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역사 이야기 : 러시아의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대공비
2008년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100여년전 우크라이나에서 사람들을 위해 헌신했던 수녀인 아나스타샤 수녀를 성녀로 시성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수녀가 되기전 그녀는 평생 남편과 원수처럼 지냈던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성 아나스타샤 수녀로 시성된 이 성인은 원래 올덴부르크 대공 가문 출신의 여성으로 러시아의 니콜라이 1세의 며느리가 되는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대공비였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평생 웬수처럼 지냈던 남편은 니콜라이 1세의 셋째아들이었던 니콜라이 니콜라예비치 대공이었습니다.
니콜라이 1세와 그의 아내인 알렉산드라 황후는 자녀들의 교육을 매우 중요시 여겼습니다. 그리고 황제의 자녀들은 막 유행하던 자유주의를 열심히 받아들였으며, 알렉산드르2세나 콘스탄틴 대공등은 러시아를 개혁하는데 정치적으로 엄청난 노력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이름을 딴 이 셋째 아들인 니콜라이 대공은 아버지처럼 군대에 집중했지만 아내에게 좋은 남편이려고 노력했던 아버지와 달리 아내를 거의 원수처럼 대하게 됩니다.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대공비는 아름다운 외모는 아니었지만 교육을 잘 받았으며 부모가 매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던 인물이었기에, 황실에서는 이런 화목한 가족에서 온 대공비가 이미 여자들에게 빠져서 여자들을 쫓아다니기에 여념이 없던 대공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것이라 여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황실의 기대와 달리 부부의 사이는 점차 벌어지는데 대공비는 사교계보다는 가난한 이들을 돕는데 더 집중했으며 이때문에 남편이 기대하는 우아한 모습이나 화려한 여성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러자 원래 바람둥이였던 대공은 아예 아내를 무시했고 사교계에서는 대공에 대해서 "아내를 제외한 모든 여성에게 다정하다"라는 이야기까지 하게 되죠.결국 부부는 서로를 거의 보지 않고 공식적 행사에서만 같이 있었는데 둘이 살던 궁이 워낙 컸기에 둘이 안마주치고 살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공과 대공비가 결정적으로 대놓고 싸우는 일이 발생합니다. 바로 대공이 사랑에 빠진 여성과 그 자녀들에게 지위를 내려달라고 황제에게 부탁한것이었죠. 이것은 아내가 살아있는 상황에서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당연 대공비는 화를 내면서 황제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자기도 정부랑 알콩달콩 살면서 죽어가는 마누라가 죽기만을 기다리던 황제는 대공비에게 그다지 좋은 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 사건은 대공비의 말이 옳기에 동생에게 경고하면서 동생과 정부를 멀리 잠시 유배를 보내기도 합니다.
유배에서 돌아온 대공은 정부와 다른곳에서 살림을 차린후 아내와 대놓고 싸움을 시작합니다. 아내를 부정한 여자로 몰아세우면서 집에서 쫓아내죠. 대공비는 억울해서 황제를 또 찾아갔지만 골치가 아팠던 황제는 대공비를 국외로 보내버리는 것으로 일을 해결합니다. 대공비는 아들들과 함께 러시아를 나갔는데 대공은 대공비 곁에 있는 아들들을 러시아로 돌아오도록 해버리기까지 합니다.
대공비는 이런 억울함을 견디고만 있었습니다만, 자신을 국외로 보내버렸던 시아주버니인 알렉산드르 2세가 사망하고 시조카인 알렉산드르 3세가 즉위하면서 상황은 달라집니다. 알렉산드르 3세는 숙모에게 매우 호의적이었으며 숙모를 돌아오도록 만들었죠. 대공비는 러시아로 다시 돌아왔으며, 조카인 새 황제와 사이가 틀어진 니콜라이 대공은 화를 삭히고 있어야했습니다.
니콜라이 대공은 아내와 이혼하고 정부와 결혼하고 싶어하지만 대공비는 절대 이혼하지 않으려했고 당연 황실에서도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위해서 대공비를 지지합니다. 결국 대공과 대공비는 공식적으로 별거상태에 들어갔고 이꼴저꼴보기 싫은 대공비는 수녀원에 들어가버리기까지 합니다.
대공비는 사실 건강이 매우 나빴기에 니콜라이 대공은 아내가 일찍 죽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아내가 죽고 나면 자유롭게 재혼하려했을 것이죠. 그러나 대공의 정부가 대공비보다 먼저 죽었으며 심지어 대공 역시 대공비보다 먼저 죽었습니다.
남편이 죽은후 대공비는 정식으로 수녀가 되었으며 이제 전쟁같은 삶에서 벗어날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남편을 용서하지 않았으며 남편의 묘소에 방문하는 것조차 싫어하고 거부했었다고 합니다.
이때문에 성 아나스타샤 수녀는 이혼한 사람들의 수호성인기도 합니다.
그림출처
위키 미디어 커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