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하는 주부 남편은 이런 생각을 한다

돈은 내가 벌어올게, 집안일은 누가 할래?

by 승훈

우리 부부는 그런 부부들 중 하나다. 남편인 내가 집안일을 더 열심히 하고 즐기며, 살림을 꾸리고 관리하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반면 아내는 바깥일을 좋아하고 그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규칙적인 생활을 선호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내는 자주 "할 수 있다면, 내가 돈 벌고 당신이 집안일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서로 잘하는 영역이 명확히 다르다. 나는 '잘하는 사람이 그 일을 도맡아야 한다'는 주의인데, 그런 의미에서 아내의 말대로 나는 '집안일'을 하는 게 맞고 아내는 '바깥일'을 하는 게 맞다.


나는 이십 대 후반이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집안의 많은 것을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집안을 돌보는 일은 마치 내 마음속 혼란을 정리하는 과정과 닮아 있었다.


요리도 좋아한다. 나를 위해 한 상을 차리고, 재료를 다듬어 조미료와의 맛을 조합해 맛의 순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세상에서 꽤 중요한 일이라 여겼다. 아내는 내가 그렇게 살아온 모습을 믿어주고, 집안의 사소한 일들까지도 나를 신뢰해 준다.


아내가 요리를 할 때면 “간 좀 봐줘”라고 부탁하고, 세탁기나 건조기를 돌릴 때도 “이 빨래는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물어본다. 청소할 때는 내가 아는 팁을 알려주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도 집안일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아내는 바깥일에 능숙하다. 자신의 일과 삶을 루틴에 맞춰 설계하고, 사회적 효율을 높이는 일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사람을 만나거나 응대하고, 계약을 맺고, 필요한 정보를 모아 일을 추진하는 데 탁월하다. 내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아내에게 자문하고 확신을 얻는다. 아내도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데에서 뿌듯함을 느낀다.


처가댁에서도 우리가 이런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셔서, 장모님께서는 반찬이나 김치를 보내실 때면 주로 나에게 전화를 하신다. 아내가 냉장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장모님과 나의 사이도 제법 가까워졌다. 아내는 장모님 앞에서 “집안일은 남편이 하는 거야”라고 당당히 말하곤 한다.


우리의 반려견 베베 역시 집에서 나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서인지, 내 곁에 척척 붙어 있다. 아내는 가끔 그 모습에 서운해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아이를 키우게 되면 아이도 자신보다 나를 더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실 나는 다정한 남편이나 아빠와는 거리가 조금 있는 사람이다. 홀어머니 손에 자라며 ‘좋은 아빠’라는 개념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상적인 다정한 남편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른다. 아내는 서툴러도 노력하는 그런 내 모습이 고맙다고 한다.


나는 ‘다정한 남편’이라는 이상적인 모습을 꿈꾸기보다는, 적어도 집안일만큼은 제대로 해내고 싶다.


나는 요즘 본격적인 집안일을 해나가며, 주부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주말마다 아내가 회사에서 먹을 일주일 치 도시락을 싸 주다 보면, 정작 내 밥을 챙겨 먹는 것은 귀찮아지곤 한다. 우리 엄마나 장모님이 한바탕 요리를 해놓고는 막상 본인은 대충 드시던 모습이 이제는 조금 이해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안일을 마친 사람에게 최고의 보상은 가족이 그 노고를 알아주는 일이라는 것도 깨닫게 됐다. 그만큼 큰 보상은 없다.


아내는 내가 청소를 말끔히 해두면 언제나 깜짝 놀랄 정도로 큰 리액션을 보인다. 사실 나라면 그렇게까지 반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서로 바뀐 듯한 우리의 역할이 오히려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데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내 소망은 언젠가 딸이 “아빠는 정말 다정한 사람이야”라고 말해주는 것. 그리고 아들이 있다면 그 아이도 다정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다정한 남편이 되려고 한 나의 노력이 언젠가 이렇게 보상받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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