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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Mar 25. 2018

과학과 공학의 차이

과학과 공학은 동면의 앞뒷면과 같다고 한다.


"그러나 서로는 붙어있을지언정, 결코 마주 볼 수는 없다!"


이 말은 과학과 공학의 오묘한 관계를 잘 표현하는 것 같아서 그냥 써봤다.


범주로 따지면 과학 > 공학이라고 한다. 즉, 공학이 과학의 하위 카테고리에 속한다고 분류된다.


과연 그럴까?


"과학은 모르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속하고,

"공학은 과학이 찾아낸 원리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과학이 먼저인 게 맞는 듯싶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과학은 시장에 진열된 수많은 식자재에 불과하다."

"공학은 그런 식자재 중에서 진짜 쓸모 있는 것을 골라내서 요리하는 것."


즉, 공학은 소비자... 과학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바라는 수많은 공급자들의 상품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왕이다!" = "공학이 과학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엄청난 궤변이다! 그럼에도 묘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과학자들은 온갖 다양한 상상력과 연구, 실험을 통해서 이론을 쏟아낸다.

그게 전부다.

그걸 실용화하는 것은 고스란히 공학자들의 몫.

그리고 이론에 불과한 과학을 공학에 접목시키려면 대부분 엄청난 난관에 부딪치곤 한다.


"이봐, 이번에는 안 터지고 제대로 발사될까?"

"글쎄, 과학자들이 내놓은 이론에 따르면 그래야 할 텐데...."


물론 처음 결과는 "콰쾅!" 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덕트 테이프'가 아니던가?

과학자들이 내놓은 순결한 이론에 덕지덕지 테이프 발라서 움직이게만 하는 게 공학자들이고,

왜 움직이는지는 모르지만 될 뿐이고...


아주 유명한 설명이다.


과학과 공학은 아주 밀접하지만, 접근 관점에서 상반된 셈이다.

그러나 세상은 '과학기술'이란 한 묶음으로 퉁쳐버려서 억울한 경우가 많다.


단적인 예를 들어본다.

과학 뉴스는 정말 흥미로운 가십거리가 되곤 한다.

그런데 과학 뉴스는 대부분 과학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편이다.

이걸 공학 뉴스로 바꾸면 어찌 되는지 아는가?


"대부분의 과학 뉴스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허구에 가까운 소설이 많다."


지금 제안되고 있는 놀라운 미래 과학 이야기 중에서, 정작 그 시기가 되면 남아날 것은 1%도 안된다.

공학자들은 과학자들이 늘어놓은 어마 무시한 상상 중에서 정말 쓸모 있는 것을 냉철하게 골라내야 한다.

만약 처음부터 부적격(가능해도 너무 비싸거나, 다른 대안이 있거나, 아니면 만들어야 할 필요성도 없는) 대상을 제외하지 않으면 인류는 진짜로 자원만 낭비하다 멸망할지 모른다.


재밌는 것은 과학자 중에는 허풍쟁이가 정말 많다. 나쁜 뜻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이론이 정작 무쓸모라는 것을 모르고 신박한 발견 인양 주장한다는 뜻이니 기분 나빠도 이해해달라. (표현력 부족한 작자를 욕할지언정)


반면에 공학자들은 재수 나쁠 정도로 까다로운 소비자에 가깝다. 뭐든 재고, 의심한다. 만약 식당에서 이런 사람을 보면 소금 뿌릴지도...


필자가 주종목으로 삼는 로켓 이야기를 한 번 해본다.


"로켓은 공학의 극치"


즉, 로켓은 과학이 아니다. 로켓 공돌이들은 애당초 과학과는 적대적인 사람들에 가깝다. 과학자들 때문에 그 고생을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심지어 로켓을 만드는 과학 이론은 무려 17세기의 것이다. 19세기 정도만 되어도 괜찮겠으나, 4세기 전의 과학 이론을 가지고 지금도 씨름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워프 드라이브, 하이퍼 스페이스가 나온다. 아빠가 로켓을 만든다니까, 아이가 "아빠, 그럼 워프 엔진 만들어서 다른 은하계까지 갈 수 있겠죠?" 한다면.... 아마도 속으론 이럴 거다. "그거 만들다가 나 죽는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뻔뻔하게 과학 작가, 과학 평론가, 과학 글이랍시고 여기저기 올리고 있다.

마치 육상 선수가, 예체능계는 비슷할 거란 편견으로 "피아노도 잘 쳐요!" 외치는 격이다.



오늘도 뉴스에선 공학적 검증도 안된, 대부분 거짓으로 끝날 과학 뉴스가 마치 사실인양 나돌고 있고...

어떤 것은 공학적으로 검증이 끝나서 상업화 단계(여기서부턴 이공계의 손을 떠나 경제, 경영학과의 몫이다)에 들어갔음에도 신박한 과학이랍시고 대서특필되고 있다.


조금 우울하다.... 생각해보니 과학자들도 슬플 거 같다.

옆에 자리 비워뒀으니 오셔서 슬픔을 함께 나누다 가시라~ 이럴 땐 통하는 게 아이가?


원래 재주는 과학자, 공학자들이 부리고, 돈은 경영학자가 버는 거다.


세상 원래 이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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