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욕심, 소심한 집념

힘겨운 내 청춘

by 문기사

런닝머신도 인터넷 중고장터에 내놨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길래 생활폐기물 업체에 원 내고 처리한 아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숀리가 홈쇼핑에서 나를 유혹하는 바람에 실내 자전거 엑스바이크를 사고 말았다.


세 번도 채 안타고 먼지를 뒤집어쓰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인터넷 중고장터에 7원에 올렸다.

우리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여자가 곧바로 물었다.

신랑이 끙끙대며 분해한 후 끙끙대며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함께 그녀의 집 앞으로 갔다.


"안 살래요."

"네? 이렇게 다 분해까지 해서 가지고 왔는데요."

"그래서 안 산다고요. 저 혼자 사는데 이걸 다시 어떻게 조립해요?"

"아! 그럼 저희 신랑이 들어가서 조립해드리면?"

"그렇다면…."


빌라 3층.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신랑이 끙끙대며 들고 올라갔다.


"이런 …, 나사가 하나 없는데. 중간 몸통 이어주는 제일 큰 나사가 없어."

자동차로 내려와 트렁크를 뒤져보았으나 나사는 없었다.


"그러게 제가 안 산다고 했잖아요. 여기까지 오신 건 안 됐지만 조립이 원천적으로 안 되니 도저히 살 수가 없네요. 없던 일로 할게요."

"그러시면 제가 집에 가서 찾아보고 다시 와서 조립해드릴게요."

"번거롭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 그냥 안 살래요."


신랑이 끙끙대며 가지고 내려왔다.

"이렇게 처치 곤란이 될 게 뻔했는데 …."

"그러니까 나사를 잘 챙겼어야지. 후-, 열 받아. 엄마한테 팔아볼게."

"장모님한테?"

"기왕 들고 나온 김에 엄마한테 바로 가는 거야."

"그냥 드리면 모를까, 돈을 받고 팔겠다는 거야?"

"엄마니까 5원만 받지 뭐. 그냥 드릴 거면 차라리 집에 20년 정도 놔뒀다가 다솔이 시집갈 때 주는 게 낫지, 그걸 왜 공짜로 없애버려?"

엄마에게 전화하면 분명히 필요 없다고 할 테니 곧바로 엄마 집으로 달려갔다.

엘리베이터가 있긴 했지만 끙끙대기는 마찬가지였다. 가엾은 우리 신랑.


"이 나이에 무슨 운동을 하니? 다리 아파서 못해. 그러지 말고 우리 아파트 운동실 만든다고 집에 쓰는 운동기구 있으면 사겠다고 했었는데 거기 한 번 가보자. 5만 원은 좀 그렇고 3원 정도면 팔 수 있을 거 같은데."

"엄마, 이게 얼마짜린데 3원에 팔아? 팔고 말지."

"그래? 그럼 그냥 가져가라."

"알았어. 일단 가봐. 5만 원부터 흥정해보자구."


끙끙대며 가지고 내려가서 끙끙대며 차에 싣고 관리사무소로 갔다.

신랑한테 너무 미안해서 이번엔 꼭 팔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입주민분들께서 파시는 건데 사드려야죠. 얼마에 내놓으실 건데요?"

"5원요."

"5원요? 그거 받아서 되시겠어요?"

이게 웬 떡? 걸려들었다.

"사실은 7,8원은 받아야 하는데 주민 체육시설이고 하니 기부하는 마음으로 싸게 드리려고요."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럼 기부를 하시면 어떠세요? 그렇잖아도 체육시설 만들어봐야 운동할 사람도 없을 텐데 쓸데없는 데 돈 쓴다고 입주민들이 하도 말이 많아서 우리 입주자대표 회장님이 체육시설 만드는 걸 취소할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공짜라모를까 …."

"죄송하지만 저도 기부는 좀 어렵고요. 아무리 못 받아도 3만 원은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러시면 가져가셨다가 제가 연락드리면 그때 가져오시겠어요? 어차피 회장님이 결정하셔야 일이 진행이 되니까 …. 3만 원 정도 받는 걸로 추진해볼게요. 2 303호라고 하셨죠?"


신랑이 끙끙대며 트렁크에 실으면서 투덜거렸다.

"어차피 중간 나사도 없어서 당장 팔지도 못해."

"나사는 집에 있겠지. 당신이 분해한 거니까 어디 도망가지는 않았을 거 아냐?"

"그래도 여기 파는 건 틀린 거 같다."

"지금 안 팔면 런닝머신처럼 오히려 우리가 돈 내고 버려야 돼. 안 되겠어. 집에 다시 가져가자. 진짜로 다솔이 시집갈 때 혼수로 보낼."

"20년을 묵힌다구?"

"돈을 내고 처치해야 한다면 억울해서 그 짓 못 해."


집에 오는 길에 재활용센터에 들렀다.

"2요? 저기 저렇게 운동기구 쌓여 있는 거 보이시죠? 요즘엔 팔겠다는 사람만 있고 사겠다는 사람은 없어요. 공짜로 주셔도 안 받아요."


신랑이 끙끙대며 집으로 가지고 들어가려는데 3층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다솔 엄마, 그거 뭐야?"

"숀리의 엑스바이크예요."

"실내 자전거? 집 안에 고정시켜놓고 타는 거?"

"네. 제가 잘 안 타서 팔려고요."

"얼마에?"

아주 짧은 순간에 아주 많은 생각을 했다.

"아주머니 생각에 맞게 알아서 주세요."

"그래? 그거 중고지?"

"아니에요. 세 번도 안 탄 거예요."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 우리 아저씨 운동하라고 살까 했는데 역시 세 번도 안 타겠지?"


신랑이 끙끙대며 집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나사는 침대 밑에서 찾았는데 조립을 할까 말까?"

"일단 조립해봐."

"설명서도 없어서 좀 헷갈리겠는데…."

"그러게 적당히 분해를 했어야지. 그렇게 잘게 썰어놓으면 어떻게 해?"


끙끙대며 조립하는 신랑에게 시원 냉커피 타주었다.

"오늘부터 운동 시작해볼게. 자기도 같이 할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담배의 해로운 점-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