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기획서 강습의 단상
예전에 어떤 기사에서 이런 내용을 봤던 기억이 난다.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탄탄한 미래가 보장되었던 한 청년이 아프리카 오지에 가서 몇 년간 고생하며 생활한다. 귀국한 그는 아프리카 경험담을 책으로 펴내기 위해서 강남 대치동의 학원에서 여행 에세이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솔직히, 넘나, 오지게 황당해서 이 이야기를 여행 작가인 환타 전명윤 씨에게 전했더니...
"그런 것도 돈 받고 가르쳐 주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만 세상 물정 몰랐던 거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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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브런치북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고 출판사와 계약하러 갔다가 들은 내용이다.
"요즘 출간기획서를 가지고 투고하는 작가들은 많지만, 출간기획서만 전문적으로 쓰도록 돕는 학원(또는 집단)이 있어서 골치랍니다. 그럴듯한 기획안으로 덜컥 계약했다가, 결과물이 안 나오니까요."
글 써서 돈 벌기는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별을 따려는 이들은 계속 늘어나고, 그들에게 그럴듯한 지름길을 알려준다며 손쉽게 돈 버는 이가 생겨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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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의 원고를 다 쓰고, 그동안 밀려왔던 다른 책의 원고를 쓰게 되었다.
마침 출판진흥원에서 우수출판콘텐츠 지원 사업이란 게 있다길래 쓰던 원고와 기획안을 가지고 덜컥 신청했다.
며칠 동안 미친 듯이 기획안 쓰고, 샘플 원고를 가다듬어 택배로 부치고 나서야 궁금해졌다.
도대체 예전에는 어떤 작품들이 선정되었고, 혹시 고려했어야 할 요령은 없었는지 인터넷을 뒤졌다.
"전년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작가의 기획안 쓰는법 특강 30만 원!"
아, 정말 그러고 싶을까? 작가가 되려는 꿈을 가진 이들에게 저 돈은 너무 큰 액수다.
그리고 작가 돼서 돈 버는 건 좋은데, 작가 되는 지름길을 알려준다며 돈을 벌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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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모 웹소설 작가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다. (정말 별별 곳을 다 쏘다녔네...)
같은 카페에 있는 유명 작가를 통해서 웹소설 작가 수업을 하겠단다.
물론 비용도 꽤 되는 편이었다. 자본주의 사회니까 어쩔 수 없지... 싶었다.
그 일로 인해서 카페에서 오래도록 활동했던 많은 작가가 떠났다.
이심전심인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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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는 지름길 따윈 결코 없다.
어느 작가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작가는 책으로 말하는 겁니다."
베스트셀러를 내기 위해선 마케팅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나다.
그러나 모든 작가의 책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 자체가 한 사람의 우주를 담고 있다.
그 누구도 다른 이의 책을 함부로 평할 수 없다.
불행스럽게도 지름길을 찾는 예비 작가님이 계신다면,
그 지름길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책을 쓰려면 요령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그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당락을 결정합니다.
돈 주고 내용을 살 수는 없으니까요.
책은 기획안과 형식이 좋아야만 출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 알았으면 합니다.
글쓰기 강의라면 몰라도, 책 내기 강의는 대체 뭐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