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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May 21. 2017

Space : 운명의 15초

로스트 인 스페이스, 생과 사의 갈림길

"우주복이 찢어졌어요! 어떻게 하죠?"


만약에... 당신이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홀로 사고를 당했다고 상상해보라. 어떻게 될 것인가? 물론 그런 상황에 처하면 아무리 프로페셔널 우주비행사라도 당황할 것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아폴로 13호나 소유즈 11호가 겪었던 치명적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우주에 사람이 맨 몸으로 노출되면?


많은 영화 속에서 묘사된 장면이다. 우주선의 벽이 뜯겨나가면서 평상복을 입은 사람이 맹렬하게 우주로 빨려나간다. 또는 우주복을 입고 우주 유영 중에 무엇엔가 부딪쳐서 헬멧이 깨지거나, 우주복이 찢어지면서 산소가 새어나가 질식하기 직전이다. 우리는 이런 장면을 보면서 본능적으로 숨 막히는 압박감을 연상하곤 고개를 흔든다. 어떤 SF소설에서는 맨 몸으로 우주에 튕겨나간 사람의 몸이 터져버리는 묘사도 있었다. 다행히도 사람의 피부는 매우 튼튼해서 풍선처럼 터지진 않는다.


진공에서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5초 남짓.


숨을 참으면 1분 넘게 견디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진공 상태에서는 기껏해야 15초를 견디기도 어렵다는 것만 알아두자. 단순하게 숨을 참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심지어 우주공간은 거대한 극저온 냉동고 속이나 마찬가지다. 콧구멍과 입을 통해서 온 몸의 열기가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주에 맨 몸으로 노출되어 숨 쉬는 순간, 입과 코부터 수분이 급속하게 얼어붙는다. 혈액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피부는 차츰 미라처럼 동결 건조된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그런 일을 겪기 이전에 당신은 이미 정신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곧 죽음에 이른다.


우주비행사들이 진공 실험실에서 훈련을 하던 와중에 사고로 우주복이 찢겨나간 일이 있었다. 다행히 15초간의 진공 상태에서도 의식을 잃지 않았고, 곧바로 실험실을 정상 기압으로 올려서 구출해냈다. 동물 실험 결과에서도 우주 공간과 유사한 상황에서 잠시 동안 의식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 시간은 너무 짧다.


개와 침팬지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10~15초간 의식을 유지, 이후 의식을 잃고 30~60초 사이에 심장박동이 급격히 느려지며 혈액 순환이 점차 멈췄다. 최대 90초간 생존 가능성은 있지만, 구출과 동시에 응급조치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체적으로 60초간 진공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생명에 큰 위협을 받는다.


실제 우주에서는 이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올 것이다. 호흡 기관은 급속히 얼어붙어서 손상을 입을 것이며, 햇빛에 직접 노출된 피부 역시 손상받게 된다. 숨을 내쉬기라도 한다면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응결된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우주공간에서 홀로 사고를 당하면 외부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설령 팀을 이뤄서 우주 유영중이더라도, 우주복이 손상되어 공기가 빠르게 새어나가면 동료가 도와줄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 모든 조치는 30~60초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사고를 당하면 패닉에 빠질 가능성이 크고, 질식해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는 스스로 응급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


우주복을 입고 사고를 당하면, 한마디로 "돋 됐다."라는 소설 <마션>의 첫 대사가 적절하다.


우주여행 필수품, 덕트 테이프 - 영화 <마션> 중에서.



안전한 우주선 vs. 위험천만한 선외 활동


우주 유영, 달 표면을 걷기, 화성에서의 조깅... 이러한 모든 활동을 선외 활동(EVA : Extravehicular activity)이라고 한다.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 기지에서 빠져나와 우주복을 입고 활동하는 모든 상황을 말한다. 또한 EVA를 위해서는 매우 난이도 높은 훈련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기껏 우주에 도달해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만 감상한다면 조금 아쉽지 않을까? 그래서 이미 우주여행자를 위한 EVA패키지 상품도 제안되었다.


국제 우주정거장으로의 민간 우주여행이 허용되던 시절, 일인당 2천만 불의 기본 패키지에 더해서 3천5백만 불짜리 옵션 패키지가 이미 고안되었다. 바로 민간인의 우주 유영 상품. 아쉽게도 실현되진 않았다.


우주 유영은 흔히 스페이스 워크(Space walk)라고 불리는, 거대한 우주 속에 사람이 직접 뛰어들어 펼치는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그러나 우주에서 사람의 활동은 매우 제약받기에 모든 것이 슬로 모션으로 진행된다. 티브이를 통해서 간접 체험하며 열광했던 지구인들은 느려 터진 우주쇼에 실증을 느끼고 채널을 돌렸다. 이에 반해서 직접 우주 유영에 참여한 사람들 입장에선 황홀한 경험이 된다.


무한하게 펼쳐진 우주 공간에 몸을 내던지는 기분, 상상해 보라.


조만간 시작될 민간 우주여행에서 여러 분야의 새로운 기록이 탄생할 것이다. 프로의 영역이었던 우주에 아마추어가 새롭게 가세하는 셈이다. 최초의 민간인 우주여행자 타이틀은 이미 데니스 티토가 쟁취했다. 그다음은 최초의 민간인 우주 유영이다. 달까지 가는 최초의 민간인은 곧 탄생할 것이지만, 달에 발자국을 남기는 최초의 여행자는 누구일까? 우주 유영과 달 산책은 모두 EVA를 의미한다. 비교적 안전한(?) 우주선 여행과,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탐험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초기의 스페이스 워크, 오로지 짧은 로프에 몸을 의지해서 우주에 뛰어든 용기있는 사람들






지난 주는 제게 첫 우주 유영과 같은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 날들이었습니다. 출판을 도와주실 <애플북스>, 브런치팀 담당자님과 함께 책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여러 가지 논의도 했습니다.


금년 2월에 브런치 가입을 승인받고, 곧이어 3월부터 연재한 이 글들이 책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브런치 작가님들이 그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왜 이런 졸작이 선택되었는지는 제게 영원한 의문으로 남을 것입니다. 수상작들 모두를 비롯하여, 많은 작품들은 사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매우 세련된 문장과 구성을 갖췄더군요.


그럼에도 일단 시작되었으니,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보렵니다. 보시듯, 이 연재물은 당장 책으로 나오기엔 조금 부족합니다. 주말 내내 그 부분을 고민해봤고, 가급적 빨리 책 부분을 완결 짓기 위해 집중하려 합니다. 아무래도 브런치에 올리는 글과, 책으로 나가는 글은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우선순위 때문에 이 매거진 글의 연속성도 매끄럽게 이어지진 못할 듯합니다. 먼저 양해드리고요.


늘 그렇듯, 피드백은 대환영입니다. 사실 그동안 제가 써온 글들과, 이 연재 글은 꽤 다릅니다. 이번 글은 독자님들이 원하시는 글, 궁금한 것을 풀어가는 글이 되려 합니다. 또한 풍부한 감성을 차가운 우주에 녹여보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여름의 아이스티처럼, 잠시나마 일상에서 목마름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그런 글을 써보려 합니다.


레시피만 써오던 요리책 작가가, 직접 요리해서 손님들에게 내놓는 첫 느낌과 비슷할까요? 결국 음식의 맛은 요리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닌, 시식자의 미각에 달려있으니까요. 너무 싱겁지 않고, 짜지도 않은 맛난 우주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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