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의 탄생
1594년 어느 날, 당대 최고의 관측 천문학자이며 역시 당대 최고의 점성술사 중 한 명이었던 티코 브라헤는 한 위대한 인물의 탄생을 예언합니다. 그리고 그가 예언한 날짜의 태양과 별의 위치가 일치하는 시간에 태어난 인물이 바로 스웨덴에서 가장 위대한 국왕인 구스타프 2세 아돌프였죠.
구스타프 2세 아돌프는 오래도록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 골치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사촌이자 경쟁자였던 폴란드의 지그문트 3세에게는 다 큰 아들들이 여럿 있었기에 후계자 문제가 걱정이 없었지만 구스타프 2세 아돌프에게는 아들이 태어나지 않았으며, 남동생인 칼 필립 역시 20살의 나이로 요절했기 때문입니다.
후계자 문제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은 바로 구스타프 2세 아돌프의 왕비였던 브란덴부르크의 마리아 엘레오노라였습니다. 그녀는 스웨덴 기후와 궁정에 적응하기 힘들어해서 늘 우울해했었는데 거기다가 늘 딸만 낳은데다가 딸도 오래 살지 못해서 더 우울함을 가중시키고 있었죠
1626년 마리아 엘레오노라는 다시 한번 아이를 낳습니다. 그녀가 아이를 낳을 때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는데 그 시각의 별과 태양의 위치가 아이의 아버지인 구스타프 2세 아돌프가 태어났을 때의 위치와 일치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두들 "위대한 이가 태어난다"라고 티코 브라헤가 예언했었던 것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왕비가 아이를 낳는 동안 궁정에서는 아들이 태어날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왕비가 아이를 낳았죠. 우렁찬 울음소리와 털로 뒤덮인 몸과 바사 가문의 특징인 커다란 코를 보고 왕비의 시녀는 성급하게 왕비가 아들을 낳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 소식은 국왕에게 알려지죠.
드디어 바라던 후계자를 얻은 구스타프 2세 아돌프는 왕자가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연회를 베풀도록 명령을 하고 모두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죠.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왕비가 낳은 아이는 아들이 아니라 딸이었죠. 모든 이들, 심지어 아이를 낳은 왕비까지도 아들을 낳았다고 여긴 상황이기에 이 상황을 수습할 일이 막막했습니다. 아이 어머니인 왕비는 자신이 딸을 낳았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을 정도였죠. 결국 이 심각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국왕이 가장 신뢰한 누나인 팔츠-츠바이브뤽켄-크리부르크의 백작부인이었던 카타리나가 새로 태어난 조카를 안고 가서 국왕인 동생에게 아이가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줬었습니다.
구스타프 2세 아돌프는 태어난 아이가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는 사실에 매우 큰 실망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는 아이를 보면서 "이 아이가 나에게 아들과 같은 딸이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었다고 합니다.
크리스티나의 탄생은 이렇게 혼란으로 시작합니다. 비록 그녀의 아버지는 실망을 하긴 했지만 딸을 사랑했고 후계자로 받아들이게 되죠. 하지만 우울증이 심했던 크리스티나의 어머니인 마리아 엘레오노라는 크리스티나가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에 격분했으며, 심지어 그녀가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은 딸인 크리스티나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딸을 미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티코 브라헤의 예언처럼 어떤 의미에서 보면 크리스티나도 나름 위대한 사람이긴 합니다. 그녀의 삶이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현재까지도 기억되고 앞으로도 기억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림출처
위키 미디어 커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