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2년, 결혼 1년 후기 - 사랑이 변했니?

우리만의 결혼생활, 달라진 것과 그대로인 것

by 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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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결혼 일주년을 맞이했다.


인연의 시작점이었던 식당에서 파스타를 나누고, 초봄의 따스한 햇살과 간간이 스치는 찬바람 사이에서 오붓한 대화의 시간을 만들었다. 다섯 시간의 데이트는 짧았지만, 그 안에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담겨 있었다.


연애 시절 즐겨 찾던 카페는 이제 인기 명소가 되어 우리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구석진 조명 아래 이야기를 나누던 그 테이블은 이제 다른 커플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 낯선 카페에 앉아 익숙한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만의 소박한 길을 되짚었다. 그 순간 생경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2년의 동거 끝에 결혼했다.


인천의 반지하 투룸에서 시작된 우리의 동거는 25층 6평 오피스텔로 이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지만 아름다웠던 그 시간들. 살림살이를 온 방에 가득 채우고 살았던 그때의 우리는, 동거의 끝은 결혼이라는 무언의 약속을 품고 있었다. 주변의 우려 속에서도 우리는 그 약속이 깨질 거라는 불안도, 의심도 없었다. 그 견고한 신뢰가 결국 우리를 결혼의 문턱까지 이끌었다.


2년의 동거 끝에 맞이한 결혼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막연히 품었던 그 궁금증이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펼쳐졌고, 어느덧 그 시간도 1년을 채웠다.


표면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둘 다 새로운 직장을 갖게 되었지만, 함께 밤을 보내고 주말에는 시간을 내어 데이트하는 일상은 여전하다. 밤늦게 영화를 보고, 늦은 아침에 일어나 브런치를 즐기는 여유는 그대로다.


다만 지난 8월, 신혼여행 대신 선택한 반려견 입양은 우리의 일상에 작지만 큰 변화를 가져왔다. 어디를 가든 우리를 바라보는 그 단추 같은 세 개의 눈동자가 우리의 행복을 배가시킨다. (행복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귀한 생명을 얻은 우리는 둘만 있을 때보다 더한 깨달음도 얻게 됐다. 이에 대한 경험은 다음 글에서 다뤄보겠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마음의 무게다. 결혼은 동거와는 다른 중량감으로 다가온다. 가족과 미래라는 두 단어가 가슴 어딘가를 묵직하게 누른다.


한 번도 동거를 부정적으로 여긴 적은 없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것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선택이다. 어른들 앞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그 시선을 피했다. 결혼 후에는 함께 사는 일상이 당당해졌고, 오히려 축복과 사랑을 받는 기분이다. 사랑받는 감각은 언제나 달콤하다.


이제 시선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우리가 그려가는 미래를 향한 끊임없는 시선은 책임감과 설계의 시간을 요구한다. "보란 듯이 잘살겠다"는 투박한 선언이 나오는 것도 이런 심리의 발로일 것이다.


2년의 동거가 테스트베드였다면, 결혼 1년은 본격적인 프로젝트의 출범이었다. 장기 서비스를 시작하고 평가를 기다리는 겸허한 마음가짐과도 같다. 누구도 직접적으로 압박하지 않지만, 그 긴장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것이 꼭 부정적인 감정만은 아니다.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하고, 우리가 함께 이룰 성취에 대한 설렘으로 가슴이 뛴다.


우리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킥오프를 마친 우리는 이제 더 깊고 풍요로운 시간들을 향해 나아간다.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며, 우리만의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이다. 동거에서 결혼으로 이어진 선택이 단순한 과정이 아닌, 서로를 향한 진정한 약속의 시작이었음을 이 일 년이 증명해 주었다.


앞으로 더 힘들고 어려운 것들이 많을 것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삶이 감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무거운 마음이 들지만, 기쁘다. 내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 두려운 것들을 이겨내리라 직감적으로 느끼기에.


이제 우리는 두 개인이 아닌, 하나의 팀으로서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함께 달린다. 첫 번째 기념일의 의미를 새기며, 앞으로 수많은 기념일들이 우리의 이야기로 채워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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