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1 일곱 행성들의 발견
어제 새벽, 여러 매체에서 일제히 <지구를 닮은 일곱 개 행성을 발견>이라는 뉴스를 쏟아냈다. 우리 태양계에서 39광년 떨어진 '트라피스트-1'이라는 별이 주변에 거느린 행성들을 발견했고, 일곱 개의 행성들이 모두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암석형 행성이라는 것이다. 알다시피 목성과 같은 가스형 행성에서는 유기 생명체가 탄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암석형 행성에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다. 과연 트라피스트의 일곱 자매들은 생명을 잉태했을까?
우리 은하계에는 약 5천억 개가 넘는 별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태양과 비슷한 크기이거나, 더 큰 별이 1천억 개 정도. 나머지 4천억 개는 태양보다 크기가 절반 이하, 1/10 정도까지 다양하다. 별의 크기가 작으면 핵융합 에너지가 약해지므로 밝기가 어둡지만, 내부의 수소를 태우는 속도 역시 느려져서 수명이 매우 길어진다. 한마디로 덩치가 큰 별은 "화끈하게 한 번에 불사르고 펑~ 터짐." 반면에 덩치가 작은 별은 "뜨겁진 않지만, 은근히 오래가는..."
트라피스트-1은 적색왜성으로 분류가 된다. 질량이 태양의 8% 수준에 불과해서 핵융합 에너지가 상당히 적다. 그래서 별은 차가운(이라고 하지만 강철 정도는 가뿐히 녹일...) 편이다. 또한 수명이 10조 년에 달할 것이라는 기사도 눈에 띈다. 이런 별의 주변을 맴도는 자식 행성들은 과연 생명이 존재하기에 적당한 곳일까?
적색 왜성 주변의 행성들은 생명체가 살아가기 험난한 환경일 것이다.
왜 적색 왜성의 자식 행성들은 생명을 잉태하기 어려운 것일까? 그 이유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 지구와 달의 관계를 보면 된다. 별-행성-위성 간의 거리가 가까우면 필연적으로 <조석 고정>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모성을 도는 자식별이 항상 같은 면만 보여주게 된다는 뜻이다. 태양에 가까운 수성 조차도 조석 고정에 의해 항상 같은 얼굴만 태양을 향하고 있다. 트라피스트-1의 일곱 자매들은 공전 궤도가 태양-수성의 거리보다 훨씬 안쪽에 형성되어 있다. 이것은 덩치가 작은 별의 자녀들이 갖게 되는 필연적인 운명인 거다.
조석 고정이 되면, 한쪽면은 항상 뜨거운 여름 지옥, 반대쪽은 항상 추운 겨울 지옥이 된다. 심지어 밤하늘의 찬란한 별자리 조차도 한쪽면에서는 감상하기 힘들다. 우주생물학자들은 조석 고정이 된 행성에서 고등생명체가 진화하기 어려울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또한 태양과 가까운 위치 때문에 태양풍과 방사능에 노출되어 유기질 생명체에 치명적이다. 지하에서 간단한 형태의 생명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지만, 본격적인 고등생명체 생존은 힘들 것이다.
과학자들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적색왜성 주변의 행성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만큼 태양에 가깝게 위치하면 태양 플레어나 태양풍, 방사능으로 인해서 대기 중의 분자가 이온화되어 우주로 증발하게 된다고 한다. 온전한 대기를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생명의 존재 확률은 매우 낮아지게 된다. 적색왜성은 차가운 편이라서 물이 얼어붙지 않으려면 행성이 모성 바로 옆에 위치해야 한다. 액체 상태의 물은 우리가 아는 생명체 탄생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모든 예측은 과학적 추론에 따른 가설일 뿐이다. 누구도 적색왜성에 가본 일이 없다. 하지만 지구와 크기가 비슷한 암석형 행성을 한꺼번에 일곱 개나 발견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소식이다. 이와는 별개로 섣부른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예단하지도 말자. 우주과학계와 NASA는 수시로 <중대 발견>이라는 미명 하에, 오랜 기간에 걸친 연구 성과를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우주과학 그 자체로는 그다지 생산적인 편이 아니라서, 대중의 관심을 무기로 각국 정부를 압박하여 연구 예산을 타오는 구차한 신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우주과학은 인류의 존재 가치에 대해 가장 현실적이면서 진지한 질문을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