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 Descansador Oct 13. 2019

2019.10.13

내 마음 돌아보기 

이렇다 할 조건없이 누군가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의 용기는 그 어느 것보다 강렬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 두 살 나이를 먹어 20대의 끝자락에 있는 나에게, 

그 사람이 나에게 주는 뜨거운 사랑은 낯설면서도 과분하게 느껴졌다. 


더 이상 이전처럼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할 뿐더러 나 또한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단념했던 터였다. 


사실 이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내 생각 속에도 이 변화가 자연스럽게 물들었으니까

소득이 생기면서 내 호주머니는 좀 더 넉넉해졌지만 그와 비례하여 머리 속 계산과 조건들을 더 첨예해졌다. 늘어나는 통장잔고 때문인지, 건강한 사고력이 부족해져서인지 그 동안 나는 이런 변화에 대해서 이렇다 할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 그냥 다 이렇게 나이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사람은 내가 외면하고 있었던 문제에 대해서 내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나를 상기해 주었다. 

그 사람의 진심이 느껴졌을 때, 그리고 내 마음의 온도가 그 사람의 그것과 같지 않음을 보다 명확하게 깨달았을 때, 마음이 심히 무거워졌다. 


언제부터였을까

건강한 상호적 관계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잊어버린 같다. 아니, 애써 외면하면서 지냈다. 


내 쾌락과 감정, 만족감 등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더욱 눈과 귀를 기울이고, 또 그 기준치는 더 높아진 반면 내가 상호작용하는 사람의 그것들을 살피기는 더욱 귀찮아졌다. 그래서 상대방이 나를 더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관계는 적당히 발을 빼고 즐기는 반면, 소위 내가 '을'이 되는 관계는 '굳이?'라는 질문이 앞서고 뒷걸음질쳤다.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길 줄 알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너무 혼자만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나의 정신 건강은 물론, 내가 맺는 관계 전반에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요새 나는 분명 너무 혼자 보내는 시간만을 찾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 속 넛지(Nudge) 채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