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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Apr 10. 2023

남성호르몬 그게 대체 뭐라고

에세이

나는 남성성을 강요받은 90년대 생이다. 사실 요즘 애들도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된다고 할 거 같지만 몇 년 대생까지 남성성과 여성성을 강요받았는지 알게 뭔가. 아무튼 나는 사내자식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남자다. 하지만 나는 남성성과는 거리가 먼 남자아이였으므로 그게 참 괴로웠던 것 같다. 남자다움이 뭔지도 모르는 데다가 가지지도 않은 아이에게 남성성을 키워주려고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흔한 태권도장도 아이들의 괴롭힘에 몇 달 못 버티고 그만뒀다. 2차 성징도 좀 늦은 편이었고 성장도 조금 더뎠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남성호르몬이 스스로 자리를 찾아가는 듯하다. 삶을 살아내기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다 보니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 꼴이 남성성이 강하다고도 할 수 없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 나는 남성적인 남자가 되기는 그른 것 같다.


요즘 시대는 남자는 이래야 되고 여자는 이래야 된다. 같은 고지식한 말들은 많이 사라진 듯하다. 강요를 당하던 아이들이 그런 사회적 통념에 질식할 것 같아서 서로에게 그렇게 지적하지는 않는 듯하다. 하지만 재밌는 건 알아서들 자신이 추구해야 할 성적 매력을 찾아 거기에 다들 매진하고 있는 것 같다. 보다 남성적이고 여성적인 몸을 만들기 위한 산업은 해마다 성장하고 날마다 PT샵과 필라테스 센터가 늘어난다. 요즘 사거리에서 제일 많이 보는 광고는 웬 남녀들이 태닝 한 몸으로 늘어서서 찍은 사진들이다. 보다 매력적인 몸에 우리는 혹하게 된다. 어릴 때는 말로 강요를 당했다면 지금은 이미지로 강요당하고 있는 기분이다. 그걸 보고 있자면 남성호르몬에 질식사할 것만 같다. 지금은 눈치껏 알아서 남성호르몬을 챙겨야 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나 역시도 남성호르몬 분비를 위해 앞장서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뭐 남성호르몬 그게 나쁜 건 아니다만. 가끔은 그게 대체 뭐라고 이렇게 다들 바쁘게 또 열심히 움직이게 만드는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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