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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아라 Oct 05. 2015

러시아 대공들을 들었다 놨다

마틸드 크세신스카야와 러시아의 두 대공

마틸드 크세신스카야는 폴란드 출신의 발레리나로 러시아 황실 발레단의 일원이었습니다. 그녀는 매우 뛰어난 발레리나였는데 그녀의 졸업작품은 황실 가족들이 직접 참관했으며 이 작품을 본 황제 알렉산드르 3세는 그녀에 대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마틸드 크세신스카야의 야망은 단순히 발레리나로써의 성공에 머물지 않습니다.




마틸드 크세신스카야,황실의 비호를 받았던 인물이었는데 이런 상황은 후에 그녀가 발레리나로써의 저평가받는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당시 황실 발레단은 "대공들의 정부들"을 공급한다는 소리가 있었을 정도로 발레리나들과 러시아 황족들간의 연애질이 심했었습니다. 떠도는 이야기에 따르면 대공들이 아무 여자나 만나서 성병에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발레리나들과의 만남을 권장했다..라는 소리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떠도는 이야기지만요.


이런 환경에서 마틸드 크세신스카야 역시 "대어"를 노리게 됩니다. 10대 후반의 그녀는 야망이 커서 그녀가 노린 사람은 바로 황태자 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이었습니다. 사실 황제를 노리고 싶었을 수도 있었는데 황제가 워낙 순정파로 알려진 분이라 황후가 친정에 가면 황후방에서 서성이면서 기다리거나 황후따라 덴마크에 가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황제를 꼬시긴 힘들어었을듯합니다. 그래서 노린 사람이 아직 아내가 없는 황태자였죠. 황실에서도 황태자가 스캔들을 일으키느니 차라리 적당히 만남을 가질 여성이 있길 바랬을듯합니다. 어쨌든 마틸드 크세신스카야는 목적을 달성하죠. 그녀는 미혼인 황태자의 정부가 됐습니다.


마틸드가 낚은 대어, 니콜라이2세, 약혼사진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않는데 황태자가 자신의 사랑을 찾았기 때문이죠. 친척 관계였던 헤센의 알릭스에게 반했고 끈질긴 구혼 끝에 결국 그녀와의 결혼에 성공합니다. 알릭스의 거부, 부모의 반대, 빅토리아 여왕의 반대 등등을 물리치고 결혼한 대단한 상황이었죠. 알려진 대로 니콜라이는 이제 더 이상 정부를 두지 않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서 마틸드의 신세가 좀 난감하지게 됩니다. 이제 황제가 된 니콜라이는 마틸드를 돌봐줄 남자를 찾게 됩니다. 그가 바로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 대공(니콜라이 1세의 손자로 황제의 오촌)였습니다.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 대공, 니콜라이 1세의 손자



세르게이 대공은 마틸드를 매우 헌신적으로 돌봐줬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틸드는 그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고 그의 지위를 이용해서 발레단에서의 자신의 지위를 굳히는데 이용할 뿐이었죠. 그러다가 마틸드는 역시나 또 다른 러시아 대공을 만납니다. 바로 황제의 사촌인 안드레이 블라디미로비치 대공이었죠. 마틸드는 안드레이 대공과 사랑에 빠졌습니다만 기묘하게도 세르게이 대공과의 관계도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두 남자와의 관계를 유지했는데 두 남자 역시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비록 서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려 했지만 둘은 실제로 될 수 있는 대로 서로를 피하려 했다고 합니다.


안드레이 블라디미로비치 대공, 알렉산드르 2세의 손자





마틸드는 확연하게 안드레이 대공을 더 좋아했지만 세르게이를 버리지도 않았고 두 남자 모두 마틸드에게 헌신적이었습니다. 1902년 마틸드는 아들을 낳게 됩니다. 재미난 것은 두 대공 모두 자신이 아버지라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마틸드는 그에 대해서 명확한 언급을 피하였고요. 아이는 블라디미르 세르게예비치라는 이름을 받아서 당대에는 세르게이 대공이 아버지일 거라는 추측을 하게 했습니다만 정작 커가면서 안드레이 대공을 더 닮아갔다고 합니다. 어쨌든 세르게이 대공은 여전히 마틸드와 아이에게 헌신적이었으며 마틸드는 안드레이 대공과 즐거운 생활을 보내는 기묘한 상황이 지속되죠.



마틸드와 아들 보바, 그리고 두명의 대공



안드레이 대공보다 좀 더 황후나 황제와 친했던 세르게이 대공은 스캔들에 민감한 황후 때문에 결국 마틸드와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합니다만 이 상황은 좀 더 빨리 끝납니다. 바로 혁명이 일어난 것이죠. 혁명이 일어났을 때 안드레이 대공과 마틸드는 러시아를 떠나기로 했었는데 세르게이 대공이 이들 둘을 배웅했다고 합니다. 또 세르게이 대공은 마틸드의 아들을 보호하고 있었는데 러시아가 위험해지자 결국 그 아이를 어머니 곁으로 보내주기까지 했었죠.


만약은 무의미하지만 만약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마틸드는 평생 두 명의 대공을 들었다 놨다 그러면서 살았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더하기

마틸드 크세신스카야가 아들을 임신했을때 잠시 아이를 낳기 위해 발레단을 쉬어야했습니다. 그녀는 발레리나로써 자신에게 위협이 될만한 여성이 주연이 되는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대에는 도저히 주연급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웠죠.

이 마틸드 크세신스카야가 내세운 인물이 바로 전설적인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였습니다.


안나 파블로바


그림출처

위키 미디어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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