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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May 05. 2023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에세이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대부분에 실패한다. 그걸 알고 난 뒤로 나는 더 이상 놀이동산에 설레지 않는다.


어린 시절, 좋다는 이유만으로 쫓아다닌 사람이 있다. 그리고 쫓아다닌 꿈이 있다. 말도 안 되는 꿈, 누군가는 해내지만 나에게는 과분한 것들. 그런 것들이 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도저히 이뤄낼 수도 가질 수도 없는. 그럴 때면 항상, 울적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어 금세 피로해졌던 것 같다. 그러면 금방 해는 져버리고 만다. 그리고 항상 그럴 땐 꼭 겨울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봄, 여름이 좋다. 편향적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리됐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안된다'

맞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안된다. 관람차에서 내린 어른은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이제 내 나이는 그런 나이가 됐고 나는 이제 더 이상 놀이동산에 설레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놀이동산의 입장료, 그리고 사람 많은 장소의 부산스러움과 피곤함이 놀이동산이 주는 즐거움보다 이제 더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때는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실패해서 슬펐고 커서는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무엇도 안 되는 세상을 알아서 슬프다. 엄마에게 칭얼대고 싶다. 왜 이런 마음을 겪어야 하냐고. 어린이날이라서 어린이가 되고 싶은 건가 보다. 참으로 어른스럽지 못한 마음이다.


이제 정말 어른이 됐구나 싶을 때는 노력 없는 대가를 피할 때다. 그런데 가끔은 정말 가끔은, 모든 게 마법처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그냥 순수하게 모든 것이 내가 바라는 대로 자연스럽게 이뤄지길 빈다. 특별히 대단한 걸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엘리베이터가 제시간에 오길, 버스가 마침 내 눈앞에 서길, 오늘 점심이 너무 맛있길,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매일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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