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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승훈 May 09. 2023

낙관론자 되기

에세이

처음으로 명함이란 걸 가지게 됐다. 정말로 운이 좋게도, 명함이란 걸 가지게 됐다. 내가 잘나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업무에 필요해서 가지게 된 명함인데. 괜히 우쭐하게 된다. 명함이란 게 뭐라고. 나는 사실 몇 번 개명을 생각할 정도로 부끄러운 일들을 많이 했다. 그렇다고 정말로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지만,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괜히 이불 차게 만드는 일들 말이다. 나는 그런 일이 어릴 때부터 참으로 부끄러워서 늘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가진 이름이 조금은 답답할 때가 있다. 여전히 나는 사회적인 책임이란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그냥 놀고 눕고 먹는 것만 좋아하지, 내 이름 석자를 걸고 뭔가 하기엔 나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생각인 게다.

이런 철없는 마음가짐이 언제 좀 나아질지는 모르겠다. 결혼을 해야 나아질는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 안 고칠는지. 피터팬 증후군이 있어도 사회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다. 내 생각에 그건 낙관적인 사람들이다. 어린아이처럼 보여도 낙관적인 사람은 반드시 해내고 만다. 일이 떨어지는 대로 해결한다. 어째서인지 그들은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잘 해낼 거라 믿는다.

나는 최근에서야 낙관론에 입문했다. 나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유별난 염세주의자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우연찮게 낙관론자가 됐다. 이제 막 입문한 참이라 아직은 서툴지만 그래도 낙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어쩌다 낙관론자가 됐을까? 궁금한가? 노하우를 하나 소개해주겠다.

내가 평생에 절대 하지 않을 일을 찾아서 해보면 좋다. 그렇다고 범죄 행위나 도덕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조금 곤란하다. 아무튼 그런 일을 저지르고 나면 알게 된다. 아, 이 무한한 우주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구나. 뭐, 나비효과라고 해서 작은 날갯짓이 나중에 큰... 이런 건 다 거짓말이다. 이 무한한 우주에 당신의 날갯짓은 나비에 가깝다. 나는 그러고 낙관론자가 됐다. 뭐 반대로 유별난 염세주의자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낙관론자가 됐다.

우주의 무한함에 감탄하고 시간의 역설에 자주 삐지는 찰나의 여행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세상이 내게 너의 존재는 가벼워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해!라고 말하기에 나는 그 자리에 삐져서 그래, 나는 잠시 머물다 갈게. 흥. 해버렸다. 그러니까, 낙관론자가 됐다. 낙관론자...라고 할 수 있나 모르겠다만. 아무튼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한다.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우연찮게 번뜩이는 순간을 만나고 사랑한다 말한다. 그러고 나면 놀고 싶고 눕고 싶고 그렇다. 그러면 다시 내일 일하고, 우연찮게 번뜩이는 순간을 만나고 사랑한다 말한다. 그게 다다. 그것 말고 뭐가 있을까? 여행자라면서! 여행자는 자유롭게 살아야지! 특별해야지! 맞는 말이다. 근데, 지금도 꽤나 특별하게 살고 있다. 각자 여행 스타일에 맞게 여행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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