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문명의 도래
당신의 일자리는 안녕하십니까?
이번에는 자극적인 키워드를 더욱 자극적으로 꾸며 볼까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왜 항상 맘을 푹푹 찌르는지 이해를 못했지만, 차츰 기계 문명에 밀려나서 구시대의 쓰레기처럼 폐기되는 수많은 인간들의 일자리에 대한 오마주일까요?
재밌는 영상 하나를 같이 봅시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과 혼동하고 있는, 기계 문명의 자동화라는 것이 얼마만큼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지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SKi8HfcxEk&feature=youtu.be
영상을 제작한 <Kurzgesagt – In a Nutshell>의 여러 동영상을 보면 항상 "바로 이거다!"라는 심정이 들곤 합니다.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자발적 성금에 의지해서 만들어지는 영상 하나하나는 '과학과 대중의 접목'이라는 어려운 시도를 매우 수월하게 이루고 있습니다. 대중 계몽이라는 미명 하에 쏟아부어지는 엄청난 국가 예산들을 생각해보면, 한번쯤 Kurzgesagt*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합니다.
*Kurzgesagt : 독일 뮌헨에 위치한, 과학이나 사회 문제에 대한 교육적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팀. 매달 한 편 정도씩 제작하여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인류가 그간 <산업혁명>이라 칭할 만한 큰 변혁을 겪었던 것은, 모두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서 기존의 많은 일자리가 사라진 대신, 새롭고 괜찮은(?)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나던 시기를 뜻합니다. 그로 인해서 생산성이 높아진 인류는 인구 증가를 겪었고, 더 많은 일자리와 가치 창출, 그리고 줄어든 노동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급여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죠. 물론 각 시대별로 일부 부유층이 이익을 독식하는 빈부격차 문제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개개인의 삶은 더욱 윤택해졌어야 합니다. (현재 서구 문명이 그 과실을 독식해왔고, 일부 신흥국들이 맹렬히 추격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프리카 등지의 많은 인류는 기아에 허덕이는 모순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대양에 쏟아 버리는 잉여 곡식들만 기부해도 기아는 해결된다는데 말이죠.)
<4차 산업혁명>은 사실 거짓일지 모릅니다. 그저 최근 수십 년간 진행되어온 <자동화>가 정점에 이르면서, 각 분야에서 엄청난 사람을 해고할 명분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산업혁명들과 다르게, 새로운 거짓 산업혁명은 더 이상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습니다. 그저 기존에 사람들이 해오던 일을 자동화해서 그들의 인건비를 빼앗을 뿐이죠.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정작 모든 지표에서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자본가들의 이익만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러니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타격을 받는 첫 주자는 바로 지식노동자, 감정노동자들입니다. 기존 산업혁명으로 창출된 새롭고 괜찮은(?) 일자리들이죠. 오히려 블루 컬러, 고강도 육체노동자들은 나중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무직 정규직원들은 해고되어 프리랜서로 내몰린 다음에, 인공지능이 그들의 경험을 고스란히 빼앗은 뒤 도태되는 수순을 밟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반면에 국내에서 해석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약간 다른 뜻으로 보입니다. <망해버린 창조경제의 대용품>, 그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닌 듯합니다. 다행히도 <제4차 산업혁명 : 메이드 인 코리아>는 기계 문명의 본격적인 도입으로 다량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정책 자금의 투입을 통해 경제 부흥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기에 더 많은 단기적 관변 일자리를 양산할 수 있습니다. 건설 사업에 수십 조 원을 투자하는 것에 비해, 내수 진작에 더 즉흥적으로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본격적인 <기계 자동화 문명>은 점차 목전에 도달하고 있고, 인류 문명이 진짜 기계 문명에게 완전히 주도권을 넘겨줄 남아있는 수백 년의 여유 기간 동안에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될지 궁금하네요. 아마 당분간은 인류를 기득권/비기득권으로 나누는 수단으로 쓰이다가, 결국 인공지능이 자아를 갖고 인류를 폐기 처분할 시점이 되면 모두 공평하게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