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요, 아이슬란드? - 여행 3일 차
3일 차 여정은 아직 남아있지만 먼저 숙소에 들르기로 했다. 이날 마지막 목적지와 다음날 첫 일정 사이에 숙소가 없어서 솔헤이마산두르 근처에 숙소를 잡았기 때문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다음 목적지인 디르홀레이로 향했다.
디르홀레이는 아이슬란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자연경관 중의 하나인데 코끼리 모양의 해안절벽 바위가 절경이다. 이곳을 둘러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방법은 절벽 아래쪽 주차장에 차를 대고 언덕 꼭대기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것인데 시간이 30분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두 번째 방법은 언덕 꼭대기까지 새로 난 길을 타고 바로 올라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럼 당연히 언덕 꼭대기까지 바로 갈 것이라 생각하지만 언덕 아래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이 훨씬 좋은 이유가 있다. 그곳에는 바로 퍼핀을 관찰하기 좋은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이 걸었던 데다 9월 중순이었기 때문에 여름 철새인 퍼핀이 있을 가능성은 없어서 우리의 선택은 바로 언덕 꼭대기로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돌아와서 다른 여행 블로거가 우리보다 하루 뒤에 그곳에서 퍼핀을 본 경험을 포스팅해 놓은 것을 보았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아쉬움이 남는 대목 중 하나이다. 퍼핀과의 만남은 그렇게 무산되어 버렸다.
디르홀레이 언덕 위에서는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바람이 강해 차문을 열다 문짝이 뜯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는데 디르홀레이 언덕에서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가 간 날에는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았다.
디르홀레이 언덕의 조망은 가히 압권이었다. 좀 전에 다녀왔던 솔헤이마산두르 지역과 뒤쪽의 솔헤이마요쿨이 한눈에 다 들어왔다. 흑과 백, 풍요와 빈곤 같은 묘한 대조가 어우러진 장관이었다.
풍경을 뒤로하고 반대편 해안가 쪽으로 가면 예쁜 등대를 지나 그 유명한 디르홀레이 해안절벽이 나온다.
이 세상에는 해안절벽 코끼리 바위가 수백 개는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그중 어느 하나 멋지지 않은 곳이 없다. 해안절벽 코끼리 바위는 그냥 명승지 치트키인 것 같다.
추억을 저장하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을 때 혼자 여행하던 한 여성분이 우리 단체 사진을 찍어주시겠다며 말을 거셨다. 여행지에서 새 친구 생기려나 생각했지만 답례로 자기 사진도 찍어 달라 하시고는 정말 쿨하게 가버리신다. 캐나다 아주머니들에 이어 외국인 친구 사귀기는 또 한 번 실패였다.
다음 목적지는 레이니스피아라이다.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자연경관은 몇 가지가 있다. 빙하라던지, 폭포, 지열지대와 같은. 그런데 주상절리 또한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자연경관 중의 하나이며 레이니스피아라는 아이슬란드 주상절리의 대표주자이다. 드넗게 펼쳐진 바닷가 모래사장 끝에 해안 동굴이 하나가 있는데 이 해안동굴 주변이 온통 주상절리로 이루어져 있다. 동굴 입구 옆에는 주상절리가 계단식 수직기둥으로 펼쳐져 있어 장관을 이룬다. 이 계단식 수직기둥 위에 올라가서 사진 찍는 것이 또한 SNS 필수 코스이다. 아니나 다를까 좀 전에 솔헤이마산두르 비행기에서 사진 찍던 그 무리들이 우리가 디르홀레이에 가 있는 동안 다 이곳으로 이동해서 또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각자 기둥 하나씩 차지하고서. 나도 여기서 인생사진 한 장 찍고 싶었다. 하지만 그 경쟁에 뛰어들 자신이 없었다. 결국 이름 모를 어느 외국인의 멋진 포즈만 사진으로 남겼다.
이곳에서는 오른쪽 저 멀리 디르홀레이 절벽이 바라다 보이고 그곳으로 떨어지는 일몰이 일품이라 했다. 하지만 하루종일 이어진 강행군으로 지친 조카들을 위해 일찍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