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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Mar 28. 2017

Moon : 문 익스프레스

달 여행의 이모저모

스페이스X의 현재 능력


우주여행 가이드 북의 목적에 충실하자. 현재 달까지 사람을 보낼 수 있는 실천 가능한 기술력과 잠재력이 있는 집단은 NASA와 스페이스X가 유일하다. 물론 조금 더 지나면 블루 오리진, 중국의 항천국 등이 가세할 것이다. NASA는 십 년 전까지 다시 달에 착륙하는 계획을 구상했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과감하게 그걸 잘랐다. 스페이스X는 달까지 사람을 당장 보내기엔 조금 부족하다. 대신에 조그마한 우주선으로 달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일단 달 여행을 성사시키려는 것이다.


스페이스X가 가진 현재의 발사체, <팔콘 9> 으로는 10톤 중량의 작은 드래건 우주선을 달까지 보낼 수 없다. 추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곧 시험 발사될 <팔콘 헤비>는 15톤의 중량물을 달 궤도까지 보낼 수 있다. 드래건 우주선에 장거리 항해에 필요한 자재와 연료를 탑재하고 달까지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새턴 V 로켓은 3,000톤 중량으로 45톤의 중량물을 달까지 보낼 수 있었다.

SLS 로켓은 2,300톤 중량으로 30톤의 중량물을 달까지 보낼 수 있다.

팔콘 헤비 로켓은 1,400톤 중량으로 15톤의 중량물을 달까지 보낼 수 있다.


팔콘 헤비로도 달까지 보내는 우주선은 매우 적은(?) 중량이 된다. 거창하게 달 착륙선까지 같이 보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심지어 우주선 자체도, 아폴로 계획 당시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약간 비약하자면, 연안에서 레저용으로 개발된 작은 돛단배를 가지고 현해탄을 건너는 셈? 넓은 바다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일단 떠서 갈 수는 있다. 아폴로 우주선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태양풍 같은 불의의 사태에 대한 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훗날 비판도 있었지만, 확률적으로 낮은 위급 상황까지 대비하기엔 기술력과 시간이 모두 부족했던 게 당시 상황이다. 오리온 우주선은 그나마 조금 더 진보된, 방사능에 대한 대처가 향상되었다. 이마저도 완벽한 수준은 아니라서 약간의 운이 필요하다. 드래건 우주선은 그딴 것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안전하게 지구의 자기장에 머무는 것을 가정하고 설계된 것이다.


달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우주 관광객들은, 매우 낮은 확률의 심각한 위험에 일주일 간 노출될 것이다.



달 선회 여행의 비용은?


팔콘 헤비의 1회 발사 비용은 재활용을 전혀 하지 않았을 때 약 1,700억 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근처에 인공위성을 띄울 때는 일부를 재활용하며 비용을 낮출 예정이지만, 달까지 우주선을 보낼 때는 로켓의 성능을 모두 끌어내어 사용하므로 재활용은 못한다. 통상적인 로켓처럼 일회성 소모품으로 사용될 것이다.


드래건 유인 우주선의 발사 비용은 지구 저궤도에 보낼 때 600~7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최대 7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기껏해야 하루 이틀만 독자적으로 우주에서 활동하면 되고, 우주정거장이나 우주호텔에 도킹하여 대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까지 갈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연료와 보급품을 잔뜩 탑재해야 하고, 우주선 내부에도 여러 가지 안전장치와 생명유지장치를 탑재해야 한다. 오리지널 드래건 우주선은 사실상 빈 깡통에 가깝다. 결국 7인승 우주선이라지만, 달까지 왕복하는데 고작 두 명의 사람만 탑승시킬 수 있는 셈이다.


달에서 지구로 돌아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역시 문제가 된다. 지구 저궤도에서 돌아오는 우주선은 비교적 속도가 느리다. 반면에 달에서 돌아오는 우주선은 속도가 훨씬 빠르고, 대기권 재진입시 마찰열이 상당하다. 아폴로 우주선의 경우, 달에서 돌아와서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고도 400km부터 마찰열을 받았다. 또한 마찰열의 온도가 무려 2,750도에 이르렀다. 우주왕복선이 재진입할 때 고도 100km부터 최고 1,600도의 마찰열을 겪은 것에 비하면 차원이 다르다.


드래건 우주선으로 달 왕복을 하려면 대기권 재진입시에 대비한 내열 대책이 보강되어야 할 것이다. 오리온 우주선은 그런 점에서 훨씬 튼튼하게 설계되었고, 덕분에 천문학적인 개발비와 제작 비용이 소요되었다. 오리온 우주선으로 달 왕복 정도는 4명을 태우고 2~3주일간 독자적인 비행을 할 수 있다.

드래건 우주선은 달 왕복을 위해 최소한의 필요조건만 간신히 충족시킨다.


달 선회 여행을 위해 스페이스X가 곧 보유할 최선의 기술력을 이용하면, 발사체와 우주선의 순수한 비용만 2,000억 원이 훌쩍 넘어간다. 단 두 명이 탑승하고 일주일간의 달 왕복 여행을 위해 일인당 최소 천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셈이다. 만약 달 궤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거나, 달 착륙까지 시도한다면 셈법이 또 달라진다. 두 대 이상의 팔콘 헤비 로켓이 동원되어야 하며, 지구에서 달까지 두 대의 우주선을 보내서 랑데부하거나, 도킹을 통해서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대충 어림짐작으로는 달 궤도를 몇 번이고 돌면서 느긋하게 관광하려면 비용이 두 배 이상, 달 착륙까지 하려면 서너 배가 들어갈 것이다. 기술적인 성공 가능성은 둘째치고 말이다.


약간의 위안이 될지 모르지만, 아폴로 계획은 오로지 달 착륙을 목적으로 진행된 단일 프로그램이다. NASA에서 한번 계산한 일이 있는데, 2005년도 기준으로 환산하면 1,700억 불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지금 기준으로는 200조 원 이상이 들어간 셈이다. 달까지 다녀온 24명, 그리고 200조 원. 달에 우주비행사 한 명이 착륙하는데 10조 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스페이스X가 만약 달에 사람을 착륙시킨다면 일인당 고작 4~5천억 원으로 가능할 것이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비용이 꽤 절감된 셈이다.

달 착륙에 비하면, 우주호텔 숙박비는 정말 저렴하다는 생각이 든다.


체감이 안 될 정도의 천문학적 여행 비용에 너무 기죽지 말자. 이것은 어디까지나 당장, 그리고 앞으로 몇 년간의 상황일 뿐이다. 곧 새로운 개념의 우주선들이 등장하면서 차차 비용이 낮아지고, 이를 지원하는 금융 프로그램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 중에서 적어도 90%가량은 죽기 전에 다시 달에 사람이 서는 모습을 화면으로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서, 호텔 비글로우 역시 달에 체인점을 개설할 요량이라고 한다. 달에 착륙한 여행자들은 황량한 달 표면에서 월석이나 줍거나, 골프 퍼포먼스를 보여줄 필요가 줄어든다. 쾌적한(?) 호텔 안에서 육중한 우주복을 벗고, 잠시나마 낮은 저중력을 즐기면서 스페이스 라이프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달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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