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으로 팔자를 바꾼 신혼부부
아내와 나는 안정적이고 긴 연애를 지속하고 있다.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는 연애에 자주 실패하고 짧은 만남을 반복해 왔다. 아내는 세 자릿수를 잘 넘기지 못했고, 나는 1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매일 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시간 동안 연애하고, 첫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아내와 나는 서로에게 "팔자 고쳤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렇다. 우리는 서로를 만남으로써 팔자를 고쳤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타이머를 켜두고 연애한다. 데이트 약속부터 기념일까지, 타이머에 맞춰 움직이고 시간에 맞춰 메신저로도 사랑을 나눈다. 연인에게 시간을 얼마나 내어주는가는 사랑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연인 사이에서 부부 사이가 되면, 시간 약속은 더 넓은 의미를 갖게 된다. 단순한 카운트다운을 넘어서, 시간 뒤에 있을 서로의 모습을 구체화한다.
"10년 뒤에는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야 해. 그곳에서 우리는 아이를 데리고 있을 거고, 그 아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거야." "30년 뒤에 우리는 은퇴하고 이름도 생소한 열대 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겠지."
물론 여전히 주년 단위의 이벤트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결혼은 시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이벤트 단위에서 시대 단위로 옮겨간다. 그리고 구체적인 미래의 형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결혼은 사랑의 시간 단위를 사건에서 서사로 바꿔간다.
인간에게 서사는 사건과 사건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말하고, 이것들은 항상 시간 순서로 이어진다. 결혼을 하게 되면, 더 길고 넓은 의미에서 시간 단위를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두 사람은 말 그대로 시간을 '약속'한다.
우리는 이러한 약속의 시간을 부모님에게서 엿본 적 있다. 그리고 그 서사의 기록물이자 결과물이 '나'로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니까 결혼이 가져오는 결과물은 사건 단위의 단순함이 아닌, 서사 단위의 복잡하고 광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누구도 사랑이 내일, 1년, 10년 뒤에 끝나리라 예상하지 않는다.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 년으로 하고 싶다"는 대사가 많은 사람을 설득하는 애틋한 대사인 이유는 우리가 약속할 수 있는 시간을 아득히 넘어가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 또한 일만 년짜리 약속을 한 셈이다. 죽고 못 살다가도 갈라서는 게 부부라지만, 우리의 결혼은 우리의 존재를 아득히 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지난 크리스마스 데이트 때 남산에 갔지만, 자물쇠는 걸지 않았다. 자물쇠가 결국 버려질 것을 알고 있기에. 우리의 시간 약속이 영원히 잠길 어떤 존재를 찾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고이 간직할 것이다.
사랑은 팔자를 바꾸기도 한다. 나는 아내를 만나 바뀐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