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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Apr 28. 2023

한 달 동안 매일 글쓰기를 해보고 알게 된 점

에세이

이전에 약 한 달 미라클 모닝을 한 적이 있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3km 구보를 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낮잠을 무조건 자야 했다. 오후 시간에는 커피 없이 버틸 수 없었다. 그렇게 하고 뭘 느꼈을까? 아, 그냥 피곤하구나였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금 매일 한 달 어떤 주제로든 어떤 형식이던 글을 쓰고 나서 느낀 점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 그냥, 처음 시작한 의도대로 글손실이 방지됐다. 매일 글을 쓰는 것으로 나는 일종의 콜렉터가 된 기분을 느낀다. 포켓몬을 잡아 모아 놓는 듯한 기분과 비슷하다. 브런치라는 이 웹에 나의 기록이 차곡차곡 쌓인다. 이 뿌듯함은 대체 뭐 때문에 생기는 걸까? 아마도 많은 기록은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기승전 진화론으로 결론을 내린다.


한 달 동안 뭔가를 했다고 달라지는 게 없는 것처럼, 한 달 동안 뭔가를 했다고 인정해 주는 사람도 많이 없다. 세상에는 한 가지 일을 정말 꾸준히 오래 하는 사람이 많다. 여러 분야에 그런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건 나이를 먹을수록 알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즐비한 세상에 나 같은 얕은 지식의 저주에 걸린 사람은 설 자리가 애매하다. 나는 애매한 경계에 서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보통 미적거린다고 표현하지. 앞으로 나서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않고 애매한 경계에 서성이는 사람. 뭘 해야 될지 몰라서 두리번거리며 눈치 보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한 달 동안 뭔가를 했다고 달라지는 건 딱히 없다. 쇠뿔도 단김에 빼는 미친 능력의 인간들이 살아남는 사회인데 말이다.


비관적인 이야기로 흘러가게 됐는데 좀 긍정적인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하자면 이 한 달이 일 년이 되길 희망한다는 것이다. 아 일 년이 지나고 나면 엄청난 이야기가 쌓이겠구나! 같은 희망에 그냥 시작한 일을 딱히 그만두고 있지도 못하다. 그리고 매일 글쓰기는 긍정적으로 남들에게 추천해 줄 만한 일이다. 글쓰기는 명상과 같은 역할을 해서 심신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치 건강보조식품처럼 말이다. 도움을 줄 수 있음이지 도움이 된다고는 안 했다. 하하.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글쓰기를 너무 맹신하지는 말자.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거란 기대는 하지 말자. 늘 그렇듯 조용히 입 다물고 아무 얘기나 쓰면 될 일이다. 내 인생에 로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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