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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아라 Nov 02. 2016

이것은 내 의무요. 내가 뭐하러 태어났겠소

노블레스 오블리주 : 그리스의 안드레아스 왕자비(2)

2차대전중 그리스는 독일과 이탈리아에 점령당했었으며 오래도록 독일 치하에 있었습니다. 이때 그리스 왕족들 대부분은 망명을 선택했었는데 단 두명의 왕자비들이 그리스에서 남아있었습니다. 그중 한명이 바로 안드레아스 왕자비였던 베텐베르크의 앨리스였습니다. 앨리스는 혼란한 그리스에 남았고 자신이 선택했던 자선사업을 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1944년 독일은 그리스에서 물러났으며, 이제 그리스의 망명정부가 돌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리스내 사회주의자들은 군주제를 반대했으며, 국왕이 돌아오는것 역시 거부합니다. 결국 이 상황은 그리스에서 내전상황으로 치닫게 되었으며 아테네에서 게릴라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앨리스와 그녀의 동서인 니콜라오스 왕자비 엘렌은 아테네 중심가에 있던 앨리스의 집에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영국군은 왕자비들을 따로 보호하는것이 힘들었기에 둘을 함께 지내도록 했던 것이었습니다. 당시 영국군 사령관의 참모였던 제랄드 그린 소령은 앨리스와 엘렌을 매일 방문했었습니다. 그가 두 왕자비들을 방문한 이유는 왕자비들에게 식료품을 가져다 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아테네에서 하루에 23시간이나 통행금지가 시행되고 있었는데 이때문에 왕자비들은 식량을 구할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왕자비들은 사회적 지위와 체면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자신들의 어려움을 알리지 않았고 보다 못한 앨리스의 시녀가 제랄드 그린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그는 왕자비들에게 매일 식료품을 가져다 줬던 것이었죠.


하루는 그린 소령이 왕자비들을 만나러 왔을때, 앨리스 왕자비가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통행금지를 어기고 밖으로 나간것이었습니다. 그린은 이때의 일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습니다.


앨리스 왕자비는 안으로 들어왔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절하는 대신에 내가 앉아있던 의자에서 다음과 같이 소리쳤다. "어디있었던겁니까?' 나는 헬렌 왕자비가 이에 매우 겁에 질리고 충격받은듯했다. 그러나 앨리스 왕자비는 의자에 앉으며 이렇게 말했다.'댁도 알다시피, 남자가 나에게 그렇게 말한것은 오랫만이오'

앨리스 왕자비는 굴둑처럼 담배를 피워댔다. 그녀는 식량이 올때마다 나오는 초콜렛과 담배를 모두 모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사회주의자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변의 경찰들에게 가져다 줘서 그들에게 용기를 내게 하도록 결정했다. 그녀는 이것들을 유모차에 실었다. 그리고 주변의 경찰관들과 그들의 아이들에게 담배와 단것들을 주기위해 홀로 나갔다.

나는 앨리스 왕자비에게 매우 위험하고, 그녀가 총에 맞을수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왕자비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뭐 사람들이 나에게 말하길 내가 죽을때 총성을 못들을것이라고 했소. 어쨌든 난 청각장애자이고 그에 대해서 왜 걱정하겠소? 나는 알지 못할텐데 말이오. 그렇지 않소?' 그리고 왕자비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이것은 내 의무요. 내가 뭐하러 태어났겠소?'

그 시간 이후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앨리스와 그린의 우정을 평생을 했는데, 앨리스는 나이든 후 보통사람들이 보기에는 좀 이상하다 싶은 행동을 자주 했었습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의 격식을 싫어했으며 심지어 아들 며느리가 휴가 갈때 함께 동행하지도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주변 사람들이 감탄할만큼 자신의 의무에 충실했고 비록 늘 성공하지 않았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었습니다.


바텐베르크의 앨리스, 그리스의 안드레아스 왕자비, 1920년대, 필립 드 라즐로 작품


자료출처: Alice:Princess Andrew of Greece (Hugo Vickers)

그림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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