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 Descansador Jun 13. 2018

멕시코에서의 교환학생 그리고..

그 시작

지금까지 내 짧은 인생에서 굵직한 결정들은 모두 다소 충동적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그 결정을 무게들을 감당할 만한 근거들을 마련하고 잘 정돈할 만큼 체계적인 

사람이 못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멕시코라는 생소한 국가에서 교환학생을 결심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먼저 내 생각의 출발점은 '영어권이 아닌' 국가를 가자는 것이었다.

당시 떠오르는 선택지는 유럽 다수 국가, 아프리카 다수 국가, 그리고 중남미였다. 


내게 던져진 그 다음 질문은 '어떤 언어가 더 매력있을까?'였다. 별다른 이유없이 스페인어가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러면 옵션은 상당히 줄어든다. 스페인, 포르투갈의 영향권에 상당 기간 있었다고만 어렴풋이 알고 있던 중남미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찾아보았다. 푸에르토리코와 같이 타국령인 작은 섬나라들과 브라질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은 모국어로 스페인어를 사용한다는 점은 나에게 꽤나 고무적인 발견이었다. 


단일 언어로 엮이는 거대한 문화권이 있다는 것은 여행자에게는 굉장한 행운이다. 

단일 언어의 학습만으로도 그토록 광활하고 다원적인 문화를 보는 눈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하나의 언어로 문화권이 엮인다는 것은 그만큼 문화의 동질성도 커지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권역이 넓어질수록 문화의 발산적 매력이 두드러진다. 큰 뿌리로부터 발산하고 파생되면서 

고유의 이질성을 더하여 비로소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문화의 '자연 속성'이라고 나는 믿는다. 




단일 언어로 엮이는 거대한 문화권이 있다는 것은 여행자에게는 굉장한 행운이다. 단일 언어의 학습만으로도 그토록 광활하고 다원적인 문화를 보는
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중남미로 내 행선지를 정했고, 수많은 중남미 국가들 중 멕시코가 그 대상이 되었던 이유는 

우스울 만큼 간단하다. 교환학생 자격을 갖추기 위해 스페인어 실력을 요구하지 않는 유일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지역이 아니라 내가 소속된 학교와 결연되어있는 학교들 중 

유일한 옵션이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멕시코로의 교환학생을 결정할 당시 나는 스페인어 수준은 알파벳을 겨우 읽고 발음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무모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치열한(?) 교환학생 선정 과정에서 어렵지 않게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건 

모집 인원보다 지원 인원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영미권 지원 학생들의 학점에 비해서 매우 

겸손한 내 학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출국 약 5개월을 앞두고 

내 충동적 도전은 꽤나 엉성하게 시작되었다.




큰 뿌리로부터 발산하고 파생되면서 고유의 이질성을 더하여 
비로소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문화의 '자연 속성'이라고 나는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글의 호흡(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