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줄 모르는 게 너무 많은 남편의 솔직한 고백
나는 못하는 게 많은, 스스로도 부끄럽게 여겨지는 남편이다.
먼저, 나는 운전을 전혀 할 줄 모른다. 말 그대로 운전대를 잡아본 적조차 없다. 운전면허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 스무 살쯤 되면 면허를 따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굳이 차를 몰 일이 없을 것 같았고, 실제로 서울에서 이십 대를 보내면서 운전면허 없이도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서는 운전할 줄 모른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진다. 결혼 첫해부터 지금까지 모든 운전을 아내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처가댁을 갈 때도, 여행을 가거나 카페를 갈 때도 아내가 장거리 운전을 도맡는다.
아내는 자기가 출산을 할 때도 운전하고 있을 것만 같다고 말한다. 나는 옆자리에서 너스레를 떨곤 하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에 미안함이 크다. 아내는 짐짓 괜찮다고 한다. 씩씩하게 자신이 알아서 하겠노라고. 아내는 그런 사람이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탈 줄을 몰라서,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탄 건 단 한 번뿐이다. 그것도 커플 자전거였고, 아내가 앞에서 핸들을 잡고 나는 뒤에 앉았다. 자전거 대여점 사장님이 우리 모습을 보고 웃으시던 기억이 난다. 아내는 낑낑대며 페달을 밟았고, 덕분에 생애 첫 ‘자전거 데이트’를 겨우 해볼 수 있었다.
스키 역시 탈 줄 모른다. 스키장 데이트를 단 한 번 시도해 봤는데, 야심 차게 오후권을 끊어놓고도 제대로 타보지 못했다. 넘어지면 일어설 수가 없어 결국 슬로프에서 걸어 내려오고 말았다.
술도 거의 마시지 못한다. 이십 대 때는 가끔 어울려 조금씩 마시기도 했고, 결혼 후 아내의 기분을 맞춰 맥주 한 캔 정도는 곧잘 하지만, 체질상 많이는 못 마신다. 이 점은 장모님께서 ‘술 안 마시는 사위라서 좋다’며 꽤나 흡족해하신다. 그래도 가끔은 사위와 술 한잔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으신 것 같지만.
아내는 나의 이런 모습들을 놀리기 좋아한다. 어린애 같다고 말이다. 나는 그런 내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사실이니 반박할 수가 없어 웃고 넘어간다. 그렇지 않은가.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할 줄 모르는 게 참 많은 남자라고. 그게 부끄러울 일일까?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내가 그것들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부끄럽기 때문이다. 내가 못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내가 그것들을 통제하지 못할까 봐 생긴 두려움 때문이다.
나는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그것들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회피형 인간이다. 나는 그런 부족한 내면을 보며, 스스로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인생에 많은 순간에서 각고의 노력을 했고 많은 부분 개선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이러한 성향은 아내와 다툼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아내와 크게 다투게 되면, 감정이 깊어지기 전에 먼저 포기하는 투로 말하는 경우가 있다. 아내가 그런 태도를 싫어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화를 내게 될까 봐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회피하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한 두 번은 넘어간다. 내가 운전면허를 따지 않고,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지금의 일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그러나 나는 어느 순간마다 아쉬워할 것이다. 내가 통제하지 못할까 봐 마주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결혼이나 아내와의 관계를 떠나서, 나는 개인으로서 먼저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다. 많이 나아졌다고 스스로를 달래 왔지만, 아직도 피하고 싶은 일들이 남아 있다. 그것들을 용기 내어 마주해야 한다.
지난밤, 이런 부끄러운 마음을 아내에게 털어놓았더니, “내가 도와줄게”라는 말이 돌아왔다. 내가 할 줄 모르는 것이 많고, 그로 인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순간이 종종 있지만, 그럼에도 나를 포근히 안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아내도 나도 결혼 생활 중에 서로 부끄러운 자신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러면 우리는 내가 돕겠다며 나서거나,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제야 부끄러운 자신을 스스로도 포용하고 서로를 안아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