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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Apr 24. 2023

사랑은 왜 독점적일까?

에세이

나는 비독점적 다자연애(폴리아모리)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런 세계도 있고 그런 삶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사랑에 대해 이해할수록 나는 폴리아모리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자, 생각해 보자. 사랑은 독점적일까? 음, 어떻게 보면 사랑은 독점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독점적 소유권이 꽤 중요한 것처럼 여겨진다. 남사친, 여사친 문제라던지 이성 친구 간의 가벼운 스킨십도 허용되지 않고 계속해서 연락을 유지해야 하는 문화를 가진 한국인들은 상대방을 대상으로 삼고 소유하려는 문화가 저변에 깔려있을지도 모르겠다. 관계 맺기에서 '소유'의 개념은 양자 간의 합의가 아니라면 지양해야 할 문제가 맞다. 우리는 타자에 귀속될 수 없으며 존재 자체를 누군가에게 양도할 수도 없다. 그것이 부부간의 관계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왜 우리는 서로를 귀속하고 양도하는 행위를 기꺼이 하는가? 부부에서 심지어는 사귄 지 얼마 안 된 연인 사이에서도 말이다.


우리는 사랑을 하면 깊은 관계를 원한다. 그것이 육체적이든 정신적으로든. 그러나 결국에는 정신적으로 대상과 관계의 질이 높은 상태가 되길 바란다. 육체적인 관계 역시 정신적인 깊은 교감의 수단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정서적 동기화 및 공유는 사랑에서 정말로 중요하다. 그리고 아주 섬세해야 하고 매우 어려워서 다루기 어렵다. 타자 간의 이런 섬세한 정서적 교감은 매일 빈번히 일어나지만 우리는 그것에 아주, 매우 서툴다. 내가 너무나 진실로 사랑한다고 해서 이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정말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결혼한 부부 사이의 관계에서도 쉽지 않다. 그게 아니라면 부부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상담사들이 대체 왜 있겠는가? 관계 맺기는 글쓰기에 비해 몇 천 배는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의 전체를 믿고 맡기며 정서적 동기화와 공유를 원하는 대상과의 만남은 얼마나 어렵겠는가? 사랑이 깊어질수록 양자 간 관계의 질을 좋게 만들려는 것이 당연한 마음과 생각이다. 그러니 양자는 그런 관계를 위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것은 사실 엄청난 에너지 소비를 일으킨다. 그래서 때로는 정말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왜 그렇게 까지 노력해야 하지?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그렇게 노력하지 않고서야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정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삶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이런 위로 없이 무엇이 위로해 줄 수 있겠는가?


그래서 결국 사랑은 독점적으로 변한다. 왜냐면 한 인간과의 관계를 그렇게 깊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평생을 다 바쳐야 할 것이므로. 인과관계가 다르다고 보면 된다. 본질적으로 사랑의 깊이, 관계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우리는 한 인간에게 최선을 다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독점적인 사랑을 하고 있게 되는 것이다.


낭만적인 파괴, 사랑의 추락, 자기 파괴적 사랑과 같은 단어와 이미지는 매혹적이다. 나 역시 그런 매혹적인 이야기들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런 작품들은 그냥 완전히 매혹적이고 아름답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사랑과 이것이 가져다줄 행복을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사랑이란 것을 조금 더 보수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완전하고 무너지기 쉬운 것이 사랑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귀속되고 양도되려고 한다. 그렇게 해야 안전하다고 느끼므로. 그런 식으로 행동할수록 이 사랑이 깊어질 거라 믿으니까 말이다. 한편으론 맞는 말이지만 한편으론 틀린 말이다. 행동을 강제해서 서로의 관계가 질적으로 좋은 관계가 되지는 않는다. 그전에 두 사람의 충분한 정서적 소통과 대화, 각자 삶에서의 증명이 필요할 것이다. 독점을 위해 사랑을 해서는 안된다. 사랑을 하다 보니... 어쩌다 보니 독점적으로 사랑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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