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세 번째로 큰 소리는 자연의 소리다. 역설적으로 오늘날 자연의 소리를 가장 크게 들을 수 있는 곳은 번듯한 도심 번화가의 오페라하우스다.
동서양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클래식은 모두 자연의 소리를 응축한 잡음 하나 없는 청아한 소리다. 최초 동물의 뼈에 자연을 담았던 동서양의 악기들은 이후 나무로, 다시 황동에 자연을 담았다.
자연의 소리는 빈 공간, 空에서 나온다. 존재를 양보한 빈 공간 없이 소리는 공명하지 못한다. 그러한 까닭으로 동서고금의 모든 악기는 자신의 내부를 비웠다. 空에서 난 소리는 다시 空으로 되돌아가고 뒤이어 다른 소리가 空을 채운다. 악사의 날숨에 악기는 맥이 뛰어 생명을 얻고, 들숨에 악기는 악사와 함께 必日新한다.
두 번째로 큰 소리는 노형이 大音希聲으로 말한 우주의 소리다. 큰 소리이긴 하나, 가장 큰 소리에는 역시 비할 바가 되지 않는 소리다.
大音希聲. 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노형이 남긴 도덕경에서 大器晩成만큼 유명한 구절이다. 이는 우주의 운행을 보면 설명된다. 지구인인 우리에게 가장 큰 움직임, 그로 인한 소리는 지구의 자전일 테다.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를 들은 이가 있는가? 있다면 그는 거짓말쟁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니까.
과거 내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노형의 그 구절에 대해 큰 소리가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어떤 신비의 소리, 초음파의 영역, 그래서 강아지나 박쥐 같은 동물들만 들을 수 있는 가청영역의 소리라는 상식이 통했다. 그런 까닭으로 동물들이 이 세상 것이 아닌 세상 너머의 귀신이나 혼을 볼 수 있다는 종교적 믿음까지 성행했었고. 개가 허공을 보고 멍멍 짖는 게 귀신을 봐서라나.
또는 상대적인 크기를 비교할 수 없어야 큰 소리라 할 수 있으니, 당연히 큰 소리는 들을 수 없다고 하는 게 맞다는 名家의 형식논리학적 궤변까지. 큰 오해였으나, 당시 노형이 인도로 넘어가 중화에서 자취를 감췄으니 당사자의 해명도 어려웠던 우스운 상황.
수천 년 살아오며 늘 그러했듯, 허무한 진실은 맥없이 까발려지는 법이다. 근대 이후 과학은 지구의 자전 소리가 다만 우주에 소리를 전할 매질이 없어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다, 땅땅, 명쾌한 해답을 줬다. 그건 여타 동물들도 마찬가지. 道와 깨달음을 종교의 영역으로 설명하려는 사이비들의 주장을 물리쳐준 과학신이시여, 신비주의를 벗긴 당신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과학에 따르면 大音希聲은 정확한 말이다. 큰 소리는 매질이 없으니 들리지 않는다. 지구의 자전 소리도 그러할 진데, 지구 바깥 우주에서 들리는 크고 작은 소리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가장 큰 소리는 바로 心音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인 心音은 가장 크게 울린다. 心音은 쉴 새 없이 소리를 낸다.
心音을 제대로 듣는 방법은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그 소리를 가져오는 거다. 心音이 내는 두려움, 불안, 기억, 전전긍긍, 희망, 자괴감, 회한, 기대 등을 실시간으로 듣는 것. 자세히 들으면, 그것이 언어로, 더 자세히 들으면 언어에서 감정으로, 최후에는 감정에서 울컥 가슴을 치받는 뜨거운 덩어리로 변모한다. 실시간으로 그걸 들어보라. 처음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소리에 귀를 부여잡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心音을 들으면서 마음에 꽂힌 바늘들을 뽑아보자.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그 바늘이 온 우주에 꽂힌 바늘이기 때문에. 당신이 곧 전 세계이자, 온 우주니까. 당신이 사라지면, 우주가 사라지고, 당신이 신음하면 온 우주가 신음한다. 당신이 깨달으면 온 우주가 깨닫는다.
그 바늘들, 가시들을 모두 뽑아내면 당신은 더 이상 꿈꾸지 않을 것이다. 온 우주에서 당신의 마음 한자리에 꽂힌 바늘을 뽑을 수 있는 건 오직 당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