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훈 Apr 23. 2023

결혼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에세이

"우리 결혼해 볼래?"

"그래. 해보자."


대체 결혼은 어떻게 하는 걸까? 최근 우리 커플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결혼을 하고는 싶은데 대체 결혼을 하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두 사람의 고향이 다른데 식을 올리면 어느 쪽과 가까운 곳에서 해야 하는 건지 누구의 지인이 더 많은 곳에서 해야 하는 건지. 그런데 우리 두 사람 다 지인이 많은 편이 아니라 결혼식에 부를 사람도 딱히 없으니까 그냥 작게 가족끼리만 불러서 해야 하는 건지. 결혼 허락을 받으려면 대체 어느 정도의 돈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건지. 사회적 지위는 얼마만큼 있어야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뭐 우리 부모님들이야 말로 결혼할 때 그런 걸 정해놓고 하셨겠냐만은. 그래도 부모님들도 누구네는 이렇게 했다더라는 결혼식 카더라를 들으신 게 있으실 테니 우리도 최소한으로 이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건지. 그리고 우리도 스스로 봐온 것들이 있으니 이만큼은 준비는 해야 되지 않겠나 싶으면서도 그렇게까지 준비하다 보면 아마 결혼은 다음 생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결혼이 정말 하고 싶어서 결혼하는 방법까지 검색해 봤고 요즘 유행이라는 Chat GPT에게 까지 물어봤다. 인륜지대사답게 결혼은 엄청나게 손이 많이 가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Chat GPT만 해도 웨딩을 준비하기 위해 적어도 10개의 항목을 얘기했다. 하지만 거기에 한국식 절차들을 몇 가지 더 집어넣으면 최소 14개의 항목의 준비가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꽤 많은 돈이 드는 것 같았다. 대체 이런 건 왜 누가 어떤 이유에 결혼의 절차에 집어넣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일단은 그리 알려고 노력했다.


모아둔 돈 0원, 그리고 계획성 따위 1도 없는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잘못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나이에 평범 혹은 수준 이하인 내가 결혼 준비가 되어 있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긴 하지만. 그렇지만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생물학적으로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이지 않은가? 결혼은 정말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걸까? 우리는 오기가 생겼다. 우리 커플은 특이해서 남들이 말리는 것에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어 한다. 때론 그게 우리가 서로를 오해하는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그렇게 닮았기에 우리는 이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프로젝트를 어쩌면 완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혼까지 1년 남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겨진 사람의 몫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