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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Mar 24. 2017

하늘의 리본

갈망하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원주시에서 목격된 <하늘의 리본 구름>이 세간의 화제다. 얼핏 보기엔 비행기의 평범한 비행운이지만, 마침 세월호의 선체 인양과 겹치면서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과연 괴 구름의 정체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상식적으로는 군용 전투기의 비행운일 가능성이 높다. 전투기의 급기동 기술 중에 <루프 기동>이라는 것이 있는데, 비행기의 방향을 바꾸면서 속력을 유지하기 위해 애프터버너를 가동하면 저런 형태의 비행운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 의견이 있다. 또는 <권운>이라는 형태의 자연 구름이 저런 모양과 비슷하긴 하지만, 리본처럼 생긴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뭐 의견은 여러 가지, 그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전투기 루프 기동설에 대해서는 공군 측에서 부인하고 있다. 해당 시간대에 작전 비행이 있긴 했지만, 비행운이 생기는 고도(8km 이상)는 아니었으므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통상적인 비행운은 매우 길고 가느다란 선 모양의 띠인데 반해, 리본 구름은 꽤 폭이 넓은 점도 지적된다. 결정적으로 우리 공군은 민감한 정치적 상징으로 비화된 <노란 리본>을 연상시키는 저런 매듭 구름을 만들 동기가 적어 보인다.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존중하는 의미이다. 만약 실제로 어떤 조종사 개인의 독단으로 만들어졌다면, 이미 관련 기관에서 내사에 들어갔을 수 있다.


어떤 이는, 만약 전투기의 루프 기동이 맞다면, 그것은 분명히 미공군 소속의 조종사가 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자유분방한 미국인 성격상 돌발적인 행동인지, 미군과 미정부가 방조한 이벤트인지 여부는 추측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행운인지 여부가 아니다.



오래전에 인류는 화성인의 존재를 믿고 싶어 했다. 아니, 지구인이 태양계에서 유일한 지성체라는 점은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을 줬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기 이전부터 여러 소설에 <화성인>이 등장했으며,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이 외계인, 화성인이 실제로 존재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왔다. 그 결과...



1976년에 최초의 화성 탐사선인 <바이킹 1호>가 화성을 돌며 보내온 사진에서, 경악할 만한 사진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마치 인류가 피라미드를 건축했듯, 화성인의 얼굴 모습을 우주에서도 볼 수 있게 만든 거대한 <두상>처럼 보였다. 수많은 호사가들은 높은 기술문명을 가진 화성인이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의 증거로, 그 사진을 가슴속에 깊게 세겨뒀다.


하지만 점차 진보된 탐사선들이 화성에 도착하면서 미스테리한 구조물의 정체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대한 두상이 아닌, 그저 평범한 지형 구조물인 것이다. 바이킹 탐사선의 낮은 해상도를 지닌 카메라 덕분에, 사람들의 이미지 연상 작용이 <간절하게 바라던 것>의 모습으로 승화된 것이다. 고해상도 카메라로 밝혀진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셈이다.



인류는 그것에서 <리본 구름>과 비슷한 경험을 한 셈이다. 화성인을 간절히 원했기에, 보고 싶은 것을 본 것이다. 너무 자세히 파고들면 현실에 부딪치면서 꿈에서 깨어나지만, 감동은 없다. 우리는 리본 구름을 보면서,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기적처럼 이뤄지는 현실에 가슴 아파하고 동감하는 것이다. 삼 년 전에 있었던 일은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충격과 아픔을 줬다. 티브이 화면 속에 떠오른 녹슨 선체를 보면서, 하늘에 간 영혼들이 이제라도 편히 잠들기를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때마침 하늘에 리본 구름이 기적처럼 나타났다. 그것이 인위적인 것인지, 아니면 초자연적 현상인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그것이 필요한 시기에 나타났을 뿐이다. 기적은 하늘이 만들기도 하지만, 때론 사람이 만들기도 한다. 모세는 바다를 갈랐잖나?



어떤 멍청한 조종사가 기지에 남겨놓고 온 샌드위치 생각에 급하게 방향을 틀다 보니 저런 구름이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모두 신의 뜻이다. 모두가 나서서 간절히 원하면 <우주는 아닐지라도, 하늘이 도와준다>


우리 모두는 기적을 갈망했고, 드디어 당연하지만 슬픈 기적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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