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에서 <스토브리그>가 보인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짧은 리뷰 No스포

by 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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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뜨겁게 달군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심상치 않은 기세로 안방극장을 점령했습니다. 글로벌 실적은 물론, 쏟아지는 호평과 입소문은 그 인기를 증명하고도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지훈 배우의 팬이기도 하고, 워낙 화제작이라 궁금증을 떨칠 수 없어 저 또한 <중증외상센터>를 시청했습니다.


드라마는 환자를 살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대학병원 중증외상팀에 전쟁 지역을 누비던 천재 외상 외과 전문의 '백강혁'이 부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백강혁은 유명무실했던 중증외상팀을 '진정으로 사람을 살리는 곳'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첫 2화를 연달아 시청한 결과, <중증외상센터>는 막힌 혈관을 뻥 뚫어주는 듯한 카타르시스와 백강혁(주지훈 분)의 매력이 어우러진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전개와 매력을 곱씹을수록 묘하게 익숙한 기시감이 느껴졌습니다. 2019년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떠오른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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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증외상센터>는 이제 2회까지 시청했기에 섣부른 판단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브리그>와 <중증외상센터>는 묘하게 닮은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망가진 시스템 혹은 사회에 '구원자'와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고, 주인공은 남다른 능력으로 망가진 체계를 하나씩 고쳐나갑니다. 주변 인물들은 점차 주인공에게 동화되고, 시스템에 순응하거나 주도하던 이들은 변화를 맞이합니다. 주인공은 기존 체계에 반기를 들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죠.


스포츠와 의학, 소재는 다르지만 두 작품은 '시스템 바로잡기'라는 공통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정의 구현 이야기가 최근 대중문화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범죄도시>부터 <더글로리>까지, 우리가 열광하는 이야기 속에는 비슷한 맥락이 존재합니다.


현재의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세대는 '무너진 시스템'을 목격한 세대입니다. 우리는 한국 사회 시스템의 문제점과 그로 인한 씁쓸한 사건들을 수없이 목도했고, 이는 영화, 드라마와 같은 대중문화예술로 투영됩니다.


일부 예술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사회 전반에 깔린 불안, 즉 불안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자화상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증외상센터>나 <스토브리그>처럼 인기 있는 드라마 시리즈는 현실의 결핍을 채워주는 이상적인 주인공을 제시하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정의로운 주인공의 활약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입니다. <중증외상센터>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지 기대되는 이유 역시, 우리가 여전히 '정의로운 해결'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는 백강혁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 안의 '정의'에 대한 갈망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 시스템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작품들이 더욱 많이 등장할 것입니다. 현실의 고통과 부조리에 공감하며, 드라마 속 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지 않을까 해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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