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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Apr 23. 2017

Deep space : 큰 놈, 센 놈, 비싼 놈

달과 화성까지 가기 위해 필요한 거대 로켓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는 것은 간단히 요약해서 <중력과의 싸움>이라고 보면 된다. 얼마나 많은 중량을, 더 안전하고 값싸게 우주로 보내는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지구의 중력은 어마 무시해서, 지구를 떠나는 로켓에 탑재된 화물은 전체 발사중량의 2~3% 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한 그 화물이 만약 액체이거나, 사람과 같은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존재들이라면 별도의 보존장치 무게 덕분에 1%도 채 안 되는 비중으로 낮아지게 된다.


수백 톤에 이르는 거대한 로켓들이 한 번에 우주로 실어 나르는 화물 무게가 고작 몇 톤 남짓이라는 것은, 더 먼 우주로 나아가는데 결정적인 장애물이 된다. 왜냐면 일단 지구와 가까운 우주까지 도달한 화물을 달이나 화성까지 보내려면 추가적인 연료가 필요하고, 그 연료 조차도 바로 무게를 가진 화물이기 때문이다. 간략하게 예시하자면 지구 상에서 5백 톤 짜리 로켓을 쏴서 우주에 10톤 화물을 보냈다 치자. 그러면 달까지 보내는데 10톤의 절반에 해당하는 5톤의 연료를 또 사용해야 한다. 달에 도착하는 화물은 고작 5톤 남짓이다. 달에 착륙하는데 다시 5톤 중에서 2톤 연료 사용. 달에서 재 이륙하는데 3톤 중에서 1톤 사용. 지구로 돌아오려면 또 연료가 필요한... 뭐 이런 식이다.


아폴로 우주선은 출발할 때 3천 톤이었지만, 지구로 돌아온 건 고작 6톤 무게의 캡슐뿐이다.


만약 달이나 화성과 같은, 아주 먼 심우주로 여행을 떠나려면 반드시 크고 센 로켓을 이용해야 한다. 어지간한 로켓으로는 승객들을 태운 십여 톤 이상의 우주선을 멀리 보낼 수 없다. 기껏해야 지표면에서 고작 수백 km 높이의 우주 호텔까지만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류는 그러한 거대 로켓들을 모두 퇴역시킨 지 오래되었다. 3천 톤 발사중량의 새턴V 로켓, 2천4백 톤 중량의 에네르기아 부란, 2천 톤 중량의 우주왕복선은 이미 사라졌다.




큰 놈 : 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 (New Glenn)


카르만 라인까지 여행하는 서브 오비탈 여행상품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곳이 블루 오리진이다. 뉴 쉐퍼드 로켓은 서브 오비탈 여행용이지만, 뉴 글렌이라는 새로운 로켓 계획을 2016년 9월에 발표하기도 했다. 뉴 글렌은 한마디로 매우 큰 재활용 로켓이다. 차세대 로켓 연료로 각광받는 액화 메탄을 사용하며, 무려 45톤의 화물을 우주로 한꺼번에 보낼 수 있다. 뉴 글렌은 2020년경에 시험 발사될 예정이라고 한다.


블루 오리진의 CEO인 제프 베조스는 향후 뉴 글렌을 활용해서 달까지 사람을 보내 착륙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NASA와 협력하여 유인 달 탐사를 재개한다는 구상이지만, 새로운 저비용 재활용 발사체인 뉴 글렌의 개량을 통해서 차츰 민간 달여행도 시도할 듯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스페이스X가 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블루 오리진은 달에 조금 더 집중하는 양상이다.  뉴 글렌의 발표된 제원에 따르면, 달까지는 약 10톤짜리 우주선을 보낼 수 있다. (돌아오는 건 별개의 문제다)




센 놈 : 스페이스X의 팔콘 헤비 (Falcon Heavy)


팔콘 헤비는 이번 여름에 시험발사 예정인 따끈따끈한 신상 로켓이다. 기존에 신뢰성이 검증된 팔콘-9 로켓을 3개씩 묶어서 발사하므로 한 번에 우주까지 45톤, 아니 이제는 64톤을 운반할 수 있다고 한다. (운반 중량을 계속 늘려서 발표하는 스페이스X, 도대체 진실을 알 수 없다.)


팔콘 헤비는 고전적 로켓 연료인 등유를 사용한다. 뉴 글렌이 LNG가스를 불태우지만, 팔콘 헤비는 등유로 날아간다. 두 가지 방식은 재활용 효율에서 약간 차이가 날 수 있다. 석유는 태운 뒤에 불순물이 남지만, 천연가스는 완전연소를 한다. 복잡한 로켓 엔진의 배관 등에 남는 검댕을 청소하는 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 될 것이다.


스페이스X는 내년에 달까지 상징적인 의미로 두 명의 민간 우주여행객을 보내는데, 팔콘 헤비가 사용된다. 10톤이 넘는 우주선을 달까지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화성으로는 역시 10톤가량의 무인 우주선을 보내서 지표면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스페이스X의 우주선이 화성에 직접 착륙하는 테스트를 통해서, 향후 화성 유인 착륙을 위한 실험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팔콘 헤비로는 화성까지 사람을 보내는데 부족하다. 만약 화성까지 사람이 가려면 적어도 50톤 이상의 우주선이 필요하며, 팔콘 헤비 4~5대가 한꺼번에 발사해야 하는 중량이라 감당할 수 없다. 심지어 50톤 중량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화성까지 사람이 가는데 충분한 공간적 여유와 물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돌아오는 왕복 티켓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치이다.




비싼 놈 : NASA의 SLS (Space Launch System)


이미 20조 원 가까운 돈을 들여서 개발 중인, NASA의 차기 야심작이다. 초대형 로켓이었던 새턴V와, 효율성 높았던 우주왕복선을 짬뽕시켰다. 그러나 예산은 아폴로를 위협하는 수준이며, 개발 일정도 지지부진한 편이다. 벗뜨~ 인류가 여태껏 만든 로켓 중에서 가장 안전하고 쾌적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뉴 글렌과, 팔콘 헤비는 모두 민간회사의 제품이다. 만약 달이나 화성까지 민간 우주여행을 떠난다면 두 기종을 접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에 SLS는 오로지 NASA의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전용 로켓이다. 아무래도 이것을 타고 우주로 가는 민간인은 없을 듯 하지만, 알아두면 우주여행자로서의 기본적인 지식은 되지 않을까?


뉴 글렌의 발사 비용은 아직 미정이지만, 경쟁작인 팔콘 헤비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될 듯하다. 팔콘 헤비는 1회 발사에 1,600억 원가량이 소요될 예정이다. (우주선 가격은 제외한, 순수한 발사체 가격이다.)


SLS는 발사체 가격만 5천억 원이 넘을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서 몇 가지 옵션을 추가하면? 상상에 맡긴다.


현재로서는 SLS가 개발 중인 로켓 중에서 가장 크고 강력하다. 무려 2,200톤이 넘는 발사 중량에, 달까지 25톤의 우주선을 거뜬하게 보낼 수 있다. 강화된 버전으로는 지구 저궤도에 130톤짜리 구조물을 보낼 수 있어서, 여러 대를 발사하여 우주에서 화성 유인탐사선을 조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용에 제약만 없다면, 당초 화성으로 가는 첫 번째 유인우주선은 SLS를 통해 발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럼에도 너무 비싸다.




엄청 크고, 엄청 센 놈 : 스페이스X의 ITS (Interplanetary Transport System)


필자는 얼마 전에 <제4행성>이라는 리얼리즘 SF소설을 쓰려고 시도한 일이 있었다.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우주과학기술을, 인류의 화성 정복이라는 근미래 목표에 맞춰서 재구성하려 했었다. 하지만 기존에 나와있던 기술을 조금 확장시키는 한계에 봉착해 있었는데, 때마침 일론 머스크가 ITS 계획을 발표했다. 그로 인해 글은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하게 되었고, 결국 중단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ITS를 본격적으로 다루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편부터는 ITS를 가정하고, 인류가 달과 화성으로 여행하는 순간을 상상해볼까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달까지 가는 것도 벅차고, 화성까지는 너무 멀고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오버 테크놀로지가 필요한 시기가 왔고, ITS를 시작으로 새로운 발사체와 우주선 개념들이 조만간 봇물을 이룰 것이다.


ITS는 발사중량이 무려 일만 톤을 넘는, 정말 거대한 로켓을 사용한다. 그리고 재활용 기술이 적극 활용되어서 경제성까지 갖출 예정이라고 한다. 이 모든 개념은 그간 민간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영역, 우주로 가는 수단을 제공할 것이다.





<우주여행 가이드북>은 사실 SF의 영역에 가깝다. 왜냐면 여행기, 여행 가이드북은 직접 가서 보고 느낀 점을 써야 하지만, 우주는 한국인에게 금단의 영역이었다. 단 한 명의 한국인 우주비행사는 떠나갔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앞다퉈서 우주로 가려하는 현재에도 한국인이 도전한다는 이야기는 없다. 직접 찍은 사진도 있을 리 만무하고, 오로지 외국 우주기구들이 공개한 사진과 자료들, 해외 우주기업들의 발표에 근거해서 써나가는 허구의 여행 가이드북일지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직접 우주로 나가는 이들이 생기면 반드시 진실한 <우주여행 가이드북>을 써줄 것이다. 그 시점까지는 부족한 이런 이야기가 우주에 대해 관심 갖는 여러분들에게 위안이 되어주길 바란다. 한국인들은 이제 전 세계 곳곳에 모두 퍼져서, 북극의 오로라와, 네팔의 히말라야 트래킹은 더 이상 보기 드문 여행 소재도 아닌 편이다. 여행기는 직접 그곳에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대리 만족을 줄 수 있다. 우주로 가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봐도 흥미롭지 않은가?



본 매거진은 브런치북 공모전을 위해 쓰고 있는 글 모음집입니다. 3월 한 달간 무려 15편의 글을 써야 하는 작업은 전업 작가가 아닌 이상, 꽤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음을 체감했습니다. 덕분에 여러 곳에 써야 할 글들이 밀려서, 부득이 이번 달에는 매거진 글을 올리는 빈도가 줄어들 예정이니 양해 바랍니다. 이어서 달과 화성, 그 너머까지 여행하는 상황에 대해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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