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언어는 무기일까? 짐일까?”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by 조슬기


언어는 언제부터 경쟁이 되었을까?


요즘은 네 살짜리 아이에게도 시험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4세 고시’, 영어유치원 입학시험을 가리키는 말이다.


네 살 아이가 시험을 치른다면, 도대체 몇 살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걸까.

만약 내 아이가 있다 하더라도, 나는 그런 일은 시키지 못할 것 같다.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면 ‘엄마표 영어’라는 책들이 끝없이 보인다. 부모 마음은 이해한다. 내 아이가 외국어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말이다. 하지만 나는 늘 의문이 든다. 외국어가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매달리는 걸까? 외국어를 잘하면 새로운 세상이라도 열리는 걸까?


나의 시작은 조금 다르다.

고등학생 때, 나는 일본어를 취미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일본 게임을 자유롭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매일 일본어 교재를 붙잡았고, 게임을 할 때도 대사를 따라 읽으며 즐겼다. 그게 나중에 ‘쉐도잉’이라는 학습법이란 걸 안 건 꽤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렇게 3년쯤 지나 고3 겨울방학에 일본 여행을 갔지만, 막상 입을 열자 말은 나오지 않았고, 상대의 말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 시절까지 공부를 이어가자 5년차쯤, 어디 가서 “나 일본어 조금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물론 순탄한 길만은 아니었다.

“이건 뭐야?” “저건 무슨 뜻이야?” 끊임없는 질문을 받았다.

심지어는 “그렇게 하면 뭐가 남냐”라며 비웃는 동기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재미있는 장난을 친다. 졸업반이 되자, 그 동기들이 나를 보며 말했다.

“너는 일본어 잘하니까, 큰 스펙 하나 있잖아.”

어제까지 비웃던 얼굴에 부러움이 묻어날 때, 나는 언어가 가진 묘한 무게를 처음 실감했다.

지금 나는 일본어 전공자가 아니지만, 근무하는 학교에 일본어 교사가 없다는 이유로 국제교류 업무를 떠맡고 있다. 이 일을 언제쯤 다른 이에게 넘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외국어는 분명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낯선 짐도 함께 안겨주었다.

이 글은 그 짐과 무기의 두 얼굴에 대한 기록이다.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이렇다더라—라는 편견이 있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누군가는 공감할 것이고,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이런 일도 있구나, 하고 읽어주면 충분하다.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