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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SF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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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Jul 06. 2018

<더 문>, 그리고 <귀환>

한국의 SF 영화가 과연 성공할까?

우리나라에서 우주 SF 영화 두 편이 제작된답니다.

하나는 <신과 함께> 시리즈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용화 감독이 <더 문>이라는 우주 휴먼 드라마를 크랭크인할 계획입니다.

또 하나는 윤제균 감독의 <귀환>입니다. <해운대>, <7광구>, <국제시장>을 감독했던 분이라 SF영화에 대한 관심이 이해가 됩니다. 벌써 황정민, 김혜수(제 최애 배우;)씨를 캐스팅했네요!


그런데 말이죠... 그분들이 이런 점을 예상하고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SF 팬덤층은 그 수준이 아주 높다는 사실이죠. 제 생각으론 우리나라에서 SF 장르의 소설, 영화가 쉽게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영화 <강철비>, 전문가 고증이 허접하기 짝이 없던 영화


얼마 전에 흥행에 성공했던 <강철비>는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딱 한 가지 부분, 북한의 ICBM씬에선 정말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지만, 뭐 그 정도 '옥에 티'는 영화 전개상 극히 일부분이니까 싶었습니다. 극중 비중이 작은 일부분이라 그냥 넘어갈 수 있겠지만, 고증이란 단어를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반면교사입니다. 관객이 전문가보다 더 식견이 높아진 것은 최근의 현상입니다.

노스롭 그루먼의 미니트맨 ICBM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차용한 <강철비>, 밀러터리 판타지의 세계로~



우주 SF는 판타지 방식으로는 접근하기 어렵다


그러나 본격적인 우주 SF 영화를 제작한다면 상황이 전혀 달라집니다. 할리우드의 상업적인 우주영화 삼총사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을 생각해봅시다. 셋 모두 고증이라는 문제로 크게 까였습니다. 특히 <인터스텔라>는 SF영화가 아닌, 판타지 영화였음에도 우리나라 영화 평론가들의 전문성 결여로 인해서 마치 진정한 SF영화인 것처럼 소개되었죠. 그런 시절도 과거의 일입니다.


전 세계적인 SF의 흐름은 스페이스 판타지류에서 조차도 리얼리티 과학의 고증력이 중요시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최근 히트를 치고 있는 거의 모든 SF영화는 극사실주의입니다. 고증이 제대로 안되면 골수 SF팬들에게 까임을 당하면서 망신만 당하는 실정이죠. 아무리 화려한 CG로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원조 스페이스 판타지였던 <스타트렉>조차도 이제는 리얼리티가 강화되는 추세다.

판타지 우주 SF의 걸작으로 꼽히는 스타워즈, 스타트렉이 아니고서야 기존 팬덤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설프게 접근하면 낭패를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나 한국의 우주 SF 소설이 무슨 이유로 그토록 적었는지 생각해보면 짐작할 수 있죠.



한국 SF 마니아층의 성향


외국은 SF 마니아층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에 이해도가 높은 부류에서나 인기를 끌고 있죠. 즉, 그 전문성에서 압도적이라는 점입니다. 가끔씩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야기되는 수준을 보면 놀라울 정도랍니다. 마치 전문가들 집단 같아요. 일부 관심 있는 커뮤니티에선 "영화 개봉만 해봐라! 팩트 체크 제대로 해줄테다"면서 벼를 정도입니다. 한국의 SF에 대한 기존 실망감이 너무 컸나 봐요.


숱한 오류로 논란이 되었지만, 사실적인 비쥬얼 하나로 극복했던 <그래비티>


할리우드 영화처럼 이름값으로 먹어 들어가는 부류가 아닌, 진정한 한국 우주 SF 영화의 첫 주자들이 어설픈 고증으로 설령 흥행은 일부 성공할지라도, 그 여파는 오랜 기간 지속될 겁니다. 일본의 우주 SF 애니메이션을 봐도 최근작들은 놀라울 정도로 과학성을 띄고 있습니다. 거대 로봇물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 로봇들이 전투를 치르는 우주공간에 관한 상식은 우주강국 일본답게 아주 치밀합니다. 관객들도 소소한 그런 팩트에 만족을 느끼면서 나머지 허구를 감내하죠.


아이러니하지만 한국의 SF는 <마션>을 능가하는 팩트 체크와 사실성을 가미해야 합니다. 불모지에서 성공하려면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죠. 우주에서 사람이 맨 몸으로 노출되면 "뻥" 터져서 죽는 줄 아는 사람이 대부분인데요. 그런 전반적인 대중 관점을 휘어잡을 SF의 사실적 후크가 필요합니다. <인터스텔라>처럼 비전문 평론가들이 나서서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고~"하는 평론은 더 이상 안 먹힐 겁니다. 그동안 관객들 수준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으니까요.


 왜 SF 마니아들은 앤디 위어에 열광하는가?



고증은 제대로 될까?


제가 알기론 국내에서 이런 류의 영화 시나리오, 또는 영상 제작에서 사실 확인을 해줄 만한 전문가는 다섯 손가락에 꼽습니다. 왜냐면 우리나라는 유인 우주비행, 또는 우주선 비행에 관해서 불모지에 가깝기 때문이죠. 무인 인공위성을 상상하면 곤란합니다.


시나리오는 스토리, 플롯 구성으로 진행되겠죠. 그런데 스토리야 그렇다 쳐도, 중간중간 나오는 배경 지식은 엄격한 자문이 필요할 겁니다. 우주 SF는 마니아적인 장르이기에 반드시 마니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식적 전문성이 있는 자문가의 노력이 첨가되어야 합니다.


부디 첫 한국형 우주 SF 블록버스터들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 SF불모지 한국의 오명을 씻어주길 바라면서, 해당 작품들이 상영되면 반드시 지켜보고 모든 '옥에 티'를 찾아내서 세세하게 밝힐 작정이랍니다. SF는 결코 스토리로 과학적 오류를 감출 수 없습니다. 판타지와 다른 점이지요. 오래 남는 SF 걸작은 대부분 하드 SF입니다.


한국의 스탠리 큐브릭을 꿈꾸는 감독들이여, SF를 판타지와 혼동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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