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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Mar 28. 2023

후회하지 않으세요?

에세이

"후회하지 않으세요?"


면접관이 물었다. 나는 뻔뻔하게 '전혀요'라고 대답했다. 내가 했던 일들과 결별하고 새로운 일을 할 때 한 번 아니, 몇번이고 듣게 되는 질문이다.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적절한 대답은 아마 나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일 게다. 나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그리고 내가 한 선택에 얼마나 스스로 고심했는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전달해 준다. 그러고 나면 평가는 그들의 몫이 된다. 나는 그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사실 기분이 나쁜 질문도 아니다. 조금 곤란한 질문일 뿐이지 그런데 괜히 한편으로 심술이 나버린다. 집에 오는 길 버스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심퉁이 잔뜩 난 나는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나간 시간에 후회하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고 지난 선택들에 후회하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겠지. 살면서 무언가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꼭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는구나. 일관된 선택을 해온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받지도 않겠지? 근데 그런 사람들이 있기는 한가? 일관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느냔 말이다. 맞아. 나를 서류로만 본 사람은 분명 궁금하겠지. 이유가 듣고 싶을 거고 이야기를 들어야 납득을 할 테고 이 사람이 성실히 임할 것인지 판단하겠지. 서로가 서로의 판단의 근거는 이력 서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근데 후회란 무어일까? 후회한다. 뒤 후, 뉘우칠 회. 뒤를 뉘우치다. 뉘우칠 회에는 한이 맺히다.라는 뜻도 있구나. 한이 맺힐 정도로 후회스럽진 않다. 뒤를 뉘우칠 정도로는 후회한다.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면 뉘우쳐야 할 것들이 있다. 나는 미숙했고 어리숙했고 세련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순간마다 있었던 선택들은 뉘우칠 수가 없다. 모두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던 최선의 선택지였다. 미숙하고 어리숙한 내게 다른 선택지들도 크게 다를 것 없었다. 그러니 아마 현재의 나도 그리고 미래의 나도 이 선택에 후회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 조금 더 현명하지 못했던 것은 뉘우치겠지만. 음, 같은 말인가? 정신승리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버스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뉘우칠 만한 생각들을 했다. 사람들이 성가셨고 짜증 났고 한편으론 불쌍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하고 그리고 스스로를 나무랐다. 나는 여전히 뉘우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자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죽는 날에는 분명 후회스러울 것만 같다. 나는 어떤 날에, 어느 아침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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