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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Jun 06. 2017

달세계 여행

최초의 SF영화, 관객들에게 전율을 선사하다.

영화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95년 프랑스에서 상영된 <열차의 도착>이었다. 단 50초짜리 영화였지만 이전까지는 정지 영상에 불과했던 사진에 움직임을 넣어서 동영상이라는 신세계를 개척한 것이다. 그리고 7년 뒤, 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엄청난 작품이 발표되었으니, 최초의 장편(?) 영화이자 SF영화였던 <달세계 여행 : A trip to the moon>이다.


<달세계 여행>은 19세기 후반에 발간된 쥘 베른의 연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원작에서는 달 근처에 도착한 주인공들이 결국 달에 착륙하진 못하고 지구로 귀환한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에 더하여 1901년에 발간된 H.G. 웰스의 신간 <달의 첫 방문자>의 스토리까지 더해서 달 착륙도 묘사했다. 영화 제작자인 조르주 멜리에스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촬영기법을 도입해서 무려 14분짜리 영화를 선보인다. 1902년 9월, 파리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엄청난 호평과 함께 SF영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


<달세계 여행>은 미국에서 한 달 뒤 개봉했는데, 당시 미국에선 불법복제가 만연한 탓에 토마스 에디슨 산하의 제작사들이 마구 복제하여 상영했다. 덕분에 원작자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21세기에 지적재산권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 지난 세기에는 불법복제 왕이었다.)


이 영화는 흑백판과 컬러판이 있는데, 최초 상영분은 흑백 원판으로 추정되며 이후 각국으로 팔려나가면서 손으로 직접 색칠한 컬러 판들도 만들어졌다. 불행히도 컬러판은 모두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필름이 1993년에 스페인에서 발견이 된다. 그 필름은 디지털 복원되었으며, 완전히 소실된 부분은 흑백 필름에서 보충하여 재생되었다. 2011년에 복원이 완료된 컬러판은 같은 해,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어 무려 1세기 만에 세상에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복원된 컬러판은 1906년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놉시스


천문 클럽에서 교수는 달까지 여행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한다. 이에 찬반 격론이 벌어지고, 결국 다섯 명의 천문학자가 달 여행에 동참하기로 하여 모두 여섯 명의 달 탐험대가 구성된다. 이들은 거대한 대포와 우주선(사실은 대포알)을 제작하곤, 달을 향해 발사되는 우주선에 탑승한다. 우주선은 달에 무사히 도착하고, 달에 내려선 탐험대원들은 곤충과 비슷한 달 원주민과 조우한다. 미지와의 조우에 당황한 이들이 원주민을 때리자 폭발하고 만다. 결국 수많은 원주민들이 몰려와서 잡힌 탐험대는 달 지배자에게 끌려가지만, 포박을 끊고 달 지배자 마저 집어던져서 폭발시켜버린다. 이후 도주하던 이들은 추격 원주민들을 물리치고 지구로 귀환한다. 이때 한 명의 원주민이 우주선에 매달려 오는데 지구에 와서 구경감으로 전락하게 된다. 달 탐험대는 지구에서 영웅이 되어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 속에서 달 탐험대는 무려 여섯 명(마리?)의 달 주민을 무참하게 폭사시킨다.



후기


<달세계 여행>은 인류사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니는 영화다. 쥘 베른의 소설은 수많은 몽상가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20세기에 이르러 우주로 향하려는 선구자들의 시도에 결정적인 자극제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 소설의 텍스트를 시각화한 대작 영화가 탄생하니, 대중적 관심과 함께 선구자들의 의욕을 더욱 불살랐을 것이다.


쥘 베른의 소설과 조르주 멜리에스의 영화에 자극받은 이들은 훗날 로켓을 만들고, 결국 달까지 사람을 보내게 된다. 이것은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실제로 달까지 인류를 보낸 와중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했던 사실이다. 역사에 '만약'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지만, 만약에 이 영화가 없었다면 아폴로가 달에 착륙하는 것은 수십 년 더 늦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잊혔던 고대의 유물을 발견한 것처럼, 이 영화를 컬러판으로 다시 보게 되는 것은 매우 큰 행운이며 즐거운 일이다. 물론 구닥다리 활동 영상 하나에 무슨 재미가 있겠냐고 하겠지만, 당시로서는 이 영화가 줬던 충격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스타워즈, 아바타, 3D 영화, 에일리언이 단 한 편의 영화로 함축돼서 갑자기 나타났다고 치자. 이 영화가 처음 상영되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서서 자정이 되도록 박수를 쳤다고 한다. 그러고선 고작 100여 년이 지났을 뿐이다.



미리보기


천문 클럽에서 달 여행 이론을 토론하는 천문학자들
여섯 명의 달 탐사대가 구성되고, 우주복(?)으로 갈아입는다. 왠 우산?
우주선(이라 쓰고 대포알이라 읽는다) 제작 현장
거대한 대포 앞에 놓인 우주선(?)에 탑승하는 탐사대
펑!  한땀 한땀 색칠한 장인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달님 테러. 부들부들!
달 착륙 장면에서 스톱 모션 기법이 역사상 처음 도입되었다. 감동적인 장면이다.
달까지 여행에 피곤해서 잠든 탐사대원들. 북두칠성이 떠오른다.
토성과 여러 별들. 이 외에 지구가 떠오르는 장면도 있는데, 과학적으론 거짓이다.
지하 동굴에 내려가자 나타난 달 원주민. 곤충인지 파충류인지 모르겠다.
놀라서 후려패자, 펑! 보기보다 약한 원주민.
다굴에 장사 없다. 결국 잡혀서 원주민들의 왕에게 끌려온다.
하지만 힘이 장사였던 대원들, 포박을 끊고 왕을 유도로 메치기.
여지없이 펑! 잉카 문명을 멸망시킨 스페인 정복자들이 연상된다.
절벽에 매달린 우주선에 탑승한 뒤, 한 명이 줄로 끌어당겨서 우주로 떨어진다.
우주로 떨어지는 우주선에 매달린 원주민, 과연 그의 운명은?
지구에 도달해서 바다에 빠지는 우주선. 여전히 아랫쪽 줄엔 한 명, 위에는 달사람이 타고 있다.
환영 인파에 둘러쌓인 탐사대.
불쌍한 외계인... :(
지난 세기의 컬러 영화를 감상하시라. 끝.


영화로 직접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https://youtu.be/rUsyH91Sc0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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