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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아라 Dec 23. 2018

과연 어떤 용어를 써야하나...

가벼운 역사 이야기 : 용어를 번역하는 것은 어렵구나!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많은 나라가 공화국이긴 하지만 이전에 많은 나라들이 군주 국가였다. 이 때문에 우리에게 쓰이는 독특한 국왕과 귀족지위를 가지는 신하들에 대한 익숙한 용어들이 존재한다.


유럽의 역사에서 역시 군주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귀족들인 신하들에 대한 호칭이나 명칭 지칭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용어들은 우리가 쓰는 익숙한 용어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물론 체계가 맞지 않기에 아주 정확히 일치하는 번역은 아니지만 대략 비슷한 개념으로 유추할수 있는 용어들을 쓴다.


중요한 것은 이 개념들이 주로 영어권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독일이나 프랑스 에스파냐 같이 영어를 쓰지 않는 나라들의 독특한 체제를 상당부분 영어식으로 번역한 것을 다시 우리나라에서 받아쓰고 있기도 하다. 사실 영국 역시 유럽의 나라였고 상당부분의 체계나 용어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기에 적당히 써도 무방했다. 하지만 몇몇 용어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고 이런식의 중역은 우리에게 번역이 돌아왔을때 대단한 혼란을 일으키게 만들기도 한다.


Prince는 영어에서 기본적으로 "왕자"라는 의미를 가진다. 바로 국왕의 아들이나 손자등 국왕의 남성 후손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prince가 지위의 의미로 쓰이면 좀 달라지게 된다.


Prince Louis of Battenberg, 바텐베르크의 루이스, 빅토리아 여왕의 외손녀사위, 하지만 그의 지위를 대공으로 번역하면 안된다는것...ㅠ.ㅠ


Prince of Wales 는 기본적으로 잉글랜드-영국의 왕위계승자가 쓰던 지위중 하나였다. 이것은 웨일스 지방의 통치 군주라는 의미로 웨일스가 잉글랜드에 복속된 에드워드 1세 시절 자신의 장남인 에드워드 2세에게 부여된 칭호였고 이후 관례적으로 왕위계승자에게 내려지던 지위중 하나였다.

여기서 재미난 것은 영국에서는 지위로 prince를 쓸수 있는 사람은 오직 왕위계승자인 prince of Wales라는 것이다. 그 외의 국왕의 아들들은 모두 duke 지위를 받게 된다. 

이 상황은 직감적으로 봐도 영국에서 지위로써는 duke보다 prince 지위가 더 높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을 알수 있게 한다. 실제로 현 엘리자베스 2세는 자신이 제일 좋아한 숙모였던 글로스터 공작 부인 앨리스에게 Princess라고 부를수 있게 특별히 허락했었고, 여왕의 손자인 캠브리지 공작 윌리엄이 케이트 미들튼과 결혼했을때 영국 언론에서는 둘을 prince/princess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논의를 소개했지만 결국 그냥 캠브리지 공작 칭호를 부여해서 둘은 캠브리지 공작/공작부인이라고 불리고 있다.


여기까지 본다면 왕자가 아닌 경우의 prince가 duke보다 더 높기에 우리나라에서 prince를 공작보다 더 높은 지위인 대공으로 번역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아보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독일식의 지위에 가면 난감한 상황이 일어나게 된다. 독일의 경우도 영국의 duke에 해당하는 지위가 존재한다. 독일어로는  Herzog라고 쓴다. 그리고 König(King)과  Herzog(duke)사이에 해당하는 지위가 존재한다. 여기에는 Großherzog 와 Erzherzog가 있다. 뭐 딱봐도  Herzog 앞에 접두사가 붙어서 더 높은 지위를 의미하는 것같이 보인다. 하지만 이 두개의 단어가 영어로 번역될때는 prince가 아니라 Grannduke와 Archduke라고 번역된다.  당연히 영어로 prince라고 번역되는 지위가 있긴하다. (군주의 자녀라는 의미의 prince는 독일에서도 prinz라고 불린다.) 바로 Fürst라는 지위이다. 그런데 이 지위는 독일에서는 공작 아래 graf(count)위의 지위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어책에서 독일쪽 이야기를 할때 prince라는 지위는 영국식 개념으로 공작보다 높은 지위가 아니라 공작보다 낮은 지위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게 되면 이제 우리나라의 번역 문제로 접어들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duke를 공작으로 번역하고 있다. 이때문에 prince를 종종 공작보다 높은 지위인 대공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이것은 아마도 prince를 기계적으로 왕자로 번역하던것과는 좀 다르게 번역하는 것일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독일의 prince에도 그대로 대공으로 써버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전의 신성로마제국지역이었던 지역에서  Fürst를 영어식으로는 prince로 번역해버리는데, 우리는 그에 대해서 prince가 duke보다 더 높다는 영어식 개념을 그대로 도입해서 그냥 "대공"이라고 번역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Archduke나 Grandduke는 뭘로 번역해야하는 것일까...-0-;;;;;;


결국 이 문제는 용어에 대한 문제이자 중역에 대한 문제이기도 한것이다. 일단 영어 번역자들에게 왜  Fürst를 prince로 번역했냐고 항의해야하겠지만 뭐 그사람들도 쭈욱 그렇게 쓴것이라 뭐라 할수 없는 것이 아닐까한다. 


그러면 prince를 도대체 뭘로 번역해야할것인가?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prince를 그냥 "공"이라는 단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아마도 공작의 줄임말일듯하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번역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면 일단 공작보다 더 높은 개념의 prince로 쓰이는 단어는 의외로 한정적 단어로 쓰인다. 주로 Prince of Wales나 Prince of Asturias(카스티야-에스파냐 왕위계승자들의 지위)나 Prince of Orange(네덜란드 왕위계승자들의 지위) 등 몇몇 한정된 예에서만 사용되기 때문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prince들은 독일쪽 prince들이기 때문이다. 주로 공작보다 높은 지위로 쓰이는 prince는 아예 특정한 명사로 굳어진 경우이기 때문에 같이 쓰면 되는 것인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원어를 그대로 써서 "외래어"로 쓰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Landgraf 같은 경우인데 graf가 붙었다고 우리나라에서는 "변경백"으로 번역하는 경우를 봤는데 사실 이 Landgraf는  Fürst보다 높은 지위이다. 


이 복잡한 주절거림의 결론은 무엇인가?

번역은 힘들다!특히 용어 번역은 더하다!!!


더하기

현재도 이   Fürst를 쓰는 통치 가문들이 있다. 바로 리히텐슈타인과 모나코이다. 

그리고 더 재미난것은 Grandduke를 쓰는 통치 가문도 있다. 바로 룩셈부르크이다.

자자 그럼 이들은 또 어떻게 번역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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