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여행자를 위한 추천 관광지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기나긴(이라고 말하지만 달랑 삼일) 여정을 마치고 달에 도착한 당신. 힘겹게 달까지 왔으면 어느 곳을 방문하고 인증샷을 담아와야 제대로 달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 여행 가이드 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 추천을 해보자.
달에는 30개의 바다가 존재한다. 물론 말이 바다이지, 약간 낮은 저지대에 펼쳐진 평원에 불과하다. 40억 년 전, 달이 처음 생성될 무렵에는 지각활동이 활발해서 화산과 용암이 있었다. 그런 달에 소행성들이 계속 충돌하면서 거대한 크레이터를 형성했고, 현무암 용암이 흘러나와서 분지의 아래쪽을 메워 평원으로 만들었다. 대부분 지구를 바라보는 쪽에 존재하며, 달 뒤편에는 고작 4개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다는 고대의 거대 크레이터에서 비롯되어서 원형에 가깝고, 반지름은 300~1000km 정도가 된다.
달의 바다에는 물이 없다. 달에 갈 때 수영복을 챙기지 말자.
달은 조석 고정이라는 현상 때문에 항상 같은 면을 지구로 향하고 있다. 수많은 운석들이 계속 달에 충돌해서 곰보투성이 크레이터 천지로 만들었지만, 주로 등짝 스매싱을 당했다. 덕분에 지구로 향한 쪽의 바다는 달의 지각활동이 멈춘 이후에, 운석 세례를 적게 받아서 그대로 보존되었다. 달 뒤편은 무수한 운석 폭격으로 바다들이 대부분 사라진 셈이다.
달 바다는 아쉽지만 그 자체로는 평탄한 지형이라서 볼거리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우주선이 착륙하기에는 적합하여, 아폴로 우주선들도 주로 달 바다에 착륙했었다. 달 바다를 구경하려면, 직접 내려서 감상하기보다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달 전경을 바라볼 때 아름다울 것이다.
고대에 흘렀던 용암이 만든 골짜기들이 달 여러 곳에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슈뢰더 계곡(Schroter's Valley)은 가장 크고, 지구에서도 관측이 가능한 아름다운 지형이다. 계곡의 폭은 최대 10km 너비에서, 1km까지 좁아지기도 한다. 마치 뱀처럼 구불거리는 계곡은, 인근의 크레이터들과 연계해서 좋은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다. 위치도 달에서 가장 큰 바다의 한 복판에 있기에, 아마도 달 여행 패키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가 될 예정이다.
달 골짜기 지형은 용암 활동에 의해서 생성되었으며, 사행 열구(sinuous rilles)라고 불린다. 최근에는 이러한 열구 인근의 지하에 거대한 용암 동굴이 존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 약한 중력 덕분에 동굴의 크기는 직경 수 km에 이르는 매우 큰 규모도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인간이 달에 정착한다면, 우주 방사능에 직접 노출되는 월면보다는, 이러한 용암 동굴에 정착지를 건설할 가능성이 높다.
달에는 수십만 개의 관측 가능한 운석 충돌 크레이터가 존재한다. 달 형성 초기에는 무지막지한 운석이 쏟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차츰 운석 충돌 빈도는 줄어들었고, 지금도 간혹 충돌하긴 하지만 예전만 하지 못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지구를 향한 면은 운석 충돌 빈도가 적다. 대신에 달의 북극과 남극, 뒤편은 흉측한 몰골이다.
크레이터는 사람들이 달을 연상하면 곧바로 떠올리는 대표적인 달 지형 구조물이다. 그중에서도 관광 명소로 꼽힐 만한 크레이터의 선두주자는 역시 <아리스타르코스 크레이터>가 될 것이다. 위에 설명한 거대한 <슈뢰더 계곡>의 바로 인근에 있고, 충돌 흔적도 꽤 선명해서 지구 상에서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이다. 인근의 <헤로도토스 크레이터>는 크기가 약간 더 크지만, 윤곽이 뚜렷하지 못해서 아리스타르코스에 비해 인기가 적을 듯하다.
지구에서 보이는 달 앞면 우측 하단에, 가장 선명한 자국으로 남아있는 거대한 크레이터.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충돌 분화구로도 알려져 있다. 커다란 달 크레이터들은 충돌 중심부에 다시 지형이 솟구쳐서 산을 형성하곤 하는데, 티코 크레이터의 중심부에도 큰 산이 솟아있다. 티코는 1억 8천만 년 전에 운석이 충돌해서 형성된 매우 젊은 크레이터이다. 직경은 82km에 이르고, 중심 산의 높이가 무려 2km로 꽤 높은 편이다.
달 전면부에 보이는 뚜렷한 크레이터 중에서 직경 92km의 코페르니쿠스 크레이터가 유명하다. 그러나 티코 크레이터가 크기는 약간 작지만, 더 강렬한 충격흔을 남겼기에 조금 밀리는 경향이다. 코페르니쿠스 인근에는 직경 32km의 케플러 크레이터가 유명하다. 흔히 달 크레이터 삼대장을 고르라면 티코-코페르니쿠스-케플러가 꼽힌다.
만약 거대 크레이터와 협곡을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코페르니쿠스 쪽이 티코에 비해 유리할 것이다. 슈뢰더 계곡에서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반면에 월면에 직접 내려가지 않고, 달 인근을 도는 위성궤도에서는 여러 크레이터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여러 크레이터는 규모가 태양계급이다. 지름이 수 km에서 수십 km에 이르기에, 직접 월면에서 바라볼 때는 그 웅장한 규모가 실감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에 아기자기하면서도, 직접 감상하기 적당한 미니 크레이터들도 있다.
위 사진은 아폴로 17호 대원들이 월면차를 타고 직접 다가섰던 <쇼티 크레이터> 전경이다. 비록 작은 동산 크기라도, 인증샷 찍기에는 제격인 사이즈이다. 셀카에는 적격인 명소가 아마도 여럿 탄생할 듯싶다. 그런 숨어있는 촬영지를 찾는 것도 달 여행의 묘미가 될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달 여행의 백미는 바로 이것!
어제 트친으로부터 브런치북 수상 소식을 전해 듣고 조금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도 수상 발표 직후에 수상자 명단을 봤는데, 거꾸로 은상부터 시작해서 금상까지만 보고 실망해서 페이지를 닫았습니다. 다급하게 쓴 졸필이라 큰 기대를 못해서, 혹시 은상 정도라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매번 시리즈를 거창하게 시작해서, 항상 끝맺음을 못하기로 악명 높은 저로서도... 이번 기회에 꼭 완주하고, 책으로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셨던 블로그 이웃님들을 비롯한,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