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은 행복할까?

신혼부부가 11평 행복주택에서 살아보고 느낀 점

by 승훈

우리는 사실 집 때문에 결혼했다.


아내와 나의 결혼 생활의 시작점은 엉뚱했다. 결혼을 결심한 후, 현실적인 문제들이 눈앞에 닥쳐왔는데 결혼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집'이 문제였다. 오늘은 우리의 결혼을 앞당겨준 그리고 우리가 지금 머무는 이 공간, 우리의 '집'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얘기해 보고자 한다.


혼전 동거 당시 인천의 원룸에서 함께 살고 있던 우리는 '결혼 후에는 적어도 투룸 이상의 집에서 살자'는 소박하지만 중요한 합의를 보았다. 서울에 직장을 둔 우리에게 서울은 당연한 선택지였고, 전세대출과 전셋집을 알아보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SH, LH와 같은 주택 지원 사업이 눈에 들어왔다.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한 월세는 팍팍한 현실 속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우리는 예비신혼부부 전형으로 행복주택 청약을 시작했지만, 서울 지역은 번번이 낙방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결국, 우리는 기준을 낮춰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도 외곽 지역까지 지원 범위를 넓혔다.


그리고 아직 양가에 정식으로 결혼을 알리지 않은 시점, 여자친구(지금의 아내) 부모님 댁에 놀러 가던 길에 기적처럼 입주자 선정 문자를 덜컥 받게 됐다.


그 순간, 우리의 결혼 시계는 숨 가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예비신혼부부 전형은 입주 전까지 혼인신고를 마치고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했기에, 우리는 서둘러 양가에 인사를 드리고 혼인신고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결혼과 혼인신고야 언젠가 할 일이었지만, 행복주택 입주가 아니었다면 그 모든 일이 그렇게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경기도 외곽의 LH 행복주택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2017년에 준공된 이 아파트는 도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조용한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해질 무렵 햇살이 비치는 풍경은 그 어떤 그림보다 아름답고, 집 앞 도서관은 책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물과 같다. 우리는 이 공간을 진심으로 마음에 들어 했다.


물론, 완벽한 곳은 없다. 11평의 아담한 공간은 둘이 살기에 아늑하지만, 아이를 계획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언젠가 떠나야 할 임시 거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저렴한 월세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지만, 그만큼 감수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층간소음은 여느 공동주택과 다르지 않게 우리를 괴롭힌다. 처음 몇 달은 이웃들이 조용했던 덕분에 층간소음이 없는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벽체가 한 장짜리가 아닐까' 의심하게 될 정도의 소음들이 우리를 둘러쌌다. 또 경기도 외곽이라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아침에는 닭 울음소리가, 밤에는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와 시골에 온 듯한 정겨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집과 부부, 나아가 가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가족은 인간 삶의 근간을 이루고, 집은 그 근간을 담아내는 그릇과 같기에, 많은 이들이 그토록 '주거 환경', 즉 부동산에 사활을 거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신혼집을 구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욕심이라는 녀석은 스멀스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특히,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루면서,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집에 대한 집착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을 느꼈다. '집'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인 거주지를 넘어,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가족과의 관계를 빚어내며, 나아가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깃든, 매우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은연중에 그 이상적인 집이 '행복'과 직결된다고 믿는 듯하다. 이상적인 집은 곧 가족의 행복을 위한 공간이며, 그 행복은 다시 사랑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특히, 안정 지향적인 인간에게 이러한 믿음은 더욱 강하게 작용하여, 완벽에 가까운 집을 소유할수록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여기게 되는 것 같다.


어리석은 질문으로 시작했지만, 여기까지 쓰고 보니 '행복'과 집의 상관관계가 조금은 보이는 듯하다.


행복은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바로 이 자리, 이 공간에서부터 시작된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이 공간,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서로를 향한 사랑과 이해, 그리고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있으니, 그걸로 된 것 아닐까?


그래도 다시 질문해 보자. 행복주택에 사는 우리는 행복할까? 그렇다, 우리는 행복하다. 우리의 결혼을 앞당겨 서로를 더욱 단단하게 묶어주고, 수많은 추억을 선물해 준 이 공간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행복주택은 우리에게 단순히 '집' 이상의 의미를 지닌, 우리 결혼 이야기의 시작점이자 소중한 챕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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