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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Nov 29. 2017

그럴듯한 글쓰기 요령

누구나 알지만, 습관이 중요해


글쓰기 강좌들을 보면 대부분 거대 담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이야깃거리를 생각해내는 방법, 생각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거나, 상상력을 키우자는 식이다. 다 맞는 말이다. 글이란 어떤 이의 생각을 문자로 적어낸 것이니까.


기승전결, 4막 구조, 논지를 확실히... 뭐 좋다. 문제는 저런 식으로 설명하면 다들 "아,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곤 하지만, 정작 당장 글쓰기 실력의 향상에는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인은 타고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꾸준한 관리로 가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명필 역시 타고날 수 있겠지만, 오랜 세월 갈고 다듬어 멋진 글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내일 누군가와 소개팅 잡혀있다면 화장이라도 잘 하고, 코디 잘 꾸미면 조금 낫겠지.


이 글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내공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오로지 같은 글도 조금 더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꾸미는 화장법에 가깝다.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상관하지 않겠다. 이미 써져 있는 글을 세련되게 바꿔보자. 




1. 한 문장 안에서 같은 조사의 반복 사용을 피한다


조사는 단어의 관계를 정의해준다.

그러나 같은 문장 안에서 똑같은 조사가 반복되어 사용될 시 읽어보면 어쩐지 어색할 것이다.

가급적 문장 내에 나오는 모든 조사를 다른 것으로 채우는 습관을 들이자.

때론 조사의 중복 사용을 막기 위해 단어 자체를 바꾸는 것이 더 났다.


Before) 그는 작은 집에 사는 것이었다.

  After ) 그는 조그만 집에 살고 있었다.


연달아 '는, 은'이 한 문장 내에서 반복 사용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어감상 큰 차이가 난다.

간혹 이런 경우는 요렇게 피해 갈 수도 있다.


Before) 강아지는 결국에는 죽었다.

  After ) 강아지는 결국엔 죽었다. (에+는 = 엔, 어감이 약간 달라져서 조금 낫다.)



2. 근처 100자 이내에서 같은 단어의 반복 사용을 피하자


위 1번과 비슷한 원리다.

문장력 좋다는 뜻에는 작가의 풍부한 어휘력과 다양한 표현 기교가 함축된다.

신기하지만 글 꽤나 썼다는 작가들조차도 같은 단어를 연달아 쓰곤 한다. 나중에 고쳐대지만.

명심하자. 같은 의미를 뜻하는 단어는 무척 많다.


막상 쓸 때는 부분에 몰입되어 같은 단어를 무심결에 계속 반복 사용하는 걸 못 느낄 수 있다.

그럴 때는 숨 돌리고 멀리서 바라보면, 삐죽 튀어나온 새치처럼 계속 눈에 들어오리라.


Before) 파란색 보석은 아름다웠다. 그 파란색을 계속 바라보자니, 눈가에 파란색이...

  After ) 파란색 보석은 아름다웠다. 그 푸르름을 계속 바라보자니, 눈가에 사파이어 같은...


심지어 주어 조차도 다른 단어로(또는 생략) 중복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Before) 진우는 멋진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진우가 옷을 벗었다. 그러자 진우의 듬직한...

  After ) 진우는 멋진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옷을 벗었다. 그러자 듬직한...



3. 연속된 문장의 길이를 서로 다르게 하라


사람은 계속 비슷한 것만 보면 금세 질린다. 문장도 마찬가지.

위 1, 2번에서 같은 조사 연속 사용 금지, 같은 단어의 인접 사용 금지를 말한 이유다.

똑같은 원리로 문장 자체의 길이에도 해당된다.


만약 20글자로 이뤄진 문장이 있다 치자. 다음 문장도 20글자, 그다음도 20글자.

이러면 얼핏 보기엔 아주 꽉 막혀 보일 수 있을지도. 가로세로 각 잡힌 느낌?

이걸 문장 길이를 짧고, 중간, 길게 조절하면 문단이 왠지 부드럽게 흘러가듯 보인다.


Before)

오늘 날씨는 참 좋아서 간편한 옷차림에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쫄딱 젖었다.

다음번에는 미리 일기예보를 듣고 나서야겠다.


  After )

오늘 날씨는 참 좋아서 간편한 옷차림에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렸다.

쫄딱 젖고 나서야 미리미리 일기예보를 챙겨야 함을 절감했다.



4. 인접 문장의 시작과 끝은 계속 변화를 줘라


자, 아주 중요한 포인트!

'당신은 보통 문장의 끝맺음을 어떻게 쓰시나요?'


소설 지문이라면 흔히 "했다.", "이었다.", "였다.", "있었다."

평서문이나, 소설 대사라면 "나, 다, 까, 요."


경력이 오래되거나, 문장력이 풍부한 작가일수록 더 다양한 끝맺음을 구사하는 편이다.

여성형 글에는 "듯, 가, 운, 서, 도"가 많이 나오기도 한다.

말줄임표를 내재한 글자라서, '다-나-까-요'를 제외한 다른 종결어미를 쓰면 왠지 글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남발하면 문법 안 맞는 경우도 있고, 조금씩 적당히 섞어 써야 제 맛이 난다.

(주의!) 공식적인 글쓰기나 시험에서 그리 쓰면 안 될 듯.


문단 내에서 계속 같은 종결어미만 반복되면 식상하다.
간혹 색다른 종결어미를 섞어서 활력을 넣어주자.


Before)

오늘은 비가 왔다.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한다. 

일기예보가 과연 맞을지 모르겠다. 우산을 준비해야겠다.


  After )

오늘은 비가 왔다.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하던데.

일기예보가 과연 맞을까. 우산을 준비해야 할지도.


지문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지만 최대한 같은 맺음말을 반복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

어떤 작가의 글을 보면 맺음말이 "했다."로 연속 세 번, 또는 "있었다."로 연타 치기도 한다.

명심하라. 가급적 같은 말은 최대한 멀리 띄워쓰자.


아주 잘 쓴 글은 한 페이지 내에 똑같은 단어와 패턴이 거의 없다.


Before)

그는 잠이 들어 있었다. 지켜보는 나는 슬픔에 잠겨 있었다. 창 밖으론 눈이 내리고 있었다.


  After )

그는 잠이 들어 있었다. 지켜보는 나는 슬픔에 잠겨 들었다. 창 밖으론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요것만 조심해서 써보면 전체적으로 문장력이 향상된 착시효과가 난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어떤 분은 연속된 문장의 첫 단어를 계속 비슷한 것만 쓰더라.

그러지 말자. 단어와 표현법은 정말 무수히 많다.

또한 주어가 젤 먼저 나와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버리자.


Before)

그는 잠에서 깼다. 그러자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들도 필경 잠시 전에 깼으리라.


  After )

그는 잠에서 깼다. 곧이어 사람들이 몰려왔다. 아마도 잠시 전에 깼으리라.



5. 심한 점박이는 레이저 시술이 필수


인터넷 글쓰기에 익숙한 사람이나, 소설 작가들이 겪는 유혹이 하나 있다.

바로 '말줄임표'... (응?)


원래 말줄임표는 쩜이 여섯 개다.  [ ...... ] + 마침표 한 개[ . ]는 덤.

요즘은 문법이 바뀌어서 쩜 세 개[...]도 혼용된다. 쩜 두 개는 절대 아니다.


그런데 말줄임표 출현 빈도가 아주 잦은 글들이 간혹 있다.

말줄임표는 한마디로 '요리에서 조미료'와 같은 존재다.

어떻게 쓰냐에 따라 여운을 남기기도 하고, 잠시 머뭇거림을 뜻하기도....

하지만 너무 버릇되면 곤란하다. 구멍 숭숭 뚫려있으면 오히려 보기 흉하다. 꼭 점박이 같아서.

적당한 점은 복점이긴 하지만, 독자에 따라 그것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Before) 으... 윽, 너... 너무 아프다!

  After ) 으, 윽! 너... 너무 아프다!   (어쩌다 쓰면 모를까, 남발하면 보기 안 좋다.)


공식적인 글에는 말줄임표가 가급적 배제되어야 한다. 소설이나 에세이류에서 흔히 쓰이지만, 그것도 두세 페이지에 한번 보일까 말까 해야 좋다. 한번 써놓고 보라. 당신의 텍스트 몇 자마다 말줄임표가 출현하고 있는가.



6. 외국식 표현법의 자제?


간혹 보면 번역체, 일본식 표현, 영어식 표현 이야기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쉼표[ ,]의 사용법 같은 게 있다.

영어에서는 문장 내에 앞/뒤 구문의 뜻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쉼표를 정말 많이 쓴다.


우리나라 문단 작가들은 이상하게끔 쉼표 정말 싫어한다.


번역체부터 이야기해보자.

영어는 복수와 단수의 표현이 확실하다. 하지만 우리말은 그렇지 않다.


Before) 너희들의 생각들은 너무 진부해.

  After ) 너희 생각은 너무 진부해.


또한 영어에서는 원인과 결과를 확실히 구분 짓곤 한다.


Before) 너무 배가 고프기 때문에 밥을 먹어야 했다.

  After ) 너무 배 고파서 밥을 먹었다.


번역체에 대해서 끔찍할 만큼 반감을 가진 이들도 많다. 그러나 반드시 영어식 표현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어떤 이는 굳이 초등학생도 아닌데 너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번역체는 각자의 취향이다. 만약 해외로 번역해서 나갈 책을 쓴다면 번역체 나쁘지 않다.


그리고 흔한 일본식 조어 접미사.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이걸 세 배 많이 쓴다고 한다.

무조건 나쁘다고 할 게 아니다. 왜 쓰냐면 다 이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알고 쓰는 게 좋다. 왠지 멋져 보여서 너무 남발하면 '연속 금지'에 어긋난다.


Before) '일시적인' 정전이 되자 '노골적'으로 그를 바라봤다.

 After ) 잠깐 정전이 되자 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외국어 표현방식이 혼용되는 것은 국제화 시대에서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써도 무방하다.'라고 생각하지만 글의 용처에 따라서 조금 고려해봐야 한다. 특히나 순문학과 문과틱한 글에는 배제하되, 그런 표현에 익숙한 이과틱 글에는 어느 정도 써도 괜찮으리라. 단, 알고는 쓰자.






분명히 첨 쓸 때 열 개 정도 항목이 생각났는데, 쓰고 보니 여섯 개. 나머지 어디 갔소?

다 아는 걸 또 쓰자니 조금 쑥스럽다. 견해가 다른 항목도 있을 테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글쓰기는 습관이다.
사소한 듯 보이는 저런 요령들도 계속 써봐야 숙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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