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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Mar 23. 2023

요즘 나는 취업 중

글손실 방지 프로젝트

나는 취준생이 되었다. 기존에 했던 모든 커리어들을 깡그리 없애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고 하는데 영 쉽지가 않다. 31살의 나이에 좋은 회사에 적당한 급여를 받으며 적절한 근무시간 동안 일하고 싶어 하는 나의 오만한 태도는 시장에 발도 들이지 못한다. 사실 나이는 중요치 않다.라고 생각하지만 시장에서 나이는 꽤 무시하지 못할 척도가 된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껏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았다고 하기엔 뭣하다. 근데 또 열심히 살았다고 하기도 뭣하다. 나는 고등학교 중퇴에 검정고시를 쳤고 대학은 재수 삼수를 반복하다가 포기하고 말았으니까. 나는 분명히 사회적 대가를 치르고 있다. 고등학생 때 나는 좀 더 열심히 했어야 했다.

나는 나의 사회적 평가에 대해 겸허히 인정한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론 좋은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이런 태도는 시장에서 불순한 태도로 보이기 쉽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쉽게 겸손하지 못한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나만 아는 나의 삶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섞여서 그렇다. 나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몸부림쳐왔는지 너무 잘 안다. 그러니까 쉽게 겸손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게 뭐 잘못된 건 아니지 않나? 바짝 엎드려서 시장의 밑바닥을 기어 다니고 싶진 않다. 그런데 이 말을 하면서 얼마 전 부평시장 바닥에 기어 다니며 구걸을 하고 있던 한 남자가 생각났다. 조금 시끄러운 노래를 틀고 그리고 다리는 고무로 만든 천으로 숨긴... 그분은 손에 뭔가 하얀 걸 쥐고 있었는데 아마 삶은 계란이었던 것 같다. 삶은 계란을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길 한복판에서 까먹고 있었다. 그 장면이 문득 생각났다. 별 다른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고 그냥 그 장면을 봤다. 내게 익숙한 단어 몇 개가 중첩되면서 머릿속에 '이미지'가 형성됐고 그 장면을 다시 텍스트로 옮기고 있다. 뭐라 말하기가 텁텁한 그 장면이 생각났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는 시장에서 적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면당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 그럴 때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참으로, 참으로 고민하게 된다. 나는 고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지식도 지혜도 그렇다고 깡이 있는 것도 아니니 시장에서 반병신일 수도 있다. 무슨 일이든 절망적으로 달려들고 싶어 하지만 얼어붙은 시장에서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절망적인 인간에게 시장은 더욱 냉정하다. 어릴 때 기술이라도 배워둘걸.이라는 말이 내 입으로 나올 줄 알았겠는가? 어머니는 이 순간을 내다보신 게 분명하다. 그녀는 현자였다. 분명 어머니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셨겠지. 이 야심한 새벽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정말로 많을 것이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는 나의 욕심이 든다. 나처럼 당신도 외면받고, 때문에 괴롭고 한편으로 허탈한가?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참으로 좋은 사람이 되지는 못할 거다. 천국에는 못 갈 운명인 게다. 하하. 하지만 당신도 나와 함께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어느 적당한 시간에 분명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꾸준히만 해낸다면, 이 작은 틈새로 들어오는 빛을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해낼 것이다. 이렇게 나는 낙관적 허무주의자가 되었다. 먹고사는 문제 정말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먹고살려고만 이 세상에 온 건 아니지 않은가? 밤이 되면 대충 그런 문제는 조금 성가시겠지만, 그래도 너무 무섭고 두렵고 슬프겠지만 잠시 접어두고. 사랑하는 것에 기대어 속삭여 보자. 사랑하는 것이 없다면... 오늘부터 사랑해 보기로 하자. 내가 사랑할 것을 하나 추천해 주겠다.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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