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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Apr 29. 2023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

에세이

최근 우리 커플은 서로의 부모님을 만났다. 둘 다 이렇게 소개를 하거나 소개를 받는 일은 처음이라 꽤 긴장되고 설레는 일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님을 만난다는 일이 이렇게 가까운 시일 내에 벌어질 줄도 몰랐고 자식 된 입장에서 부모님을 뵙는다는 게 어떤 책무처럼 중한 일이었다. 우리는 쭈뼛거리면서 괜히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잘 못 알아 들었으면서 알아듣는 척도 했다. 그리고 묻는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고 때론 우리가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설명도 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일 줄로만 알았던 것도 자연스럽게 지나갔고 뭔가 우리는 새로운 국면에 맞이한 듯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문장으로만 풀면 이상한 관계 같다. 사실 이상한 관계가 아닐까? 처가댁, 시댁이란 관계는 꽤 이상하다. 부모의 마음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두 자녀들은 그저 순수하게 사랑을 바라고 있었다. 양가의 부모님들이 그저 우리를 사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두 사람 모두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연스럽게 우리는 양가 부모님을 만나면서 잘 보이고 싶어 했다. 여전히 어린 자녀들처럼 말이다. 자녀는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고 부모는 사랑을 내어준다. 양가 부모님들은 다행히도 우리를 받아들이고 가족으로 인정해 주셨다.


가족이란 것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두 사람에게 부모님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꺼이 자녀들을 이해시켜 준다. 몹시 아름답고 좋은 일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마음에 우리는 뭔가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슬픔이라기 보단 감격스러운 마음이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을 인정받았다. 가족이란 낯설고 차가워 질대로 차가워진 자녀들을 여전히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존재구나.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든 사랑받기 위해 때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구나. 이 지속적인 요구는 사람이 정말로 살아가게 만드는 하나의 씨앗이구나. 


때론 위태롭고 불안한 삶에 기꺼이 책무를 다하고 살아가길 촉구하는 '사랑'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날들이었다. 몇 번의 궂은날과 몇 번의 좋은 날, 그리고 몇 번의 평범한 날이 있을 것이다. 뻔한 이야기 속 뻔한 날들이 지속될 것이다. 나는 그게 좋다. 특별함 없이 책임을 다하여 살아가는 날.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런 날들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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