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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Apr 28. 2023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은 방법

에세이

요즘 이런 제목이 잘 팔리니까 사람들이 이런 제목으로 글을 많이 쓴다. 오늘도 나는 그런 영상을 하나 봤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잘 모르니까 이 영상을 보면 호기심이 생기겠지? 그리고 진심으로 궁금하겠지? 그리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 영상은 '좋아하는 일'에 대해 제대로 말해주고 있지 않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모른다는 것도 그렇고. 근데 사실 나도 그렇다. 아니, 좋아하는 일이야 수 십 개는 댈 수 있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 버는 법을 '모르거나' '못해서' 문제인 거다. 인간에게 평생 숙제가 있다면 단연코 '사랑'이다. 그렇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는 인간에게 평생의 숙제는 '덕업일치'일 것이다. 대체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돈을 버나.


나는 좋아하는 일이 참 많았다. 어릴 때는 일렉 기타가 좋아져서 고등학교를 그만뒀다. 근데 열심히 할수록 알았다.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무대에 올라서 느끼는 짜릿함이 좋은 거란 걸. 그런데 악기 연주란 걸 잘하기 위해서는 '재능'이 필요한 게 아니라 가만히 앉아서 그 일을 몇 시간이고 반복하는 그 '힘'이 필요하다. 근데 나는 그런 건 모르겠고 무대 위에서 주목받는 짜릿함, 나의 멋짐에 취하는 게 좋은 거지. 그 지겹고 힘든 시간이 좋은 게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그만뒀다. 재능도 없고 내가 좋아하는 건 그게 아니었으므로. 이 일은 내게 아주 값진 교훈을 남겼다. '좋아하는 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 그것이 널 속일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구분한다. 잘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기능적으로 잘 해낸다는 뜻이다. 누군가가 그 일을 쉽게 한다면 그것은 그가 엄청난 장인이라서 그런 것이다. 뭐 이런 말 있지 않은가? 그 말처럼 무언가를 잘한다면 당신은 그 일에 별 힘을 들이지 않고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들 재능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이런 것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슥슥 하는 당신을 보고 '야! 너 재능 있다!'라고 말한다. 뭐, 그게 재능의 정의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진짜 재능은 그게 아니다. 그 일을 '평생' 그리고 '점진적 발전' 하는 힘이 바로 재능이다. 근데 만약 당신이 내가 말한 대로 어느 일에 그런 재능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당신은 그 일을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좋아하게 되는 걸까? 근데 만약 그 일이 당신이 생각하기에 가치 없는 일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은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를 하지 않았다. 맞다. 나는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른다. 재미있는 일과 그냥 해내는 일, 그리고 돈 버는 일 이렇게 일을 세 가지 정도로 구분한다. 이 세 가지가 모두 합일이 되는 경우가 글쎄 흔한 일일까? '좋아하는 일 하고 사세요!'라고 말하는 사람과 '나는 그런 말 하는 사람 싫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 둘 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인생은 너무 복잡한 데다 해야 할 일도 너무 많아서 이 세 가지를 다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그러니까 나라는 인간의 특별한 케이스만 보고 당신도 이렇게 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좋지 않겠어요?라고 말하는 건 좀 건방지다는 게 내 입장이다. 근데 그래서 어떡하란 얘기냐 하면은...


나는 내가 죽어도 못하겠다 싶은 일을 정했다. 이제 나이가 30살이 넘으면서 나는 서비스직에 신물이 나버렸다. 그래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판단했다. 무조건 다른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돈을 무조건 많이 버는 일을 한 번 해보자도 있었다. 그리고 적성에 안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결국 남이 안 시켜도 내가 알아서 하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했다. 그리고 그 일을 앞에서 말한 것처럼 '평생' 그리고 '점진적 발전'이 가능한 것인지 따졌다. 근데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일일까? 글쎄, 그냥 매일 하는 일이지 좋아하는 일인 것 같진 않다. 나는 게임을 더 좋아하고 누워있는 게 좋고 노는 게 더 좋다. '좋다'라는 말의 의미가 미끄러지고 있긴 한데.


이 글의 교훈은 결국 이거다. 내가 뭔가를 좋아한다면 그게 나를 잘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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