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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기사 Apr 21. 2017

어린이집에 가다가 희준이 엄마를 만났다. 민주는 생각했다.

'희준이 엄마는 얼굴이 작아서 예쁜데 우리 엄마는 얼굴에 살이 좀 많다!'

지우를 데려가려고 어린이집에 들른 지우 엄마를 만났다. 민주는 생각했다.

'지우 엄마는 얼굴이 반짝반짝거리는데 우리 엄마는 에 살이 좀 많다!'

집에 가다가 혜주 엄마를 만났다. 민주는 생각했다.

'혜주 엄마는 날씬한데 우리 엄마는 배에 살이 좀 많다!'


민주 엄마 오른쪽 뺨에 있는 점을 빼는 게 엄청난 부담이었다.

그 점은 이어폰 꽂는 구멍 정도 크기이고 옅은 갈색인데 얼굴 표면에서 약간 돌출되어 있어서 멀리서 보면 얼굴에 뭔가 묻어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 점이 생기기 시작한 건 중학생 때쯤이었다.

처음엔 그리 크지도 않았고 돌출되어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후 20여 년이 지나면서 색깔도 짙어지고 크기도 커졌을 뿐 아니라 점점 돌출되어버렸다.


민주는 희준이 엄마, 지우 엄마, 혜주 엄마의 얼굴에도 점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마먹었다.

친구들의 엄마를 볼 기회가 생기면 그 엄마들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관찰하게 되었다.

며칠 후 민주는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

'희준이, 지우, 혜주 엄마 얼굴엔 점이 없는데 우리 엄마만 점이 있다.'


월요일에 민주는 말했다.

"엄마, 엄마 얼굴에 있는 점은 언제 생겼어?"

"중학생 때 친구가 실수로 네임펜으로 콕 찍었는데 점점 커지더니 이렇게 점이 되어버렸어."

엄마는 거짓말을 했다.


화요일에 민주는 말했다.

"엄마, 세수할 때 점이 손에 걸리지 않아?"

"응. 걸리지 않아."

엄마는 거짓말을 했다.


수요일에 민주는 말했다.

"엄마, 나 주사 맞을  때 조금만 참으면 금방 안 아파진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점 빼면 안 돼?"

"이 점 빼면 점 뺀 구멍으로 피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안 된대."

엄마는 거짓말을 했다.


목요일에 민주는 말했다.

"엄마, 점 뺀 다음에 빨리 반창고로 막으면 피가 안 나오잖아. 그러니까 점 빼자."

"피만 나오는 게 아니고 속에 있던 공기도 빠져나온대."

엄마는 거짓말을 했다.


금요일에 민주는 말했다.

"엄마가 점 뺀다고 해야 나도 내일 병원에 갈 거야."

예방주사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하는 민주가 엄마에게 딜을 걸다.

"알았어. 병원 가서 의사 선생님한테 여쭤볼게."

엄마는 거짓말을 했다.


토요일에 민주는 말했다.

"엄마 점 뺄 때 내가 옆에서 엄마 손 꼭 잡아줄게. 그러면 하나도 안 아프고 금방 괜찮아질 거야."


생각보다 간단했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민주는 말했다.

"아팠어? 피 많이 났어?"

"안 아팠고 피도 안 났어. 민주 덕분에. 고마워."

엄마는 오랜만에 솔직하게 말했다.


엄마는 생각했다.

'왜 진작 빼지 않았을까.'

얼굴이 말끔해지니까 기분도 좋고 훨씬 더 예뻐진 것 같았다.


민주는 생각했다.

엄마가 더 예뻐진 건, 점을 빼면서 얼굴이나 배 속에 있던 공기가 많이 빠져나가서 그런 거라고.


민주는 다시 생각했다.

그래도 아직은 희준이, 지우, 혜주 엄마보다는 살이 많은 것 같으니까 점을 좀 더 빼는 게 좋겠다고.


민주는 또 생각했다.

엄마 얼굴에 점을 세 개만 더 그려넣은 다음에 그 점을 다 빼면 엄마 속에 있던 공기가 많이 빠져나가서 희준이 엄마보다 얼굴이 작아질 거고 지우 엄마보다 얼굴이 반짝반짝거릴 거고 혜주 엄마보다 몸이 날씬해질 거라고.


그날 밤 민주는 아빠 책상에서 확보한 네임펜을 손에 꽉 쥐고 엄마가 들기만을 기다렸다.

자는 척하면서.


'크게 그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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