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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비 Nov 19. 2022

꼬순내를 사랑하게 된 고양이


집사는 시도 때도 없이 제 발 냄새를 맡는 참 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어요. 아마도 제 발에서 나는 꼬순내에 중독됐나 봐요. 심지어 가끔은 친구들까지 집으로 데려와서 제 꼬순내를 자랑하기도 해요. 참다못해 집사를 쏘아보며 싫어하는 티를 팍팍 냈더니 그 후로는 제가 낮잠을 잘 때만 몰래 다가와서 조용히 꼬순내를 맡고 가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달콤한 낮잠에서 깬다는 걸 집사는 왜 모르는 걸까요. 흥.


발에서 꼬순내 대신 달콤한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어요.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혀에 침을 묻혀 열심히 핥아봤지만, 이상하게도 꼬순내는 사라지기는커녕 조금 더 진해진 것 같은 느낌마저도 들었어요. 저는 하는 수 없이 이 꼬순내를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돌이켜 보면 그동안 제 못난 부분을 감추기 급급했던 것 같아요. 제 꼬순내를 맡으면서 해맑게 미소 짓는 집사의 얼굴을 보다 보니 조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제가 보기에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도 집사에게는 장점으로 비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생각을 조금씩 바꾸니 그렇게 없애 버리고 싶었던 꼬순내가 신기하게도 고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해 줘야겠어요. 이제 더는 꼬순내를 감추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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