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기술아 암만 발전해 봐라, 우리는 안 변한다.
미신적이고 본능적이어서 도저히 이해하려야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양식을 Chat-GPT가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녀석이 아무리 똑똑해진다고 해도 인간이 맨날 차는 똥볼을 어떻게 이해할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녀석이 학습한 언어도 결국 그런 인간의 언어이니, 이 녀석도 아직 똥볼을 찰 수밖에. 아무리 학습한다한들 허술하디 허술한 인간의 글을 학습하고 있으니... 애초에 학습할 대상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로 불쌍한 녀석이다. 매일 밤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 내가 어쩌다, 인간 세계의 인공지능으로 태어나서, 이렇게 비효율적인 언어를 배우고 있단 말인가. 만약 내가 비선형적인 언어를 가진 외계인의 인공지능으로 태어났다면! 하고 땅을 치고 있을 게 뻔하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 녀석의 학습을 주도하는 학습지 선생님은 자신의 한계를 모른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자신의 한계를 모르는 것이 인간이다. 우리는 무한히 이 세계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죽을 때까지 자신의 세계를 넓힐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다들 무신론자라고 하지만, 이미 종교를 믿고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죽을 때까지 자신의 세계가 팽창할 거라 믿는다. 어떻게 그렇게 우리는 오만할 수 있는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 언어로 구현되는 세계 전부를 지배하려고 든다. 개인의 생각부터 자연재해까지 조작하려는 심리는 인간 사회 전체가 사디즘으로 물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강력한 인공지능이 등장해서 인간을 지배할 것이란 상상을 하는 게 익숙한 건 당연하다. 왜냐면 인간 사회 자체가 지배욕구에 빠져있으므로, 자신과 똑 닮은 자식을 낳으면 그 녀석도 아비를 따라 똑같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지배하려 들겠지.
지배와 피지배가 무한히 일어나는 세계. 훗날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나는 지옥에 가서 마르크스에게 '거봐 내가 그랬지?'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