA의 전유물이었다. 달까지 도달한 수많은 탐사선들이 있지만, 사람을 보내서 깃발 꼽고 영광을 독차지한 것은 미국의 NASA 뿐이었다. 앞으로 상당기간 더 그럴 것이 유력했지만,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가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심지어, 달에 가는 25번째 사람은 정규 우주비행사가 아닌, 민간인 여행자들이란다. 이제 더 이상 우주는 NASA의 독무대도 아니며, 일개 기업에게도 밀려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당초 일론 머스크는 여러 지식인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하는데 반대해온 편이다. 그러나 그런 머스크 조차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과학 고문으로 활약하고 있다. 때마침 트럼프는 취임과 함께 NASA의 중요한 프로젝트인 <달 인근에서의 소행성 유인 탐사>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마디로 NASA의 유인 심우주 계획은 제대로 틀어진 거다. 그 사이에 스페이스X는 달 찍고, 화성까지 갈 찬스를 잡았다.



Fly to the Moon


달까지 다녀오려면 직선 왕복거리로는 약 77만 km, 실제로는 8자 코스를 돌면서 100만 km가 넘는 거리를 비행해야 한다. 달에 다녀오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삼일 가량 걸려서 도착한 뒤, 그대로 달 뒷면을 돌아서 지구로 귀환하는 것이 2017년에 스페이스X가 택할 방식이다. 이 경우, 달 뒷면을 돌 때 최저 50km 고도까지 달 표면에 근접하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일주일의 여행 기간 중에, 고작 몇 시간 동안 달에 아주 근접해서 고배율 망원경으로 달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선은 달 뒷면의 최저 고도를 지난 뒤에 다시금 엔진을 켜고 지구로 곧장 돌아오게 된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복잡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저렇게 하면 최소한의 연료를 사용해서 달과 지구를 왕복하는 셈이다. 이 코스로 항해했던 우주선은 그 유명한 <아폴로 13호>가 있었다.

내년의 여행객들은 달을 그냥 한 바퀴 지나쳐서 돌아온다.


두 번째 방식은, 아폴로 10호가 달에 최초로 도착하고도 착륙하지 못했던 케이스와 동일하다. 일단 달까지 도달한 뒤에 엔진을 꽤 오랜 시간 가동해서 속도를 줄인다. 그러면 달의 중력권에 남게 되어 인공위성처럼 달을 영원히 빙빙 돌게 된다. 첫 번째 방식에서는 너무 속도가 빨라서 달을 한 바퀴 돈 뒤에 다시금 우주로 내동댕이 치는데 반해, 속도를 적당히 줄이면 달 궤도에 안착할 수 있다. 물론 연료를 더 써야 해서, 꽤 많은 연료를 탑재하고 가야 한다. 다시 지구로 귀환할 때도 낮춰진 속도를 더 올려야 해서 엔진을 잠깐 연소시켜야 한다.

달 궤도에 머무르기 위해선 거의 두 배에 이르는 추가 운임을 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 아폴로 11호가 최초로 달 정복자라는 명예를 획득한 방식이다. 일단 달 궤도에 진입한 우주선에서 착륙선이 분리하여 달 표면에 착륙한다. 그런데 달 표면에 착륙했다가 다시 이륙하여 모선에 도킹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달 궤도에 머무르기 위한 그것에 비해 훨씬 많이 필요하다. 달에는 공기도 없어서 낙하산 따위도 쓰지 못하고, 오로지 엔진의 역분사로 중력을 이겨내야 한다.

달 궤도에서 표면까지 내려가는 것은, 몇 배의 운임이 더 필요한 스페셜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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